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에디션 D(desire) 15
필립 지앙 지음, 장소미 옮김 / 그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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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도발적인 시작, 나른한 분위기에 어질어질하면서도 촘촘한 그물망 같은 이야기.

관계와 영향력, 독립과 의존, 사랑과 폭력 같은 이슈를 다루는데, 무엇보다 주인공 미셸의 좌충우돌하는 내면을 엿보는 게 흥미로웠다. 인간이란 원래 두서없고 밑도 끝도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여초 집단에서 회자될 만한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남자라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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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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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소설집이래서 읽었다.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내가 꼽는, 고금을 통틀어 한국 단편 베스트10에 든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물론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작가의 개성 같은 것들이 선배 작가들에 살짝 기대고 있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특히 문체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많이 보이고, 그래서 자전적인 글처럼 읽혔다. 잔잔한 분위기에 과거지향적인, 향수에 기댄 작품들로 채워졌다. 흥미진진하고 오감에 호소하기보다 마음을 향한, 기억 헤집고 내면을 더듬는 김연수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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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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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자체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범죄 이야기다. 그런데 작가가 영리했던 게, 평범한 소재를 아주 맛깔스럽게 담아낸다.

평범한 라면을 범상치 않은 플레이팅으로 특별한 요리로 둔갑시켰달까.

영화로 치면 페이크 다큐멘터리정도 되겠다.

소설에서 이야기 자체 만큼이나 형식과 구조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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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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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가며 읽었다.

보통 국내작가의 장편들에 만족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희귀한 경험이었다.

TV 드라마로 치면 인물의 직업관과 그 세계가 전면에 드러나는 오피스 드라마색이 짙은데, 그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주인공의 삶과 사랑, 직업에 대한 긍지와 책임 등이 책과 출판 시장을 중심으로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소설 속 모든 요소들이 치고 빠지며 잘 어우러진 훌륭한 읽을 거리였다.

 

하지만 주인공과 똑같은 일에 종사하는 조카의 말; 그 정도는 아니에요.

 

역시 소설은 소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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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 쏜살 문고
패트릭 해밀턴 지음, 민지현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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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란 말의 원조가 된 조지 쿠커의 영화 가스등(Gaslight, 44)의 원작 희곡과

히치코크가 영화로 만든 로프(Rope, 48)의 원작이 된 희곡, 두 편이 실렸다.

 

두 작품 모두 심리를 옥죄는 맛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좋아하는 터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가스등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다가 후반부에 터뜨리는 묘미가 있다. 영화와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가 더 풍부하다 느껴지는 건, 인물들의 모습을 배우들을 통해 이미, 여러 번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원작보다 못한 영화라고 실망하기가 일쑤인데, 이런 반대의 경험은 특이하다.

 

희곡을 활자로 읽는 게 얼마만인지.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맛이 있다.

작가가 소설도 썼다고 하는데, 소설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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