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이진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모두 죽습니다. 태어남이란 죽음과 동전의 양면입니다. 없었던 존재가 세상에 생겨난다는 것은, 그 존재가 세상에서 다시 사라질 것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사라짐이 없이 태어남만 있다면 이 세상은 생명으로 가득차서 터져나가겠지요. 옛 시인의 시 중에서 새로운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의자를 비워주겠다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점점 늙어가고,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과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 영화는 폭력성이 지나치다고들 비판을 받습니다. 흥미롭다고 하는 액션 영화속에는 수없이 많은 죽음들이 등장합니다. 그런 영화를 보면서 우리들은 재미있다고 합니다. 마치 죽음이 우리들에게는 찾아오지 않을것처럼 말합니다. 영원히...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 책은 바로 그 죽음에 관한 책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다 내버려두고 왜 하필이면 축축한 죽음에 관한 책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죽음이고, 누구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 죽음이라고 한다면, 죽음은 오히려 우리들의 세상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현상에 대해서 연구하고 그 과정을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죽음이라는 흔하지 않은, 또 인기가 없을지도 모를 주제를 가지고 깊은 생각을 천작한 이 책이 더욱 가치로운 것 같습니다.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타샤 투터' 다운 저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인도를 따라서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것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잊혀진, 아니 의도적으로 방기해왔던 주제를 재발견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고 쉽게 부를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뇌쇠로 인한 죽음은 훨씬 천천히 진행되고, 암같은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비교적 빠르지만 그 과정이 힘듭니다. 그 과정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비로서 죽음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화를 내거나 합니다. 마치 자신에게는 오지 않아야 할 것이 찾아온 것 처럼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납니다. 죽음은 삶의 동반자라는 것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항상 죽음과 벗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그래서 삶을 살면서 항상 죽음을 준비하고, 삶을 살면서 죽음이 동행하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삶의 매 순간들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산다면 삶의 매 순간이 더욱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산다면 언젠가 죽음이 마침내 내 문지방을 넘어설때 그토록 싫지만은 않지 않을까요?

well being 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well dying 을 생각해야 합니다. being 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dying 은 아무런 배려를 받지 못하고 저 멀리 물러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그것이 갑자기 찾아와 우리의 존재를 휘감아들때 우리는 슬퍼고 분노하고 좌절하면서 삶의 마지막 아름다운 순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 죽음과 죽어감이 더욱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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