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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고 2025
이준아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p. 150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서 있으려 했지만, 자꾸만 등과 어깨가 부딪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소설집 『두 번째 원고』가 매력적인 점은 막 등단한 신인 작가들의 글을 모은 앤솔로지라는 점이다. 취업했다면 계속 일거리가 보장되는 직장인과 달리 작가는 일종의 프리랜서라서, 등단했다고 해서 일거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 다음 글은 반응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원고』라는 프로젝트 자체에 정이 갔다. ‘두 번째 원고’를 실어 줄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작가들의 낯익은 이름에 우선 마음이 반가웠고, 톡톡 튀는 듯이 컬러감이 좋고 요즘은 보기 드물어진 반지르르한 통짜 유광 코팅에 책을 펴기 전부터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이준아의 「구르는 것이 문제」, 김슬기의 「에버그로잉더블 그레이트 아파트」, 권희진의 「머리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 임희강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 김영은의 「하루의 쿠낙」.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실린 앤솔로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쳤다.
p.78 비단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일련의 흐름들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원한과 그에 따른 극적인 감정 표출,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활용한 테러, 그걸 받아내는 자들의 트라우마를 하나의 특수한 사건이나 상황으로 정의하기엔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작가들이 삶에서 찾아낸 키워드로 구성되어서일까, 앤솔로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삶의 어느 단편,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로는 거대한 판타지나 서사시보다 이런 글들이 더 마음을 울린다. 만두집을 운영하는 창수도 머리를 기르는 찬영도 동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원고』에서 가장 마음이 간 단편은 임희강의 「러브버그물풍선폭탄사태」였다. 임희강 작가의 등단작이었던 「시계를 넘어」를 좋게 보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기대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전개는 흥미롭고 깔끔하면서 주제부는 강렬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원한과 테러, 트라우마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일련의 흐름이라고 표현한 점이 특히 그랬다. 매일같이 뉴스에서 너무나도 황당하고 허망한 이유로 누군가를 해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 작금을, 이보다 더 깔끔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작가들이 정성껏 써내려간 작품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원고도 세상의 빛을 보길 기대하며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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