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숲속에는 축복이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5
남궁지혜 외 지음, 전승민 해설 / 열림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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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3 나는 망설임 없이 발길을 돌렸다. 목 안쪽이 바싹 마른 듯 건조했다. 갈증을 달 음료수 한 병.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단지 그것뿐이었다.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언제나 특별한 '설렘'을 준다. 오랫동안 문학이란 고학력 지식인 남성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의 젊은 작가들이 문단에 불러일으킨 센세이션이 어느덧 현대문학을 말할 때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젊은 작가' 라는 말 자체가 소위 말하는 '엠지하고 트렌디한' 문학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숲속에는 축복이에는 그런 젊은 작가들의 세밀하고 다정한, 동시에 모던하고 강렬한 글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비혼주의자 선양과 친구 기선, 숲 난임 센터, 인간의 땀을 빨아먹고 살며 기생하는 생물 오도르... 어떤 일은 어딘가에선가 일어날 것처럼 생생하고 현실적이고, 어떤 일들은 아주 다른 세상의 것처럼 낯설기도 하다. 올드하고 커다란 생애, 특히 사회의 보편적인 인물을 조명하는 류의 소설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때로는 다소 의도적으로 배척한다고 느껴지기까지 하는) 비혼과 퀴어, 젠더 등 다양한 트렌드 소재를 폭넓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이런 단편 소설집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p.54 그의 이상형은 그런 사람일 거야. 내 이상형은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고.

 

단편들 중에서 특히 불가마 메이트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글의 첫인상은 굉장히 어리둥절했다. 글의 구조나 문체도 상당히 특이했고 몰입하기 힘들다고 느껴졌다. 심지어는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까지도 내가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당황스러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해설을 읽고 나서 다시 글을 꼼꼼히 곱씹어보니 오도르체취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응과 히읗은 어떤 인물인지 조금씩 머릿속에서 결이 잡혀왔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읽히는 글을 좋아한다. 어렵고 난해해야만 잘 쓴 글이라는 인식에 반해, 누구나 후루룩 삼키듯 읽을 수 있는 글도 충분히 좋은 글이라는 신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고 자꾸만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글이라면, 내 호불호와 별개로 그런 글이야말로 정말로 젊은글이 아닐까? 불가마 메이트는 정말로 젊은 글이었다. 너무 특이해서 황당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페이지를 자꾸만 떠돌게 되는 센세이션함. 매력적이고 강렬하다. 동시에 황당하고 특이하다.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글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돌기민 작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특이한 소재 속에서 일상을 녹여내고, 또 일상 속에 특이한 사건을 녹여내는 것. 몇 페이지 안 되는 단편으로 사람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이렇게 독자를 잡아끄는 힘이 젊은 작가들에게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림숲속에는축복이 #열림원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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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 2025
이준아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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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 150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서 있으려 했지만, 자꾸만 등과 어깨가 부딪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소설집 두 번째 원고가 매력적인 점은 막 등단한 신인 작가들의 글을 모은 앤솔로지라는 점이다. 취업했다면 계속 일거리가 보장되는 직장인과 달리 작가는 일종의 프리랜서라서, 등단했다고 해서 일거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 다음 글은 반응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원고라는 프로젝트 자체에 정이 갔다. ‘두 번째 원고를 실어 줄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작가들의 낯익은 이름에 우선 마음이 반가웠고, 톡톡 튀는 듯이 컬러감이 좋고 요즘은 보기 드물어진 반지르르한 통짜 유광 코팅에 책을 펴기 전부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준아의 구르는 것이 문제, 김슬기의 에버그로잉더블 그레이트 아파트, 권희진의 머리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 임희강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 김영은의 하루의 쿠낙.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실린 앤솔로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쳤다.

 

p.78 비단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일련의 흐름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원한과 그에 따른 극적인 감정 표출,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활용한 테러, 그걸 받아내는 자들의 트라우마를 하나의 특수한 사건이나 상황으로 정의하기엔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작가들이 삶에서 찾아낸 키워드로 구성되어서일까, 앤솔로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삶의 어느 단편,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로는 거대한 판타지나 서사시보다 이런 글들이 더 마음을 울린다. 만두집을 운영하는 창수도 머리를 기르는 찬영도 동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원고에서 가장 마음이 간 단편은 임희강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였다. 임희강 작가의 등단작이었던 시계를 넘어를 좋게 보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기대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전개는 흥미롭고 깔끔하면서 주제부는 강렬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원한과 테러, 트라우마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일련의 흐름이라고 표현한 점이 특히 그랬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너무나도 황당하고 허망한 이유로 누군가를 해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작금을, 이보다 더 깔끔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작가들이 정성껏 써내려간 작품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원고도 세상의 빛을 보길 기대하며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두번째원고2025 #사계절출판사 #앤솔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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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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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4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미해질 뿐이다.

 

SBS에는 자그만치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아름다운 이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그야말로 SBS 라디오의 역사를 함께 한 방송이나 진배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아침창이라는 줄임말로 알고 있다. 김창완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4년을 맡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침창을 즐겨 들은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김창완의 말과 노래를, 김창완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산울림의 보컬로, 누군가에게는 라디오 DJ, 또 누군가에게는 별그대의 장영목으로… … 정말로 재능이 끝이 없는 사람이다. 이제야 보이네는 그런 김창완의 첫 번째 산문집 집에 가는 길의 개정판이다. 그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마치 그 특유의 서울 사투리로 곁에서 조곤조곤 책을 읽어주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의 글은 슴슴하지만 다정하고, 날것이면서 따뜻하다. 꾸짖거나 가르치는 대신 위로하고 응원하는 글. 도파민이라는 핑계 하에 자극과 혐오만이 컨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이런 글은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하다.



 

p.214 과식을 하면 체한다. 내가 자유에 얹혔을 때도 너무 많은 자유가 내 몸을 상하게 했다. 죽을 수 있는 자유까지 꿈꾼다면 그건 육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까지 망가진 상태다.

 

프롤로그에 쓰여 있듯이 삶은 항상 이제야 보이는것들로 가득하다. 때로 왜 그때에는 보지 못했을까 후회하거나 아등바등 과거를 붙잡고 살고 싶은 미련함이 생긴다. 그러나 저자는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에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그땐 그러지 말걸,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하고 후회만 하느라 지쳐가던 삶에 어떤 초록불이 켜진 느낌이었다.

 

이제야 보이네에는 김창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졸라 이른 나이에 학교에 갔던 이야기부터 형수님의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 자유나 꿈에 대한 이야기. 1부의 첫 번째 글이 막냇동생의 이야기일 때는 조금 놀랐다. 책 어딘가에 언급은 되리라 생각했으나 처음부터 등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인생을 담은 책의 첫 단락을 동생에게 내어주는 것만큼이나 사랑이 가득 담긴 애도가 또 있을까. 생의 절절한 아픔부터 벅차는 기쁨까지 김창완의 목소리로 쓰인 글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 그의 삶을 계속해서 곱씹다 보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언젠가 내게도 인생에서 아, 이게 이제야 보이는구나! 하고 무릎을 칠 날이 올까? 다 컸는데도 아직 진짜 어른이 되려면 멀었는지, 세상을 먼저 살아 본 어른이 상냥하고 다정하게 건네주는 위로에 페이지마다 눈물을 찔끔 적시며 책을 덮었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틀고서 서평을 쓴다. 서평이라기에는 마치 일기 같은, 너무나 감성적인 헛글이 되어 버렸지만 나는 이 책을 열 번 백 번을 읽어도 냉철한 감상은 남기지 못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제야보이네 #다산북스 #김창완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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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사순 시기 - 새로 태어나는 40일
마르쿠스 C. 라이트슈.케르스틴 헬트 지음, 최용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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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73 다른 이들을 위해서나 그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보세요.

 

사순은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내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항상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냥 기도 잘 하고, 성 주간 미사 꼬박꼬박 잘 보고, 판공성사 까먹지 말고과연 그게 다일까?

 

내 마음의 사순 시기는 사순 기간 동안 주님께로 더 깊게 다가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단순히 사순이라는 의무감에, 또는 누군가 시키는 대로 휘둘려 마음에도 없는 고생을 하기 보다는 내 스스로 영혼을 가다듬고 돌봄으로서 정화된 마음으로 부활하실 주님을 기다리자고 권해 주는 상냥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대축일까지, 40일의 사순 시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하나하나 방법을 제시한다. ‘나쁜 습관 고치기’, ‘의로운 일 하기’, ‘몸과 마음 깨끗이 하기등 하루에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법이 사순 기간에 맞춰 쓰여 있다. 한 번에 모든 일을 하라고 하면 부담스럽고 어렵겠지만, 하루에 하나씩 해나간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p.31 그러나 나쁜 습관들을 당장 바꾸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습관을 고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것만으로, 오늘은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따뜻하게 쓰인 글을 매일 한 페이지씩 정독하고 실천하고 있으면 왜 지금껏 사순을 이렇게 보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고 아쉬워진다. 이렇게 작은 실천이 모이고 모여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되고 영혼이 건강해지면 주님의 부활을 더 기쁘고 더 즐겁게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껏 미사를 빠지지 않는 것, 금식과 금육같은 규칙에만 신경쓰느라 막상 내 정신은 가다듬지 않았던 시간들이 어쩐지 아깝고 부끄러웠다.

 

또한 내 마음의 사순 시기는 책이 얇고 가벼워 들고 다니기 좋다는 장점도 있었다. 피곤해서, 바빠서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대는 대신 잠깐 틈이 날 때라도 한 줄을 더 읽고 책에서 제시하는 대로 마음을 보살피면 또 사순 기간의 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다는 생각에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매일의 실천 목표와 따뜻한 말씀, 유명한 격언이 한 세트로 들어 있어 꼭 신앙생활로서가 아니라 그저 인생의 조언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책의 캐치프라이즈처럼 이 사순 시기가 내가 새로 태어나는 40일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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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강창래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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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46 고도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예감하기 시작했을 즈음 베케트처럼 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창래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아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인문학에 관심이 좀 있는 독자나 전공자라면 책의 정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등을 통해 미리 접해보았을지도 모른다. 인문학을 통해 이마를 탁 치게 만들고 에세이를 통해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글을 들고 왔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를 폈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26개의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 해석, 읽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쉽게 말하면 책 한 권이 통째로 26개 작품에 대한 일종의 각주이자 해설 강의인 셈이다. 대중적이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는 보았을 법한 유명한 작품으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까뮈의 이방인, 멜빌의 모비 딕등이 소개된다. 조금 더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인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보부아르의 2의 성도 실려 있었다. 사실은 중년의 남성 작가가 셀렉했다고는 믿기 힘든 작품이 많아서, 목차를 읽을 때에는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과적으로, 목차에 나열된 작품들을 다 읽었다면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스포일러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면 소개된 작품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글을 그냥 물처럼 삼켰다면 이 책은 글을 하나하나 씹어먹는방법을 알려준다. 작가는 어느 문장이 어떤 비유를 담고 있는지, 어떤 묘사가 어느 시대상을 담고 있는지 분석한다. 섬세하게 해석을 달고 상냥하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하며, 어느 순간 날카롭게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을 가격해 독자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나는 소개된 작품을 모두 읽었는데도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를 읽고 나서 지금까지 책을 헛읽었다는 생각에, 그 책들을 다시 하나하나 펴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p.173 이런 사실은 이른바 부족한 여성에게는 단지 교육 기회가 없었을 뿐임을 말해준다.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부엌에 가둬 놓고 안목이 좁다며 비난했던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오역을 애기하는 챕터에서는 신랄하고 첨예한 지적에 속이 시원했다. 오역을 고치고 고쳐 최근에야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왔다는 점을 오래전에 쓰였지만 현대의 책이라고 표현한 점도 특히 좋았다. 한 권에 스물여섯 편이나 되는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작품 하나에 대한 설명이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인데, 쉽게 금방금방 읽을 수 있는 대신 챕터 하나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진다. 수요만 따라준다면 한 챕터를 한 권으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분석이 세밀하고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고 소개된 작품들을 다시 읽으면 반드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할 테고, 종래에는 그 글들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흥미를 선물할 좋은 길잡이이자 독서의 동반자같은 책이다. 귀한 책을 접하게 해 주신 출판사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사이에칼이있다면 #강창래 #글항아리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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