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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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74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미해질 뿐이다.

 

SBS에는 자그만치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아름다운 이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그야말로 SBS 라디오의 역사를 함께 한 방송이나 진배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아침창이라는 줄임말로 알고 있다. 김창완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4년을 맡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아침창을 즐겨 들은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김창완의 말과 노래를, 김창완이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산울림의 보컬로, 누군가에게는 라디오 DJ, 또 누군가에게는 별그대의 장영목으로… … 정말로 재능이 끝이 없는 사람이다. 이제야 보이네는 그런 김창완의 첫 번째 산문집 집에 가는 길의 개정판이다. 그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마치 그 특유의 서울 사투리로 곁에서 조곤조곤 책을 읽어주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의 글은 슴슴하지만 다정하고, 날것이면서 따뜻하다. 꾸짖거나 가르치는 대신 위로하고 응원하는 글. 도파민이라는 핑계 하에 자극과 혐오만이 컨텐츠가 되는 세상에서 이런 글은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하다.



 

p.214 과식을 하면 체한다. 내가 자유에 얹혔을 때도 너무 많은 자유가 내 몸을 상하게 했다. 죽을 수 있는 자유까지 꿈꾼다면 그건 육체의 병이 아니라 정신까지 망가진 상태다.

 

프롤로그에 쓰여 있듯이 삶은 항상 이제야 보이는것들로 가득하다. 때로 왜 그때에는 보지 못했을까 후회하거나 아등바등 과거를 붙잡고 살고 싶은 미련함이 생긴다. 그러나 저자는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에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그땐 그러지 말걸,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하고 후회만 하느라 지쳐가던 삶에 어떤 초록불이 켜진 느낌이었다.

 

이제야 보이네에는 김창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졸라 이른 나이에 학교에 갔던 이야기부터 형수님의 이야기, 아내의 이야기, 자유나 꿈에 대한 이야기. 1부의 첫 번째 글이 막냇동생의 이야기일 때는 조금 놀랐다. 책 어딘가에 언급은 되리라 생각했으나 처음부터 등장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인생을 담은 책의 첫 단락을 동생에게 내어주는 것만큼이나 사랑이 가득 담긴 애도가 또 있을까. 생의 절절한 아픔부터 벅차는 기쁨까지 김창완의 목소리로 쓰인 글을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으며 그의 삶을 계속해서 곱씹다 보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언젠가 내게도 인생에서 아, 이게 이제야 보이는구나! 하고 무릎을 칠 날이 올까? 다 컸는데도 아직 진짜 어른이 되려면 멀었는지, 세상을 먼저 살아 본 어른이 상냥하고 다정하게 건네주는 위로에 페이지마다 눈물을 찔끔 적시며 책을 덮었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틀고서 서평을 쓴다. 서평이라기에는 마치 일기 같은, 너무나 감성적인 헛글이 되어 버렸지만 나는 이 책을 열 번 백 번을 읽어도 냉철한 감상은 남기지 못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제야보이네 #다산북스 #김창완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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