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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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적인 ‘말 생활’ 속에서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차별과 혐오의 증거들을 사회학적으로 잡아낸다.

 

내용에 대부분 공감이 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라거나 ‘참 피곤하게 산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부분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차별이나 혐오 같은 이슈들에 불 같은 관심을 보이며 달려들었으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도 너무 세면 부러지듯이, 요즘은 그 불길이 다소 수그러진 듯하다. 너도 나도 그러고 있으니 ‘유행템’처럼 치부되는 느낌도 있고, 너무 나갔다 싶은 부분도 있고. 예를 들어 ‘범죄자의 인권’ 문제 같은.

 

이 책에 대부분 공감이 갔다고는 말했지만 공감이 간다고 모든 것에 완벽히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저자가 혐오와 차별, 인권 같은 이슈들을 진짜 ‘유행템’처럼 다루지는 않았는지 독자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데, 그건 새로운 관점이 부족하고 낡은 말들을 앵무새처럼 읊어대고 있는 저자의 탓이 더 크다. 물론 새롭고 신선하다 느낄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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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ㅣ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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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먹고사는 외에 좀더 즐기기 위해 남을 해친다. 어떤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고 많이 차지하는 것을 좋아했다.

육이오라는 전쟁도 똑같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었다. 어른들은 개인끼리 빼앗고 뺏기는 것부터, 좀더 크게는 집단끼리 빼앗는 것이었다. 더 크면 나라끼리 빼앗기 위해 싸움이 일어난다. (265쪽)❞

 

갈등, 특히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이 문장으로 부족할까.

근래에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책들을 연달아 읽게 되는데, 단지 눈에 띄어서 읽게 된 건지, 아니면 무의식이 이끈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 읽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라일락 걸스≫처럼 이 책도 ‘전쟁이 야기한 상실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저변엔 가부장,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란 의식이 썩은 물처럼 흐른다. 어린 아이의 눈에서 서술된 이야기라는 차이점만 빼면 고통받는 ‘여성들’이라는 핵은 같다.

그러나 작가는 ‘전쟁’이라는 특이한 상황 아래, 고통 받는 게 유독 여성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영문도 모른 채 손에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 남자들을 기억 밖으로 되살려낸다.

 

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없는데, 요즘은 교과서에도 실려있다고들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다 읽고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이야기가 너무 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접적으로나마 묘사되는 폭력의 수위도, 인물들이 겪는 고난의 정도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도 늙긴 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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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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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편의 단편이 실린 ‘정이현’의 작품집.

인간, 이웃, 함께 하는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창동’의 영화, ≪시(詩)≫를 생각나게 하며, 선명한 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회피하고 외면함으로서 그 동안의 모든 배려와 선의를 위선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물의 이야기인 <빛의 한가운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희미한 깜빡임조차 없는 어두움 속에서 끝내 마주해야 할(153쪽)’ 예감은, 살면서 계속 죄책감과 양심에 시달릴 ‘안희’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역시 양심의 이야기이면서 인물을 궁지로 몰아가는 설정이 숨막히는 <선의 감정>도 인상이 깊었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형벌을 받는 주인공의 결말은 곱씹을수록 섬뜩하다.

 

고립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을 은유한 <단 하나의 아이>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존재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187쪽)’ 타인의 존재는 일말의 희망으로 보인다.

 

삶에 대한 치열함 마저 ‘급’이 있고 욕하는 것에도 ‘태도’가 있다는 <실패담 크루>는 계급과 ‘아비투스(habitus)’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혔다. 이야기 자체보다 구상의 근원이 된 아이디어, 작가의 의도가 신선해서 기억에 남는다.

성실함의 대가가 항상 만족스럽지 않다는 씁쓸한 결말의 <언니>는 이야기 자체보다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었고, 폭력에 대한 대응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가속 궤도>도 좋았다.

 

그 외, 타인에 대한 신뢰의 한계를 물으며 그것이 일종의 신화(神話)가 아닌지 독자들을 각성시키는 <이모에 관하여>와 <사는 사람>, 일종의 러브 스토리로 우왕좌왕하는 포커스가 산만했던 <우리가 떠난 해변에>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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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라일락 걸스 1~2 세트 - 전2권 ㅣ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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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샤’는 나치 수용소에서 갇힌 폴란드 여성이다.

의료인으로서 꿈을 키우며 기회를 엿보던 독일인 ‘헤르타’는 나치가 주도한 생체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캐롤라인’은 전쟁 피해자(특히 아동과 여성)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부유한 미국인이다.

 

2차세계대전을 중심으로 세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폴란드와 독일, 미국과 프랑스 등 배경도 다채롭다. 세 인물을 통해 전쟁을 둘러싼 당시의 상황들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세 인물은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 지원자의 입장을 대표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헤르타. 개인의 욕망과 집단의 목표가 부딪히자 헤르타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구실을 만든다. 나약한 개인과 나치 의사라는 신분은 헤르타에게 끊임없는 갈등을 안긴다. 작가는 헤르타를 전쟁이 낳은 괴물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피해자로 보는 듯하다.

남자들이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 그 피해는 여성과 어린이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폭력을 배경으로 한 난폭한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모습이 잔영으로 남는다. 인물들 개인의 드라마도 상황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 캐롤라인의 로맨스도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 전쟁에 직접 뛰어들 구실이 된다. 끔찍한 상황에서도 인간애는 생동한다.

 

표지에 그려진 ‘토끼’는 전쟁의 폭력을 상징한다.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한눈팔 새 없이 빠져 삽시간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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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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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결심한 의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할머니 택시기사. 죽기 전에 자신과 일주일만 함께 다니자고 제안한다. 이건 뭐지. 농담인가. 제안이 수락된다. 이후로 이어지는 이런저런 소동들. 의사는 일주일 후에도 계속 죽고 싶을까? 근데 이 할머니는 누굴까.

 

세대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표지는 발랄하고 제목은 코믹스럽다. 의사는 죽고 싶지만 죽지는 않을 테고 할머니는 거짓말쟁이도 아니겠지. 그 간극에 교훈이 있을 테고 소위 ‘힐링’이 목적인 소설이겠지.

 

책 좀 읽은 사람들이 내용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가 너무 많다. 상상하는 딱 그대로다.

 

솔직히 좀 식상하다. 이야기를 추진하고 독자들을 견인하는 엔진이 약하다. 국면마다 빤한 상황이 펼쳐지고 결말을 예상할 수 있으니 긴장감이 별로 안 생긴다. 칠 일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할 만도 하지만 두 사람의 동행에 목적이 너무 드러나 있으니 그것도 별로다.

마지막까지 호기심을 버리지 못했던 게 하나 있긴 하다. 할머니의 정체. 도대체 왜? 저런 간섭엔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냐. 마지막에 가서야 그게 밝혀지는데 조금 의외였긴 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마치 반전 소설처럼 다루는 것도 무리가 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에 책장이 잘 넘어가 지루할 즈음에 끝났다. 분량도 많지 않다(318쪽). 수다 중간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부분, 행간에 삶의 지혜랄까, 작가의 통찰이 엿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나이 많은 할머니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대서 읽는 동안 조마조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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