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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박훈규 지음 / 한길아트 / 2007년 6월
평점 :
정규 예술가의 비정규 여행기라고 할만한 책이다. 한국에서는 상당히 알아주는 아티스트에 속하는 그가 초상화를 그리며 여행경비를 대는 칠칠맞은 여행을 하는 경험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칠칠맞은 여행. 그래서 그에겐 빠듯이 맞추어야 할 일정표도, 꼭 해내야 할 목표도 없다. 낮선 세계를 맞아서 그 세계와 호흡하고 대화하는 것. 그것이 그에겐 여행의 유일한 목표이다. 사람은 세상에 나서면서부터 여행을 한다. 우리의 삶도 여행이다. 단지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면서 남들과 꼭 같은 길을 가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것 뿐이다. 일부는 특급호텔에서 일부는 허름한 호텔에서 지낸다. 단지 그 차이뿐이다. 이 답답한 모범생 인생이라는 것은. 그런 패키지 인생을 거부하고 언더그라운드로, 또 오버그라운드로 나서는 용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그 길로 들어선 사람은 그렇게 부러워 보일수가 없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만만치 않은 매력의 근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