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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터넷
최민호 지음 / 따뜻한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간에 교감하고 소통하는 장치인 인터넷의 대척점을 생각하며 만든 단어 아웃터넷.
소설 속 발명품인 텔레스코프라를 이용하여 식물과 소통하는 시스템을 칭하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벡스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거짓말 탐지기를 식물에 연결하여 모니터에 나타나는 파장의 변동을 보며 그 것이 식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거라고 설명하여 인기를 끌었더랬다.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나타나면 불안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보이면 기뻐하고... 더 나아가선 자신을 돌봐주던 주인이 여행 중 위험한 상황이 되면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그걸 감지하고 불안한 파장을 나타낸다거나...
그런데 어느날, 식물을 태우는 등 위협적인 실험을 하던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거지말 탐지기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는다. 벡스터는 식물이 겁에 질려 죽은 척 위장을 한 거라고 변명했던가... 뭐 그랬지만 그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게 되지...
그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뭐야, 완전 사기꾼이구만~'하면서 넘어갔는데, 그 책의 저자는 중립적으로 소개하면서도 뭔가 아쉬워하는 듯 보였었다. 식물을 오래 가까이하다보면 애완동물을 기를 때처럼 소통하고 사람보다 더 자신을 이해하는 듯 느끼게 되어 벡스터의 주장도 믿고 싶어져 그런 건지...
후르마쓰 부녀는 식물이 어쩌면 인간보다 고등한 사고를 하는 존재라 여기고 있고 어쩌면 벡스터의 뒤를 잇는 듯한 연구를 계속한다. 인간이 알아듣지 못할 뿐이지 식물을도 사고하며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식물의 감정을 인간의 언어로 변환하는 기계를 개발한다.
반면 막스 쉬뢰더 연구원의 소장 쉬뢰더 씨는 식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개발하고 이용할 대상으로 여기고 유전자 합성을 통한 품종 개발을 계속한다. 벡스터 실험실에 마지막에 등장해서 벡스터에게 사기꾼이란 낙인을 찍었던 그 남자 같은 존재랄까... 쉬뢰더 씨가 골몰하고 있는 것은 식물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한 꽃 튜라플라네스의 개발이었다.
그리고 그 두 식물관 사이에 젊은 주인공 마순원이 있다고 해야할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그 학생은 독자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일 뿐 (그앤 식물 전공이 아니다보니 여기저기 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게 된다) 그리 중요하지 않고, 제프가 그 중간에 존재하는 중요한 인물인 듯하다.
제프는 과학자이긴 하지만 개발보다 보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산업적 이용보다 관찰과 분석 자체에서 의의를 찾는 젊은이이다.
여러차례 순원에게도 자연 앞에 오만하지 말것, 식물 등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다가는 오히려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랬던 그인데.. 어째서 막상 튜라플라네스가 완성되자 스스로 나서서 더욱 독성을 강화하는 실험을 제안하고 직접 수행하고 끝내 사람이 죽도록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게다가 박사도 동의하고 함께 수행하던 실험이었는데 왜 끝끝내 그 실험 내용을 숨겼던 건지도.
저자는 어쩌면 문명을 이용하면서 환경보전을 외치는 서양식 환경주의자를 곱게보고싶어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드네? 전통적 동양식 환경주의랄 수 있는 - 나무 신령을 숭배하는 모습 등은 곱게 봐주면서 말이다.
또 한가지 신경쓰이는 내용은 뜬금없이 등장한 사막 녹지화 계획. 꽃 하나 합성했다가 그 사단이 났는데 거대한 사막을 별 고민 없이 녹지로 만들겠다고 나서도 괜찮은 걸까.... 우려 된다.
텔레스코프를 연결해서 사막의 선인장이나 습지의 식물들 그리고 오래 살아온 나무 신령에게 부디 물어보고 착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