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지호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재앙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큰 지진, 증시 대폭락, 걷잡을 수 없는 산불, 1차 세계대전, 그리고 갑작스런 공룡 멸종까지.
전문가들은 사건이 일어난 후에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 '원인은 바로 이거다' 분석하고 논평을 하지만 그걸 미리 알려줬어야지 나중에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이런 갑작스러운 사건에는 예측할 수 있는 전조가 없을까,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를 이책은 다루고 있다.

멱함수 법칙으로 각종 사건의 빈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모래알을 하나씩 계속 떨어뜨리다보면 경사가 점점 가파르게 쌓이다가 나중에 떨어뜨리는 모래알은 경사면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리게 된다. 같은 모래알인데 어떤 때는 살짝 미끄러지고 때론 큰 사태를 일으킨다. 무너지기 직전의 경사가 심한 지역에 모래알이 떨어지면 많이 무너져 내리고, 그 부분 가까이에 또 경사가 심한 지역이 있었다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대형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불안정한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한다.
지진도 이런 이유로 불안정안 지층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될때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에 비해 그보다 두배 큰 지진은 네 배 드물게 일어난다. 큰 사태일수록 일정한 비율로 적게 일어난다. 크면 클수록 횟수는 드물다.
산불도, 증시폭락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과학혁명과 역사까지도 이런 관점에서 보는 점이 흥미롭다.
과학이란 게 가설을 하나 세우고(가설A라 하자) 그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 귀납적으로 증명하고, 다른 이론이 그 가설A에 기초에서 전개되고....하면서 정설이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가설A에 맞지 않는 사소한 것들은 무시된다. 그렇게 수십년 수백년 유지되다가 임계상태에 이르면 어느 한 모래알(=가설B, 아인슈타인이나 뉴턴같은 과학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에 의해 부정되고 새로운 가설에 기초한 과학이 정설이 된다. 그 거대한 과학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수많은 가설들이 생기자마자 사라지기도 하고, 몇몇 다른 이론에 의해 지지받다가 오류가 발견되어 폐기되곤 한다. 그 수치 역시 그래프로 나타내어 보면 멱함수 법칙이 보인다.

사실 앞부분에서 꽤 오랫동안 지진이야기만 나와서 어라, 이거 지진에 관한 책이던가, 했는데 저자는 사실은 역사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사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이 방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카를 마르크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이 공산주의의 기원과 성격을 분석하기보다 쉽고, 볼셰비키 혁명이 니콜라스 2세의 우둔함이나 독일의 금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깊숙이 숨어 있는 사회적 원인을연구하는 것보다 쉽고, 금세기에 일어난 세계대전의 원인을 국제 체제 붕괴에서 찾기보다 빌헬름 2세와 히틀러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쉽다./ 책 속 인용


그렇지만 저자는 위대한 개인들이 거대한 사건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사건을 몰아가는 힘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모래가 쌓여있는 형태가 그 사태의 원인이고,  그래서 역사의 경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언제 공황이 발생할지, 세계대전이 발발할지도 알 수 없다.
사건 이후에 단순한 멱함수 그래프로 그려보일 수는 있지만,  여전히 다음 지진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디에서 언제 발생할지 예측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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