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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몇 번이나 책 소개글을 확인했다.
'이거 정말 논픽션이야?' 하고.
어떻게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하이킹을 하고 안전지도대원으로 활동하고 심지어 활강 스키를 즐긴단 말인가.
40여년 만에 수술로 다시 눈을 뜬다는 건 또 어떻고!
근데 사실이랜다.
마흔이 넘은 마이크 메이가 이제야 수술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예전에는 각막이식 수술을 해도 다시 혼탁이 발생하고 볼 수 없게 되는 케이스였는데 , 지금은 각막 혼탁을 방지하는 줄기세포를 먼저 이식하고, 그 다음에 다시 각막이식 수술을 하는 방법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은 앞 못보고 살던 시절의 가열찬 도전기. 그가 두 눈 멀쩡히 뜬 사람보다 활기차게 살 수 있었던 건 비결은 길 잃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지거나 낯선 곳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해낼 수 있었다.
그런 그지만 다시 눈을 뜰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머뭇거린다.
앞을 보겠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삶을 부정하는 건 아닐까.
수술이 실패하면 어쩌나(그러면 빛도 못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앞을 보게 되면 달라지는 건 없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장장 1년동안 생각한 끝에 메이 특유의 호기심과 모험심이 승리하여 수술을 결심한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서,
공휴일이던 어느 금요일 낮 1시 중앙시네마. 찜해놨던 영화 <윌로우 트리>를 보러 갔다.
관객 5명. 휴일인데 이정도면??
주인공의 상황이 이 책과 아주 비슷하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교수로서 만족스럽게 잘 살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 영화에서 그렇게 좋은 집은 처음 봤다) 주인공 유세프는 위기를 맞는다. 눈에 종양이 생긴 것. 유세프는 신께 울며 기원한다. 아직 더 살아야겠다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종양만 낫고 이전의 삶을 되찾는다면 정말 감사겠다고 했던 유세프는 수술을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가 대박(!) 소식을 들으니, 메이처럼 유세프도 수술을 하고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 당.연.하.게. 수술을 한다.
메이는 수술 후 되찾은 시력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다. 본다는 것은 생각처럼 자연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적응 방법을 찾느라 바쁘다. 도대체 사람 얼굴을 보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떻게 구분하는지, 길바닥에 선이 보이는데 그게 그냥 줄을 그거놓은 건지 계단인지, 이게 건물 그림자인지 어떤 장애물인지!
반면 영화에선 넘 잘본다. 포인트가 그게 아니고, 영화에서 그런 헤매는 장면 담고 있을 시간도 없었겠지만. 수술 하자마자 사람 얼굴도 잘 알아보고 미녀인지 아닌지도 금세 구분하고, 계단도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더라. 차라리 유세프도 메이처럼 사람얼굴을 못 알아보고 미녀인지 추녀인지 구분할 줄 몰랐다면 비극은 덜했을텐데.
같은 상황, 같은 전개에서 다른 결말을 보여준 책과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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