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 세계를 균열하는 스물여섯 권의 책
강창래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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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46 고도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분명히 예감하기 시작했을 즈음 베케트처럼 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창래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아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인문학에 관심이 좀 있는 독자나 전공자라면 책의 정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등을 통해 미리 접해보았을지도 모른다. 인문학을 통해 이마를 탁 치게 만들고 에세이를 통해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글을 들고 왔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를 폈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26개의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 해석, 읽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쉽게 말하면 책 한 권이 통째로 26개 작품에 대한 일종의 각주이자 해설 강의인 셈이다. 대중적이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는 보았을 법한 유명한 작품으로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까뮈의 이방인, 멜빌의 모비 딕등이 소개된다. 조금 더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인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보부아르의 2의 성도 실려 있었다. 사실은 중년의 남성 작가가 셀렉했다고는 믿기 힘든 작품이 많아서, 목차를 읽을 때에는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과적으로, 목차에 나열된 작품들을 다 읽었다면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스포일러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면 소개된 작품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글을 그냥 물처럼 삼켰다면 이 책은 글을 하나하나 씹어먹는방법을 알려준다. 작가는 어느 문장이 어떤 비유를 담고 있는지, 어떤 묘사가 어느 시대상을 담고 있는지 분석한다. 섬세하게 해석을 달고 상냥하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하며, 어느 순간 날카롭게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을 가격해 독자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나는 소개된 작품을 모두 읽었는데도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를 읽고 나서 지금까지 책을 헛읽었다는 생각에, 그 책들을 다시 하나하나 펴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p.173 이런 사실은 이른바 부족한 여성에게는 단지 교육 기회가 없었을 뿐임을 말해준다.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부엌에 가둬 놓고 안목이 좁다며 비난했던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오역을 애기하는 챕터에서는 신랄하고 첨예한 지적에 속이 시원했다. 오역을 고치고 고쳐 최근에야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왔다는 점을 오래전에 쓰였지만 현대의 책이라고 표현한 점도 특히 좋았다. 한 권에 스물여섯 편이나 되는 작품을 소개하다 보니 작품 하나에 대한 설명이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인데, 쉽게 금방금방 읽을 수 있는 대신 챕터 하나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진다. 수요만 따라준다면 한 챕터를 한 권으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로 분석이 세밀하고 매력적이다. 이 책을 읽고 소개된 작품들을 다시 읽으면 반드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할 테고, 종래에는 그 글들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흥미를 선물할 좋은 길잡이이자 독서의 동반자같은 책이다. 귀한 책을 접하게 해 주신 출판사와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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