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담청빛 새벽 1 [BL] 담청빛 새벽 1
소대원 / B&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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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헌은 머리맡을 더듬어 자리끼가 담긴 주전자와 놋쇠 그릇을 집어 들었다. 미지근한 물이나마 단숨에 들이켜자 정신이 약간 맑아졌다. 그러나 그도 잠시, 집무실에서 백은래와 마주할 생각을 하자 속이 갑갑해졌다.

주자헌을 구해 준 아이는 머리쓰개와 갖옷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밖의 실마리라고는 어렴풋한 기억뿐이었다.
사내아이가 확실한지 기화령이 물었을 때, 주자헌은 약간 자신감을 잃었다.

다만 아이가 여자아이라면, 그렇다면 그 아이를 비로 삼을 것이라는 주자헌의 마음만은 진심이었다. 일생토록 곁에서 아끼고 귀애해 주고 싶었다. 그날 이후 주자헌의 삶은 아이에게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원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자헌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는 더 이상 인간의 신의를 믿지 않았다.

장안에서 지내는 동안 어린 주자헌이 얻은 것이라고는 숱한 배반과 좌절뿐이었다.

그나마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벗은 하나 얻었으니 그렇게까지 나쁜 삶은 아니라고 주자헌은 생각했다.

어딘가에 살아 있기는 한 것인지,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것을. 주자헌은 그날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던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주자헌은 그저 그를 다시 한번만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태양 아래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네가 구해 준 어린 주자헌이 이렇게 무사히 살아남았다 알려 주고 싶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의를 주었으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 주겠노라고.

결국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병영 내의 누군가가 백은래를 함부로 대해도 좋을 만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은 모두 제 탓이었다

주자헌은 자신이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고, 객쩍은 마음에 죄 없는 종이 끄트머리만 만지작대야 했다. 제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백은래에게 전해진다면 좋겠다 생각하며.

짧은 순간 지나간 것은 흡사 작고 귀여운 생김새의 낯선 짐승을 보았을 때나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당혹과 두려움을 뒤섞은 다음 약간의 설렘을 더한다면 이러한 느낌일까.

불현듯 주자헌은 서책에서 외운 듯 흠잡을 구석 하나 없는 대답이 아닌, 백은래의 진심이 듣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어떠한 확신 같은 것이 주자헌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면전에서 비판을 쏟아 낼지언정 결코 제 등 뒤에서 칼을 뽑아 들지는 않으리라는, 그런 믿음이.

답하는 목소리는 맑았고, 새벽이 내려앉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창가에 드리운 주렴에 걸러진 햇살이 백은래의 옆얼굴과 목선을 비추었다. 곧게 뻗은 목은 잘 말린 종이처럼 희고 단정하여 먹의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피를 이어받은 이가, 그 점을 내세우지 않고 평민인 제 병사들과 함께 흙먼지를 마시며 생활하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일까

공직에는 나서지 말고, 공연히 바른 말을 하여 타인의 기분을 거스르지 말고, 책이나 쓰며 자연을 벗 삼아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그는 부단히도 강조했다. 너는 눈에 띄는 자리에 서면 공격받기 쉬우니, 그래야만 한다고.

백은래는 이 나라의 미래를 바꾸고 싶었다. 누구도 자신과 같은 대우를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 손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뺨의 붉은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터였으나 백은래의 기분이 상했던 그 순간은 물이 강 하류로 떠내려가듯 돌아볼 틈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강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이미 상하고 만 그의 기분을 되돌리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바람이 새어듦과 동시에 비스듬한 햇빛이 안으로 쏟아지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은래의 청회색 눈이 빛을 받아 선연한 색채를 띠었다. 청금석을 갈아 진주를 녹인 물에 섞는다면 이런 빛깔이 나올까.

무릇 근면함이란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미덕이었으며 위정자로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었다.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북명족의 항쟁으로 양친을 잃은 소년이 남아 있었다.

백은래는 다만 향주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었고, 거기에 경왕이라는 추를 달아 고정하고 싶은 것이었다.

심장이 유난스레 크게 뛰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 백은래가, 자신을 믿는다 말해 준 것인가?

삶은 언제나 한밤의 숲처럼 막막하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나, 적어도 발치를 밝혀 주는 불빛이 있다면 조금은 덜 암담하게 느껴질 터였다.

북명족으로서 금족의 땅에서 살며 겪는 모든 일들을 담담히 흘려보내며, 세상이 자신을 어찌 대우하건 아랑곳 않고 그저 만사를 옳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의 어깨는 지나치게 가늘었다.

그럼에도 그 자세만은 대나무처럼 꼿꼿하여, 휘어지느니 부러지고 말 것만 같았다. 청회색 시선은 파도의 가장자리처럼 아련하여, 곧 포말이 되어 사라질 듯 덧없어 보였다.

삼가고 에두를지언정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하면 가장 내밀한 마음만은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주자헌을 상대하고 있자면, 금이 간 물동이처럼 어디선가 본심이 새어 나가고 말았다. 그의 무엇이 그리 각별하기에 그런 것인지.

그럼에도 주자헌은 백은래를 지키고 싶었다. 그가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어떠한 모멸도 겪지 않도록. 모든 이가 그를 우러러보도록.

스스로도 아직 명확히 깨닫지 못한 마음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해소되지 못한 충동이 심장을 채우다 못해 혈관을 타고 어지러울 정도로 전신을 돌고 있어, 주자헌은 백은래의 목련처럼 하얀 얼굴과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운 단정한 눈매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잃어도 되는 병력 같은 것은 없었다. 주자헌이 화포에 매달리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동남방위영의 모든 목숨이 제 책임 하에 있었으므로.

주자헌은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거기에 어떤 결과가 따르든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것을 죄책감이라 일컫는 것이 옳은지도 확신할 수 없었으나,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다는 이 마음이 달리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책임져야 할 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니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반드시 살아야 했으며, 반드시 백은래에게 돌아가야 했다.

불현듯 위문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주자헌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가벼운 혼란이었다.

내가 향주를 위해 싸우고 돌아왔다고, 그러니 그대는 염려할 것 없이 기력을 회복하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고, 그렇게 말하면 백은래는 어떤 얼굴을 할까.

안아 줄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이 홀로 자라나는 동안, 사람의 온기가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 없었다 말한다면 기만이리라.

청회색 눈동자는 가을 아침의 안개처럼 아련한 빛깔이어서, 할 수 있다면 손안에 가두어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는 수렵꾼의 아이였다. 활을 쥐고 나무 사이를 누비며 자란 그에게, 쇠와 숲의 냄새는 머나먼 고향을 떠난 뒤로는 맡을 수 없었던 그리운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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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나간 팔과 다리를 붙여 줄 순 없겠지만, 난 그냥 고통을 줄여 주고 싶었어요."

테두리가 금빛으로 빛나는 선명한 육각형이 자신의 등에 새겨진 반흔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자 새삼 가슴이 술렁였다

자신에게 자결을 요구하던 무뢰한을 정인이라 부르게 되다니.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샘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샘내는 감정과는 조금 다르죠. 정을 준 이에게만 느낍니다."

하지만 오래된 소나무 향내처럼 오묘한 이 체취엔 도저히 경계심을 가질 수 없다. 이 세상에 하나뿐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인의 체취이기 때문이다

"본신의 모습에서 탈피되어 나온 금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뿐인…… 아니 단둘뿐인 물건이니 잘 지니고 계십시오. 한 번 부서지면 울리지 않으니까 주의하고."

웃느라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비친 금색이 햇빛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신수에게서 피를 착취해 살아가면서도 그를 귀중하다 말하고, 귀하다고 말하면서도 감금하고, 매번 은혜를 바라면서도 그의 감정을 헤아리거나 봉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작일 밤만 해도 친우 같은 가족과 칼춤을 추어 정인에게 기쁨을 주었고, 금일 아침만 해도 가슴에 금색 꿀이 고일만큼 달큼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럴 순 없었다. 머리에 피가 식어 두피 전체가 저릿저릿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가장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도 지금 느끼는 이 낙차보다는 강렬하지 못하리라.

자결하라는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던 아름다운 신수가 보고 싶었다

팔은 안 되는데. 내 정인은 양팔로 꼭 끌어안아 주는 걸 좋아하는데. 한 팔로도 괜찮을까. 한 팔로도 괜찮다고 해 주겠지? 서가 대신 자신에게 양팔이 있으니 충분하다고…….

심장, 심장은 하나뿐인데.
"이걸 잃으면……."
고통과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회랑 바닥을 긁었다.
"정말 다신 볼 수 없는데……."

혹한의 추위 속 국경에서 올려다보았던 검은 하늘.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그 암흑은 너무 깊고 진해서, 별빛보다 희게 웃는 아금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돌연 커다랗게 뜨인 금색 눈동자에 기름등의 불빛이 스쳤다. 자신 때문에 서가가 벌을 받았다.

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상황이 불리하다 여겨졌다. 요구가 떨어지면 당연하게 행해지던 피의 착취가 이제는 무척 부당하다고 생각됐다.

서가도 많이 나았을까. 지금 상태가 어떨까. 궁금하였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서가의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다. 어디에 있든, 많이 아프지 않다면 좋을 텐데.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자신은 오래 살 수 있으니 그가 유배를 갔다면 분명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의 능선은 고른 곳을 알 수 있고, 강 역시 얕아지는 지점을 몸이 이미 알고 있다. 아금이 집중하는 감각은 방울 소리를 듣는 청각뿐. 방울의 소리가 강하게 들리는 쪽으로 쉬지 않고 달릴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청명하고 선명한 울림이었는데,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땅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피가 맺혀 찢어진 아금의 손끝이 서가의 목덜미를 따라 가슴 아래로 내려와 옷섶을 헤쳤다. 여기로 와 달라며, 자신을 찾아 달라며 유류품처럼 울고 있던 소리. 이곳에서 계속 자신을 부르고 있었던 소리를 가장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짝을 만난 방울은 사명을 다하여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아금의 품속에서 공명하며 울고 있던 작은 금속도 건조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아금은 다시 연인의 얼굴을 더듬었다. 눈가며 가슴을 가른 상처 위를 문지르고 매만졌다. 이 나라의 명맥을 고고하게 지키던 귀하디귀한 약이지만 사람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

아금은 이 피로, 희생으로 이 나라를. 황족을 지키고 있었다. 알량하다면 알량한 그 자부심 하나로. 그저 그 이유 하나를 되새기며 모진 고통과 모욕을 참아 냈다.

처음으로 정을 주었던, 이다지도 긴 일생에 단 한 명뿐이었던 정인인데.

틈 없이 꽉 조여진 목구멍은 무언가를 토해 내려 꿈틀거렸지만 일평생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살아온 신수는 제대로 울음조차 토해 내지 못했다.

애타는 울음소리 속. 아금의 금빛 눈동자에 조그맣게 피어 있던 불씨가 훅 소리를 내며 꺼졌다. 다시는 어떠한 불이 붙지 않도록 심까지 깊숙이 잘렸다

환궁. 민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쳐야 하는 자신을 꼼꼼히 숨기고 감금하던 그 신수궁으로, 자신은 다시 돌아가는 건가.

황제가 죽으면 이제는 이 인간에게 피를 주면서, 이어서 또 이 인간의 자식에게, 또 그 자식에게 살을 뜯기면서 살아가고, 피를 주며 이 나라를 계속 살리는 건가

신수는 여태껏 보여 준 적 없는 강한 신력으로 모든 인간들, 넘어서 생물들을 억누르고 있었다

쓰러져 있는 자와 서 있는 자의 위치만 뒤바뀌었을 뿐. 그가 자신을 보는 감정은 똑같았다. 적개심이다.

서가보다는 작고, 자신과 엇비슷한 키. 검은 비단같이 흐르는 매끄러운 머리카락. 백자 같은 얼굴에서 빛나는 꿀처럼 농후한 금색 눈동자. 그에게서 갑자기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인정은 거센 강물에 출렁이는 배의 난간을 잡으며, 멀어져 가는 신수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대로 그와 헤어져선 안 된단 강함 예감이 들었다. 이렇게 헤어진다면 자신은 신수를 다신 보지 못하리라. 다시는.

눈보라가 그친 새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흐르는 강물의 방향과 똑같이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길고 작은 별들의 길. 조용히 깜박이는 흰 눈꺼풀 틈으로 별빛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가 비웃든 말든, 신수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마저 감상하겠다는 듯 흰 목을 꺾어 올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투명하고 얇은 살얼음 아래에서는 거센 강물이 휘몰아쳤다. 깨지기 직전의 얇은 얼음 한 장이, 쐐애액 소리를 내며 세차게 흐르는 물 위에 간신히 얼어 있었다

굵은 혈관 안을 빠르게 흐르는 피처럼. 살얼음 아래를 거세게 흐르는 새까만 강물만이 그의 눈 안에 가득했다.

늘 반짝이던 금빛 안의 동공이 평소보다 몹시 작고, 빛깔 역시 다르게 띄고 있단 사실을, 황태자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황태자는 늘 실수했으며, 늘 한걸음이 늦었다.

자신의 이름은 정인만이 부를 수 있다. 서가가 자신을 ‘아금 님.’이라고 다정하게 부른 날 그렇게 정했다.

오래도록, 왜 이런 이들을 그리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나. 왜 그리 존중하고 뒤를 감추어 주느라 정인을 잃었나.

형체 없는 권력과 영생을 탐하며, 살을 찢고 자신의 피를 가져가던 새삼 그들이 대단했다.

아금은 피가 점점이 튄 뺨을 손등으로 훑었다. 작은 방울이었던 피는 하얀 뺨에 유성우 꼬리 같은 궤적을 그렸다.

인간의 체온으로 이미 얼음이 녹아, 피로 질척이는 땅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인을 향해 발을 떼는 신수의 걸음을 붙잡는 건 살해당한 황족의 피인가, 멸망을 예감하여 서럽기 시작한 무국의 흙인가.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부패하지 않은 새하얀 시신이 검붉게 젖은 신수에게 고요히 안기는 순간은 꿈이라고 생각될 만큼 기이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각막에 각인되었다.

서가 님. 우리 멀리멀리 가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가물가물해져 가는 시야 속. 멀리멀리 떠난다는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고, 어쩐지 꾸역꾸역 눈물이 났다.

멀리 구름을 헤치며 올라오는 일출을 보고 있는 금빛 눈동자가 물비늘에 반짝였다. 서가의 시신을 안고 오래도록 걸어 당도한 국경의 북쪽 끝.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큰 파도가 부딪치며 풍성하고 새하얀 포말을 일으켰다.

늘 기분 좋은 묵직함으로 자신을 누르던 따뜻한 인간의 체온. 촉촉하게 피부에 닿았던 땀. 부드러이 뺨과 입술을 적시던 입술의 점막. 잠들려는 자신을 고집스레 꽉 안던 두 팔의 근육. 모두 차갑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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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가 금빛으로 빛나는 선명한 육각형이 자신의 등에 새겨진 반흔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자 새삼 가슴이 술렁였다

자신에게 자결을 요구하던 무뢰한을 정인이라 부르게 되다니.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샘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샘내는 감정과는 조금 다르죠. 정을 준 이에게만 느낍니다."

하지만 오래된 소나무 향내처럼 오묘한 이 체취엔 도저히 경계심을 가질 수 없다. 이 세상에 하나뿐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인의 체취이기 때문이다

"본신의 모습에서 탈피되어 나온 금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뿐인…… 아니 단둘뿐인 물건이니 잘 지니고 계십시오. 한 번 부서지면 울리지 않으니까 주의하고."

웃느라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비친 금색이 햇빛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신수에게서 피를 착취해 살아가면서도 그를 귀중하다 말하고, 귀하다고 말하면서도 감금하고, 매번 은혜를 바라면서도 그의 감정을 헤아리거나 봉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작일 밤만 해도 친우 같은 가족과 칼춤을 추어 정인에게 기쁨을 주었고, 금일 아침만 해도 가슴에 금색 꿀이 고일만큼 달큼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럴 순 없었다. 머리에 피가 식어 두피 전체가 저릿저릿했다. 이 땅에 존재하는 가장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도 지금 느끼는 이 낙차보다는 강렬하지 못하리라.

자결하라는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던 아름다운 신수가 보고 싶었다

팔은 안 되는데. 내 정인은 양팔로 꼭 끌어안아 주는 걸 좋아하는데. 한 팔로도 괜찮을까. 한 팔로도 괜찮다고 해 주겠지? 서가 대신 자신에게 양팔이 있으니 충분하다고…….

심장, 심장은 하나뿐인데.
"이걸 잃으면……."
고통과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회랑 바닥을 긁었다.
"정말 다신 볼 수 없는데……."

혹한의 추위 속 국경에서 올려다보았던 검은 하늘.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그 암흑은 너무 깊고 진해서, 별빛보다 희게 웃는 아금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돌연 커다랗게 뜨인 금색 눈동자에 기름등의 불빛이 스쳤다. 자신 때문에 서가가 벌을 받았다.

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상황이 불리하다 여겨졌다. 요구가 떨어지면 당연하게 행해지던 피의 착취가 이제는 무척 부당하다고 생각됐다.

서가도 많이 나았을까. 지금 상태가 어떨까. 궁금하였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서가의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다. 어디에 있든, 많이 아프지 않다면 좋을 텐데.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자신은 오래 살 수 있으니 그가 유배를 갔다면 분명 다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의 능선은 고른 곳을 알 수 있고, 강 역시 얕아지는 지점을 몸이 이미 알고 있다. 아금이 집중하는 감각은 방울 소리를 듣는 청각뿐. 방울의 소리가 강하게 들리는 쪽으로 쉬지 않고 달릴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청명하고 선명한 울림이었는데,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땅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피가 맺혀 찢어진 아금의 손끝이 서가의 목덜미를 따라 가슴 아래로 내려와 옷섶을 헤쳤다. 여기로 와 달라며, 자신을 찾아 달라며 유류품처럼 울고 있던 소리. 이곳에서 계속 자신을 부르고 있었던 소리를 가장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짝을 만난 방울은 사명을 다하여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아금의 품속에서 공명하며 울고 있던 작은 금속도 건조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아금은 다시 연인의 얼굴을 더듬었다. 눈가며 가슴을 가른 상처 위를 문지르고 매만졌다. 이 나라의 명맥을 고고하게 지키던 귀하디귀한 약이지만 사람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

아금은 이 피로, 희생으로 이 나라를. 황족을 지키고 있었다. 알량하다면 알량한 그 자부심 하나로. 그저 그 이유 하나를 되새기며 모진 고통과 모욕을 참아 냈다.

처음으로 정을 주었던, 이다지도 긴 일생에 단 한 명뿐이었던 정인인데.

틈 없이 꽉 조여진 목구멍은 무언가를 토해 내려 꿈틀거렸지만 일평생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살아온 신수는 제대로 울음조차 토해 내지 못했다.

애타는 울음소리 속. 아금의 금빛 눈동자에 조그맣게 피어 있던 불씨가 훅 소리를 내며 꺼졌다. 다시는 어떠한 불이 붙지 않도록 심까지 깊숙이 잘렸다

환궁. 민물 속을 자유로이 헤엄쳐야 하는 자신을 꼼꼼히 숨기고 감금하던 그 신수궁으로, 자신은 다시 돌아가는 건가.

황제가 죽으면 이제는 이 인간에게 피를 주면서, 이어서 또 이 인간의 자식에게, 또 그 자식에게 살을 뜯기면서 살아가고, 피를 주며 이 나라를 계속 살리는 건가

신수는 여태껏 보여 준 적 없는 강한 신력으로 모든 인간들, 넘어서 생물들을 억누르고 있었다

쓰러져 있는 자와 서 있는 자의 위치만 뒤바뀌었을 뿐. 그가 자신을 보는 감정은 똑같았다. 적개심이다.

서가보다는 작고, 자신과 엇비슷한 키. 검은 비단같이 흐르는 매끄러운 머리카락. 백자 같은 얼굴에서 빛나는 꿀처럼 농후한 금색 눈동자. 그에게서 갑자기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인정은 거센 강물에 출렁이는 배의 난간을 잡으며, 멀어져 가는 신수를 향해 울부짖었다. 이대로 그와 헤어져선 안 된단 강함 예감이 들었다. 이렇게 헤어진다면 자신은 신수를 다신 보지 못하리라. 다시는.

눈보라가 그친 새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흐르는 강물의 방향과 똑같이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길고 작은 별들의 길. 조용히 깜박이는 흰 눈꺼풀 틈으로 별빛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가 비웃든 말든, 신수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올려다보던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마저 감상하겠다는 듯 흰 목을 꺾어 올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투명하고 얇은 살얼음 아래에서는 거센 강물이 휘몰아쳤다. 깨지기 직전의 얇은 얼음 한 장이, 쐐애액 소리를 내며 세차게 흐르는 물 위에 간신히 얼어 있었다

굵은 혈관 안을 빠르게 흐르는 피처럼. 살얼음 아래를 거세게 흐르는 새까만 강물만이 그의 눈 안에 가득했다.

늘 반짝이던 금빛 안의 동공이 평소보다 몹시 작고, 빛깔 역시 다르게 띄고 있단 사실을, 황태자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황태자는 늘 실수했으며, 늘 한걸음이 늦었다.

자신의 이름은 정인만이 부를 수 있다. 서가가 자신을 ‘아금 님.’이라고 다정하게 부른 날 그렇게 정했다.

오래도록, 왜 이런 이들을 그리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었나. 왜 그리 존중하고 뒤를 감추어 주느라 정인을 잃었나.

형체 없는 권력과 영생을 탐하며, 살을 찢고 자신의 피를 가져가던 새삼 그들이 대단했다.

아금은 피가 점점이 튄 뺨을 손등으로 훑었다. 작은 방울이었던 피는 하얀 뺨에 유성우 꼬리 같은 궤적을 그렸다.

인간의 체온으로 이미 얼음이 녹아, 피로 질척이는 땅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정인을 향해 발을 떼는 신수의 걸음을 붙잡는 건 살해당한 황족의 피인가, 멸망을 예감하여 서럽기 시작한 무국의 흙인가.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부패하지 않은 새하얀 시신이 검붉게 젖은 신수에게 고요히 안기는 순간은 꿈이라고 생각될 만큼 기이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각막에 각인되었다.

서가 님. 우리 멀리멀리 가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가물가물해져 가는 시야 속. 멀리멀리 떠난다는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고, 어쩐지 꾸역꾸역 눈물이 났다.

멀리 구름을 헤치며 올라오는 일출을 보고 있는 금빛 눈동자가 물비늘에 반짝였다. 서가의 시신을 안고 오래도록 걸어 당도한 국경의 북쪽 끝.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큰 파도가 부딪치며 풍성하고 새하얀 포말을 일으켰다.

늘 기분 좋은 묵직함으로 자신을 누르던 따뜻한 인간의 체온. 촉촉하게 피부에 닿았던 땀. 부드러이 뺨과 입술을 적시던 입술의 점막. 잠들려는 자신을 고집스레 꽉 안던 두 팔의 근육. 모두 차갑고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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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난 적도 없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 주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의 날숨이 지금 가질 수 있는 가장 따스한 것이었기에, 주자헌은 그저 상대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잠자코 기다렸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배워야 했다. 부모의 죽음에는 연유가 있을 터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너를 찾아 이 은혜를 갚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무사하기를.
언젠가 다시 만나,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네게 줄 수 있기를.

전임자가 하는 일 없이 녹봉만 받아먹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로 도적놈이었다. 작정하고 털었으니 제아무리 땅이 기름진들 곳간이 비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푸른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자들이 일으킨 난으로 눈앞에서 부모를 잃고, 이름 모를 아이의 도움을 받아 삭풍을 거스르며 눈밭을 걷던 그 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어렸던 주자헌에게 책임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분노를 터뜨린 순간에 과연 자신이 그 표적에서 배제되어 있었을지, 주자헌은 회의적이었다.

돌이킬 수 있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 주자헌이 북명에서 보낸 나날들이 되돌아오지 않듯이.

"주인이 모르는 곳에서 썩은 부위를 도려낸다 한들 시간이 흐르면 독은 다시금 퍼지기 마련입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이었다. 통치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주자헌은 자질 없는 이가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지나치게 잘 알았다.

그는 보옥에는 썩 흥미가 없었으나, 이러한 빛깔의 보석이 존재한다면 손안에 두고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주자헌은 짧은 찰나에 지나가 버린 백은래의 밝은 표정을 본 순간 제 가슴이 뛰기 시작한 연유를 알지 못했다.

불현듯, 백은래를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이 주자헌의 내면에 차올랐다. 향주의 내정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그 부담을 자신이 덜어 줄 수 있다면. 주자헌은 그럴 수 있었다. 아니, 주자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향주의 왕이었으므로.

주자헌과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기화령은 생각했다. 그는 주자헌이 백은래를 향해 던지는 목소리의 떨림 속에서, 당사자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호한 감정의 새싹을 발견하고 말았다.

다만, 무언가 일이 틀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 손끝이 차가워지는 긴장감 속에서 주자헌은 백은래를 주시했다.

적막 가득한 이질적인 공간의 한가운데서 백은래가 비틀거리며 몸을 숙이고 있었다. 시간이 기이할 정도로 느리게 흘러,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만이 한층 선연했다.

어쩐지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맡은 바를 다할 뿐이다. 전란의 시대라면 모를까, 천하를 차지할 자를 결정하는 것은 백은래의 몫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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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를 보고도 경계 하나 세우지 않은 채 눈만 깜박이고 있는 이 존재가 나라를 지키는 신수인가. 목숨을 걸고 담을 넘어 어렵게 목도한 신수에게서는 별다름을 느끼지 못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거침없는 서가의 질문에 아금이 아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시원하게 터지는 웃음에 서가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기억도 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아무래도 인간과의 대화가 그리워져서 말벗이 되어 달라 청을 드리려 불렀습니다."

아금의 말에 강제성은 없었지만 신수가 원한다면 서가는 매일 이곳에 불려 와야 하리라.

‘역시 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눈앞의 귀한 신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솔직함에 더하여,
‘모쪼록 스스로.’
라는 말을 덧붙인다면.

신수는 천혜의 존재로서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인간의 곁에 자리 잡았으며 자연과 친밀한 만큼 등장도 퇴장도 마치 천재지변 같아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애써 얻은 신수를 죽이지 않으려는 인간과 죽지 않으려는 신수. 전대 신수의 예고 없는 단명이 이 칩거에 더욱 부채질을 가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답답한 쇄국 정치 속에 이미 속부터 썩어 가고 있는 나라.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꾸며 놓고 타국의 사신이 올 때에만 해가 쬐는 양지의 나라라 입소문만 일으키고, 사신의 품에 공물을 안겨 주면 다인가.

오래되어 먹이 흐려진 고서에는 다 쓰러진 허수아비 같은 이 나라를 멸망시킬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 쓰여 있었다.

그 정순함은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 서가는 튀어나오려는 반문을 억지로 참아 냈다. 여러 번 목소리를 내어 정치와 신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묵살이었다.

같은 결말로 끝나는 승부. 마치 회귀하듯 처음으로 돌아가는 말들.

앞으로도 계속 이리 갇혀 사실 거면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일찍 생을 마감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황족의 피가 속부터 다 썩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 이런 나라는 빨리 멸해 버리는 게 낫습니다."

언제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신수 때문에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좁은 곳에 숨겨진 고작 하나의 존재 때문에. 이런 작은 존재 하나 때문에.

얼굴을 보자마자 죽어 버리라며 막말을 쏟아 내는 무례한 태자. 햇빛 하나 들어올 틈 없이 꼭 닫혀 있는 문. 문밖까지 굳게 걸린 걸쇠.

애초에 서로 이해가 불가한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수에게서는 감히 범인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투명하고도 견고한 벽이 느껴졌다

"춥고, 땅은 마르고. 백성들은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라 국경을 넘어 다른 땅으로 도망이라도 치고 싶어 하는데. 국경을 지키는 이로서 그들을 놓아줄 수도 없고, 오히려 잡아서 처벌을 해야 하는 현실이 괴로웠습니다."

‘신수께서 어찌 너 같은 팔푼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을까.’

‘그대의 무력함이 나와 닮아서.’

‘저는 저 나름의 방법으로 무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가는 실금처럼 가느다란 흉이 남아 있는 아금의 손목을 몇 번 덧그리며 문질렀다. 신수의 회복력으로 이미 아물어 있었지만 셀 수 없이, 몇 번이고 갈라졌을 상처. 서가가 가만히 그 상처를 문지르고 있기만 하자 아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신의 무력함을 타인에게 해결해 달라 요구한 서가. 자신의 무력함을 자멸적인 방법으로나마 스스로 이겨 내려 했던 아금. 당연히 서가가 아금을 비난할 자격은 없었다.

‘정인…….’
평생 가져 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존재가 자신이 죽으면 같이 죽어 주겠단 말을 한다

오래오래 시간이 흘러 그가 수명을 다해 죽을 때 곁을 지킬 수만 있기를. 그때까지 자신이 무국을 지킬 수 있길. 그때까지 나라가 버텨 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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