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혼자가 되다
이자벨 오티시에르 지음, 서준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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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작성된 비전문적인 리뷰입니다. 본문에는 도서의 중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자음과 모음 출판사 서평단 도서. 소개 글에 이끌려 신청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들은 모 아니면 도다. 공감을 할 수 있느냐가 늘 핵심이었다. 무인도 이야기는 너무도 많았지만, 커플의 생존기는 개인적으로 처음이 아닐까 싶다.



▶ 도서정보
- 저  자 : 이자벨 오티시에르, 서준환 역
- 제  목 : 갑자기 혼자가 되다
- 출판사 : 자음과모음
- 발행일 : 17.05.23
- 분  류 : 문학(소설)
- 기  간 : 17.06.12-14



▶ 총 평 점(한줄평)
8.7점 / 폭풍으로 섬에 갇히게 된 커플의 이야기. 적나라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상황은 변하고, 희망은 조심스레 왔다가 매몰차게 떠나간다. 상황도 달라지고, 인간의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 순간순간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 번은 제삼자가 되어 둘을 바라보다가, 한 번은 뤼도비크가 되어 루이즈에게 욕을 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이내 괴로워하지 않을까? 이미 난 뤼도비크다.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다.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루이즈의 마음을 향해 허공으로 손을 쓰다듬어 본다. 

기대했던 전개는 아니었다. 기대했던 인간의 마음을 담아내진 않았다. 의외의 두 번째 이야기가 조금은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 적나라했던 섬에서의 시간보다 그 이후의 시간들이 내게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루이즈에게 주어졌던 숙제를 바라보며. 



▶ 도서평점(항목별)

- 등장인물 : 9점 / 뤼도비크와 루이즈. 극단적으로 다르게 성장한 두 명이 만나 연인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무인도에 둘만 갇힌다면? 그 다름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인물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매력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처절한 배경이기에. 둘 다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봤다면 어떨까. / 피에르 이브와 알리스. 의심을 하게 된다. 전형적인 그 직업에 맞는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다가.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자신의 색을 드러내면서 감추는 느낌이었다.

- 소    재 : 8점 / 이제는 조금 식상(?)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장치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인 걸까? 의도가 없을 수도, 혹은 의도를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초중반과 달리 후반부에서는 소재조차도 좋았다.

- 구    성 : 8점 / 3인칭 시점에서 인물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그 점이 가끔은 정신없을 때가 있다. 챕터별 인물이 1인칭 시점이 돼서 이야기를 풀어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뒷이야기가 앞으로 왔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받아들였을까 하는 호기심. 섞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까지도. 이 자체만으로도 괜찮지만, 구성을 조금 달리했다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 가 독 성 : 7점 / 단락이 굉장히 긴 편이다. 호흡이 길다 보니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번역이 매끄럽다.

- 재    미 : 10점 / 재미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상당히 몰입하게 한다.

- 의    미 : 10점 / 단어로, 문장으로 쓰기 힘든 감정들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읽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어떻게 뤼도비크와 루이즈를 바라볼까. 어쩌면 피에르와 알리스도 달리 볼 수 있지 않을까?




▶ 책 속의 한 줄
[p83 중에서]

춥다. 비참하게 버림받았다는 기분도 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과 거리를 두고자 해왔다. 그저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희망에만 집중하려고 해왔다. 두 사람이 함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여왔다. 그런데 문득 그럴 자신이 없어진다.


[p84 중에서]

그녀는 계속 자기 생각을 되새김질하며 해초를 뜯어낸다. 그러다 바위틈에 끼어 있는 물고기 두 마리를 발견하고는 빙긋이 미소 짓는다. 아마도 밀물에 떠밀려 올라온 모양이다. 그렇게 바위틈에 낀 물고기 두 마리를 보고 있자니 그 신세가 자기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엾게도 덫에 걸렸다는 점에서. 이놈들은 곧 갈매기 같은 바닷새에게 잡아먹히고 말겠지. 그것 말고는 놈들에게 다른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p103 중에서]
밤이 온다. 마지막 햇살에 낡은 건물의 모서리가 창백하게 도드라지면서 위협적으로 변한다. 차가운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온다. 그 바람결에 함석판 하나가 삐거덕거린다. 두 사람은 그만 움막으로 물러난다.


[p149 중에서]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읽은 극지 탐험가들의 수기에는 자잘한 작업에 관해 그려져야 할 대목이 하나같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고 대충 넘어간 것 같았다. '우리는 오두막을 한 채 지었다'라거나 '선박의 잔해들로 작은 보트를 만들었다'라거나 모두 그런 식이다. 

[p172 중에서]
냄새는 거짓말을 안 하는 법이다.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기 때문이다. 몸짓이나 말로는 상대를 속일 수 있다. 시선으로도 거짓을 늘어놓기 쉽다. 하지만 냄새로는 상대를 속일 수 없다. 동물들은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공포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냄새를 피우는 일이 자주 있다. 인간이 향수로 체취를 감추려는 것은 오로지 그 반대의 이유에서가 아닐까? 냄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p319 중에서]
알리스는 이 눈빛을 알고 있다. 3년 전에 이런 눈빛과 여러 번 마주한 적이 있다. 그것은 자살한 남동생의 눈빛이었다.

[p338 중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만큼 어떤 글이 자기로 하여금 사태를 명확히 직시하도록 일깨워준 적도 없었다. 소설이란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에 불과한 줄만 알았는데 이것은 그녀에게 새로운 발견이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니. 삶의 심연을 사이에 두고 어느 쪽이 더 그것을 제대로 응시하는지 현실과 치열하게 경합을 벌일 수도 있다니.



▶ 독서일지

[17.06.12 / p9-103]
어떤 선택을 하던지 후회는 따른다. 되도록 덜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가 무인도에 갇히는 거라면...? / 이제 정말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하를 경험하게 되곤 한다. 둘의 절망과 갈등이 이제 시작은 아닐까 괜스레 내가 걱정이다. / 희망과 절망. 예측할 수 없다는 두려움.

[17.06.14 / p104-351(완)]
바다만큼 짠 내가 난다. / 희망이 나타날 때 오히려 인간은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 갑작스레 코로 들어온 악취. 그것을 통해 보여주는 마음. / 루이즈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난 어쩔 수 없이 남자다 보니 뤼도비크의 입장이 되어 욕을 한다. / 기자의 등장은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제법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는 참 복잡하고 어렵다. 이미 난 죽은 뤼도비크이지만, 루이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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