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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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흔한 ‘퀴어 로맨스’에서 벗어난 점에서 무척 새로웠다.
이 이야기는, 뭐랄까…, 사랑의, 사랑에 대한, 사랑을 위한, 사랑에 의한 이야기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이야기이지만 그 폭과 층위가 넓고 깊다.

두 명의 연인, 그리고 두 명의 엄마.
시작과 끝, 그리고 끝에서 비롯되는,
마치 화재로 폐허가 된 땅에서 움트는 새싹처럼
힘과 생명력을 갖춘 이야기였다.
책의 마지막 장 이후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해졌다.

화해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로도,
받아들임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단순히 외로운 개인과 개인의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
(아마도 이조차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보다 높고 넓은 무언가가 그 위에 있음을
작가는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감동적이게 보여준 것 같다.

영화도 있다고 들었는데
활자가 준 감동과 심상이 깨질까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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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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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많은 노작가+대작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스릴러와 호러, 미스터리, 고어(gore)를 능숙하게 배제하면서도 상상하게 만들어 몸서리치게 만드는 인질극까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캐릭터들은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고 상호 간의 앙상블도 보기 좋다.
적당히 공감은 가지만 호감은 줄 수 없는 악당까지.
이야기의 리듬도 좋고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다가도 어느 한 순간 숨통을 틔워주는 완급과 균형도 좋다.
이런 구성은 말 할 것 없고, 장면들마다 취사선택을 위해 심사숙고를 거친 태가 나, 어느 하나 낭비가 없어 보인다.

사실 스티븐 킹의 소설에 완성도 어쩌고 하는 게 불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작가의 재능이 돋보였단 말도 필요없지 않을까.
그냥 ‘재확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무릇 소설이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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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이크 무장 혁명사 - 교유서가 소설 × 경기문학 2024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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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작가가 어떤 의도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것에 동의도 하고.
하지만 좋은 의도가 늘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인물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당위가 빈약하다.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는 그렇다 쳐도 억지스러운 진행은 짧은 분량임에도 몹시 지루하다.

게다가 적지 않은 곳에서 작가가 허둥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않은 탓이겠지만,
무엇보다 ‘선과 악’이라는 관념 자체를 이야기로 형상화하려 한 의도 자체가 함정을 품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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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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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데 여드레가 걸렸다.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인물들은 과장되고 구성은 산만하여 집약도가 떨어진다.
긴장감이 결여된 이야기는 그냥 지루하다. 이야기 자체만 봐도 구태의연하다.

폼만 잡는 인물들에겐 절실한 동기가 없다. 개연성도 부족하다.
상황에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고, 딱히 해야 할 당위가 없는 행동들을 한다.
이야기 거리는 많은 편이지만 무엇 하나 추진력을 주질 못한다.
두 명의 주인공이 문제일까, 싶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작가가 이야기를 다루는 데 서툴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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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연구 암실문고
앨 앨버레즈 지음, 최승자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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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단어만큼 입에 대수롭지 않게 올리고, 그런 만큼 불경한 단어가 또 있을까.
마치 ‘섹스’처럼.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탄생보다 필연적인,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공평한 미래.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리의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미래.
거짓없는 약속은 죽음 뿐이지 않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혹은 세상을 저버리는, 그 능동적인 자기 파괴는 저주일까 축복일까, 범죄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히 우리들의 권리일까.
역사와 정신분석과 철학과 문학에 기대어 자살을 고찰한다.
나에겐 다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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