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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ㅣ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들은 먹고사는 외에 좀더 즐기기 위해 남을 해친다. 어떤 방법이라도 가리지 않고 많이 차지하는 것을 좋아했다.
육이오라는 전쟁도 똑같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었다. 어른들은 개인끼리 빼앗고 뺏기는 것부터, 좀더 크게는 집단끼리 빼앗는 것이었다. 더 크면 나라끼리 빼앗기 위해 싸움이 일어난다. (265쪽)❞
갈등, 특히 전쟁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이 문장으로 부족할까.
근래에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책들을 연달아 읽게 되는데, 단지 눈에 띄어서 읽게 된 건지, 아니면 무의식이 이끈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 읽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라일락 걸스≫처럼 이 책도 ‘전쟁이 야기한 상실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저변엔 가부장,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란 의식이 썩은 물처럼 흐른다. 어린 아이의 눈에서 서술된 이야기라는 차이점만 빼면 고통받는 ‘여성들’이라는 핵은 같다.
그러나 작가는 ‘전쟁’이라는 특이한 상황 아래, 고통 받는 게 유독 여성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영문도 모른 채 손에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든 남자들을 기억 밖으로 되살려낸다.
학창 시절에 읽은 기억이 없는데, 요즘은 교과서에도 실려있다고들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다 읽고 어린 독자들이 읽기에 이야기가 너무 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접적으로나마 묘사되는 폭력의 수위도, 인물들이 겪는 고난의 정도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도 늙긴 늙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