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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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다. 미래 예측서이다..
이 책에 대해서 이렇게도 말하던데, 과연 그렇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얘기이면서, 쓰인지 7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놀라운 얘기이다. 

이 신세계에서는 태아 단계에서부터-아니 난자 단계부터- 알파부터 엡실론까지의 계급을 정해두고 성장시킨다. 병 속에서.
하위 계층-감마 이하의- 인간들은 난자 하나를 2배, 4배 씩 분열시켜 72명, 96명씩 만들어 낸다.
모두 태어날때부터 같은 유전자, 같은 얼굴,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계급이 된다. 신세계식 평등을 위해 아예 같은 인간을 잔뜩 만드는 것이다.
성장하여 하게 될 노동에 딱 적당한 지능만을 가지도록 성장시키고,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게끔 적응 훈련이 되어 있고, 골치 아픈 일이 많은 상위 계급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세뇌되어 있다. 그리고 일종의 무해한 마약인 소마가 있어서 모두 행복하다.
그러니까 요는 행복을 위해서는, 비교하지 않고 만족하며 사는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행복을 위해 감정이란 위험한 것도 통제된다. 날씨가 좋을 때면 일터 있는 것이 불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전원을 싫어하게 조건반사 교육을 하고, 상실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한사람만을 특히 사랑하지 않도록 조작하고 제도화 한다. 감정을 어린아이 수준으로 유지시킨다. 애착을 갖게 만드는 원흉, 가족제도도 없앴다. 그리고 당연히 책도 통제되고, 음악, 영화, 철학 뿐만 아니라 과학까지도 통제된다. 
총통의 말을 들어보자. ^^; 

과학이 처음으로 통제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때였어. 즉 9년 전쟁 직후였지. 그때는 인간의 식욕을 통제한다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때였어. 조용한 생활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용납되었던 거야. 그 이후부터 우리는 계속 과학을 통제하고 있는 형편이지. 물론 진리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지. 그러나 행복에게는 매우 유리한 것이었어. 인간에겐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걸세. 행복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이 총통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다. 마지막 부분에 와선 의외로 현명하고, 이해심이 많고, 전체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나름대로 적당한 조치를 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신세계와 대비되는 세계로 원시 부족국가 같은 곳도 나오고, 그 곳에서 온 야만인(이라 불리는 사랑)이 등장해서 총통과 대화를 나누며, 헉슬리가 우리에게 하고픈 말을 마구마구 들려준다.

가장 주제를 잘 드러내는 대화 한 토막. 

-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
-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불행해질 권리 대 소마 1그램의 행복이라. 

유토피아를 다루는 소설에서 보이는 공통점들이 흥미롭다. 책에 빠져드는 것을 비웃는 모습, 원시적인 행동을 동경하는 듯한 모습, 모 아니면 도.
사람은 '적당히'를 모르는 존재라는 얘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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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지호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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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큰 지진, 증시 대폭락, 걷잡을 수 없는 산불, 1차 세계대전, 그리고 갑작스런 공룡 멸종까지.
전문가들은 사건이 일어난 후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 '원인은 바로 이거다' 분석하고 논평을 하지만 그걸 미리 알려줬어야지 나중에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이런 갑작스러운 사건에는 예측할 수 있는 전조가 없을까,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를 이책은 다루고 있다.

멱함수 법칙으로 각종 사건의 빈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모래알을 하나씩 계속 떨어뜨리다보면 경사가 점점 가파르게 쌓이다가 나중에 떨어뜨리는 모래알은 경사면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리게 된다. 같은 모래알인데 어떤 때는 살짝 미끄러지고 때론 큰 사태를 일으킨다. 무너지기 직전의 경사가 심한 지역에 모래알이 떨어지면 많이 무너져 내리고, 그 부분 가까이에 또 경사가 심한 지역이 있었다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대형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불안정한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한다.
지진도 이런 이유로 불안정안 지층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될때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에 비해 그보다 두배 큰 지진은 네 배 드물게 일어난다. 큰 사태일수록 일정한 비율로 적게 일어난다. 크면 클수록 횟수는 드물다.
산불도, 증시폭락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과학혁명과 역사까지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점이 흥미롭다.
과학이란 게 가설을 하나 세우고(가설A라 하자) 그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 귀납적으로 증명하고, 다른 이론이 그 가설A에 기초에서 전개되고....하면서 정설이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가설A에 맞지 않는 사소한 것들은 무시된다. 그렇게 수십년 수백년 유지되다가 임계상태에 이르면 어느 한 모래알(=가설B, 아인슈타인이나 뉴턴같은 과학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에 의해 부정되고 새로운 가설에 기초한 과학이 정설이 된다. 그 거대한 과학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수많은 가설들이 생기자마자 사라지기도 하고, 몇몇 다른 이론에 의해 지지받다가 오류가 발견되어 폐기되곤 한다. 그 수치 역시 그래프로 나타내어 보면 멱함수 법칙이 보인다.

사실 앞부분에서 꽤 오랫동안 지진이야기만 나와서 어라, 이거 지진에 관한 책이던가, 했는데 저자는 사실은 역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사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이 방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카를 마르크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기원과 성격을 분석하기보다 쉽고, 볼셰비키 혁명이 니콜라스 2세의 우둔함이나 독일의 금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깊숙이 숨어 있는 사회적 원인을연구하는 것보다 쉽고, 금세기에 일어난 세계대전의 원인을 국제 체제 붕괴에서 찾기보다 빌헬름 2세와 히틀러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쉽다./ 책 속 인용


그렇지만 저자는 위대한 개인들이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사건을 몰아가는 힘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래가 쌓여있는 형태가 그 사태의 원인이고,  그래서 역사의 경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언제 공황이 발생할지, 세계대전이 발발할지도 알 수 없다.
사건 이후에 단순한 멱함수 그래프로 그려보일 수는 있지만,  여전히 다음 지진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디에서 언제 발생할지 예측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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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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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내내 가족들이며, 회사 동료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 왜 그런 책을 읽어?
- 아, 다들 오해하는 거야. 백수생활 가이드 같은 게 아니라구. 책 읽을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백수를 선택한 주인공 이야기야. 일년에 오백권 정도 읽는대.
그렇게 말해도 다들 그냥 흐응... 별로 호기심이 일지 않는 모양들이다.
난 그 설정에 끌려서 집이들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는 걸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책 읽기는 공부라는 성실하고 고리타분한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내 책 읽기는 처음부터 놀이였을 뿐이다. 내가 설사 아주 어려운 학술 책을 읽고 있다고 해도 그것 역시 놀이일 뿐이다. 놀이가 꼭 쉬울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아주 지능적이어야 하고 연마를 거듭해야 하는 바둑이나 장기, 체스를 놀이로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77쪽)

사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위의 인용문처럼 주인공이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변명(?)을 자주 늘어놓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책을 왜 읽는가를 많이 생각하며 읽은 것 같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기도 하고, 난 아냐...하기도 하고. 인용해온 초록 글씨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도 일단은 재미를 추구해서 책을 읽지만, 공부도 되는 책에 더 점수를 주는 편. 공부가 될만한 재밌는 책을 고르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많은 책이 많이 등장하니 백수생활가이드가 아니라 독서가이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읽다보니, 주인공과 나랑은 글 읽는취향이 다른 것 같아서, 쩝... 주인공은 오직 소설만 읽는데, 난 한달 내내 소설만 읽고 살 수 없다.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라 공부도 해야해~! ㅋㅋ

어쨌든 주인공의 할머니처럼 만사를 재미있다와 없다로 분류한다면 이 책은 '재미있다' 쪽에 든다. 공부는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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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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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 시절, 안델센 동화에 폭 빠져들던 기억이 난다.
예를들어, 인어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발을 얻는 장면까지 읽다가, 잠깐 미뤄좋고 다른 책을 읽긴 힘들겠지? 그런 이유로 난 즉흥시인을 읽는 동안엔 즉흥시인에만 집증했다. (다른때 같으면 이런 두꺼운 책은 절대 들고 다니지 않는데!)
아름다운 글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또 생각지못하게 어찌나 파란만장하고 스피디하기까지 하던지.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안델센 동화가 대개 그렇지 않았던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 뿐 아니라, 안델센과 안토니오가 사랑한 이탈리아까지 사랑스러워져서 소설속 그 곳들을 꼭 찾아가봐야할 것만 같다. 

제목이 즉흥시인이니만큼,
주인공 안토니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즉흥시를 짓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소위 선배격인 사람이 안토니오에게 비법을 알려준다.
'사랑, 고대, 이탈리아의 아름다움, 시와 예술 이런 것들에 대한 짧은 시를 몇 편 외워두었다가 적당한 때 꺼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토니오는 그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시제를 주면 안토니오는 우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보았던 풍경, 그때 느꼈던 감정, 그 아름다움, 감동, 공포까지.
그걸 짧은 시간동안 정리에서 읊다니....천재야. 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평소, 사물을 대할 때의 태도가 시인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듯.

사람들과 폼페이 유적을 보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안토니오는 그 광경에 빠져들고 있는데, 동행했던 이들은 폼페이에 대한 기록이며, 그림의 성분 등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른 이들은) 눈앞에 있는 시적 현실을 거뜰떠보지도 않고 거기에 관한 비평이나 논문에만 열중해 있었다..... 나를 둘러싼 현실은 시의 세계였고, 이 세계 안에서만 내 마음은 편안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수백 년이 몇 년으로 줄어들고 순간적으로 계시된다. 이리하여 모든 근심은 잠들고, 내 마음은 다시금 평온을 되찾아 영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즉흥시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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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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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을 읽을 때 보니, 뒷부분에서 작가가 '앞에서 묘사한 이런이런장면 기억나? 요건 기억나? 그때 내가 뭐랬어?' 라고 막 질문을 해대는데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이 책에서도 그럴까봐 꼼꼼하게 읽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다 읽고나서 보니 또 설렁설렁 읽었다는 - 놓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다.  너무 재밌어서 속도를 늦추고 한글자 한글자 읽을 수가 없었어....


내가 되고자 했던 그와 그가 된 나. 나는 그인가, 나인가.
사람들은 모두 같은가, 내가 나인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까. .... 같은 질문은 무시해도 좋다.
이 모든 일은 필연인가 우연인가, 실제인가 허구인가.... 이런 것도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면, 한번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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