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안셀름 그륀 지음, 최용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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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97 여러분의 영혼이 지닌 슬기를 신뢰하십시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무절제한 모습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자신이 지닌 척도와 슬기를 신뢰하십시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에는 언제나 마음 깊은 곳을 달래주는 따스함이 있다. 그간 많은 책에서 그런 온기를 보여주셨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가득 갖고 펼쳤다.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의 부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삶의 균형 잡기였다. 삶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정말로 간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신앙생활도 인간관계도 물질적인 것도 어느 순간에는 너무 부족하다가 때로는 너무 넘친다.

 

책에서는 그런 부족함과 넘침을 조절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삶의 태도를 제시하는데, 모든 부분이 다 좋았지만 특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가 내 삶을 좌우하게 하지 말 것, 욕망이 우리를 지배하게 하지 말고 욕망을 길들일 것, 평범한 자기 모습을 받아들일 것.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기대에 떠밀려서, 또는 욕망에 지배당해,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기 위해 이기심과 경쟁으로 자꾸만 균형을 잃어버리고 만다. 무조건 앞서가라고 외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의 기대에 전부 부응하지 못해도, 평범하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 너무 반가웠다.

 

p.43 그러나 화내는 것도 극단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화내는 것은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얕보는 행위니까요. 우리는 다른 이들을 얕볼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판단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마음의 중심 찾기챕터에서 가장 깊게 와닿은 부분은 화내는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분노와 혐오로 가득 찬 요즘 세상에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 쉽게 화내고 있지 않은가? 가족, 친구, 또는 불특정 다수나 사회를 내가 가르칠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심하게 화를 내고 상대에게 무안을 주거나 무시하고 깎아내린 후에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던 일인 경우가 많다. 화를 내기보다는 설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데 바쁘고 손해보기 싫은 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게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우리에게는 심판의 권한이 없는데도 말이다.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은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서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천할 수 있는 중용을 제시한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주변과 스스로를 보전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 삶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며 세상과 공존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이구나, 싶어져 책의 제목을 괜히 한번 곱씹으며 웃게 된다.

 

보통 인생 조언이 담긴 책을 읽고 나면 괜히 혼난 기분에 마음이 거북해지거나, 어려운 철학이 가득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은 종교나 철학을 잘 몰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쓰여 있어서, 비종교인에게 원하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올해는 이 책으로 인해 균형이 맞는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캐스리더스 #가톨릭출판사 #딱알맞게살아가는법 #안셀름그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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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의 변호사 - K-법정 좀비 호러
류동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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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러닝머신 위의 변호사의 가장 특이하고 매력적인 점은, ‘K 법정 좀비 호러물이라는 전무후무한 장르라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 소설에서도 호러나 스릴러 장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경찰이 아닌 법조인이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하는 장편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로는 흔해졌지만 장편 소설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러닝머신 위의 변호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장르 특성상 잔인하고 적나라하다고 느껴지는 표현들이 꽤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더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올 것 같다. 단순히 선하거나 진부하게 악하지 않고 다양한 인간 군상의 입체적인 인물들이, 좀비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서로 부딪히고 갈등하거나 배신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정말로 이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이고 두려운 게 좀비인가? 라는 의문을 던지게 만든다.

 

소설 서평은 대개 대략적인 스토리를 설명하거나 대사를 많이 발췌하는데, 러닝머신 위의 변호사는 드라마같은 매 챕터가 합쳐져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서평을 읽을 분들이 스포일러 없이 책을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에 스토리 언급을 최대한 줄였다. 확실한 건, 에필로그까지 모두 읽고 책장을 덮고 나면 더 이상 두려운 건 좀비가 아니게 된다.

 

좀비가 두려운 것은 말이 통하지 않고 본인의 배를 채우기 위해 남을 기꺼이 해치는, ‘욕망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인간은 좀비와 얼마나 다른가?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일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타인을 짓밟고 해하는 인간이 정말로 욕망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좀비와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러닝머신 위의 변호사는 스토리와 동시에 구성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목차의 대제목이 음악 용어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끈다. 아다지오(느리게)로 시작된 소설은 질병 X 사태가 흘러가면서 알레그로-프레스토-프레스티시모(아주 빠르게)로 점점 빨라지며 치닫는다. 그러다 에필로그가 등장하는 마지막 챕터는 템포 프리모로 끝난다. 템포 프리모는 다시 처음의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의미이다. 밴드 보컬을 할 만큼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빠르기를 표현하는 용어로 소설의 기승전결을 매끄럽게 정리한 것 같아 매력적이었다.

 

작중의 채팅이라는 요소를 단순히 따옴표나 대괄호가 아닌 메시지 버블 모양으로 표현한 것도 몰입도가 높아져 좋았고, QR코드를 찍으면 OST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은 기획이라고 느껴졌다.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영상에 비해 시청각적으로 압도되는 감각이 덜한 텍스트의 단점을 크게 보완함으로써 독자가 책 속으로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듯했다. 자칫 올드한 소설 독자들에게는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치를 장르문학이라는 특성에 힘입어 과감히 시도한 저자의 센스가 존경스럽다. 특히 웹소설 UI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듯하다.

 

특이한 소재, 특이한 구성으로 많은 매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르 소설이었다.

 

#러닝머신위의변호사 #미다스북스 #류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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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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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가 발매된 것은 2011년이었다. ‘어떤 정체성이든 이렇게 태어난(Born This Way)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옳다고 말해주는 노래가 오랫동안 차트에 걸려 있었고 모두가 따라 불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세상에서 톱 가수가 Born This Way를 외치고 14년이 지난 지금, 과연 모두의 정체성은 존중받고 있는가?

 

누군가에게 당신은 차별주의자입니까?” 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 또는 열 모두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차별주의자가 아닌가? 이 문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라면 지구상에서 차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진작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한다. 그러나 차별은 너무나도 분명하게 현존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불편해하며, 누군가는 타파하기 위해 투쟁하고, 누군가는 그 차별로부터 오는 이득을 위해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그 사회에 안개처럼 내려앉은 무시, 배제, 혐오, 차별은 때론 느낌의 변주로 때론 물리적 억압으로 침범한다. (중략) 그 감정들 가운데 초라함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초라함은 누구나 아는 감정이다. 그리고 상대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작동한다. p.8-9 머리글

 

차별이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다고 표현되는 이유는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것이 거기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권 감수성의 발전에 따라 미국의 노예제나 한국의 호주제와 같은 많은 제도적 차별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많은 차별이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남아 마치 안개처럼 그들의 발목을 옥죈다.

 

인간차별에 등장하는 사례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수자성을 갖고 있다. 이민자이거나 여성이고, 또는 노인이거나 퀴어다.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쉽게 떠올리기 힘든 입양 가정이나 청소년 부모, 난민의 이야기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차별이 곧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차별이 그토록 가까이 있기 때문에 연대를 통해 허물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사회의 시선으로 본인의 정체성이 초라해진다고 해서 그 정체성을 버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저 그 사회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니까.

 

나는 선하다 내세운 내 의도, 곁에 있다고 주장한 연대선언에서 무언가를 흘렸다. 아마도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한 무지같다. 타인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p.106

 

차별을 타파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그 소수자들을 돕는다는 시혜적인 생각에 빠지는 실수를 한다. 또는 단순히 같은 소수자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상대의 삶을 모두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스스로의 무지를 고백함으로서 그런 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누구나 차별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나 또한 차별주의자였다거나 내가 무지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이 부분이 책 속의 수많은 문장들 중 가장 진솔하고 가장 무거운 문장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너무나도 많은 차별을 알게 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우리가 그 차별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삶이 세상을 꾸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소수자성을 갖지 않는 독자더라도 좋다. 죄책감을 갖거나 깊이 고뇌하며 읽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소수자가 어떻게 불리는지, 차별금지법은 왜 항상 뜨거운 감자고 어떤 단체가 정확히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별을 똑바로 마주할자신만이라도 있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인간차별은 아주 라이트하고 상냥하게 쓰여 있다. 동시에 소수자들에게는 내가 나로서존재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고 알려주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냥 하나의 삶으로 살아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김영사 #인간차별 #안희경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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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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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주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낭만적이고 동화 같은 이미지와 동시에, 과학적으로는 너무나도 광활하고 어려운 세계라는 느낌을 강하게 떠올리게 된다. 또는 운석이라는 건 무조건 엄청 크고 재난 영화에서나 나오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우리는 우주의 한 부분에 살아가고 있는데도 우주에 대해 확실히 알기는 이토록 힘들다.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는 그런 우주의 신비들 속에서 운석으로 우주와 지구에 대해 말해준다.

 

p. 24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와 가끔 생명을 죽이는 암석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에 동의하길 기대한다. 운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물체로, 지구와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입부의 이 단락을 읽는 순간 마음이 조금 찔렸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와 가끔 생명을 죽이는 암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운석을 연구해서 우주의 물질이나 환경 같은 것을 조사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특별히 신기하거나 중요하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마치 나 같은 사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한 문장에 찔리는 기분 반, 두근거리는 기분 반으로 책장을 마저 넘겼다.

 

과학이라고는 문외한인 나는 사실 이 책이 우주에 대한 이야기라는 이유로,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책은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이해가 쉬웠다. 중간중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간단한 그림이 설명을 도와주기도 했고 어려운 용어로 과학적 사실을 서술하기보다는 친절하고 쉬운 문장으로 쓰여 있어, 복잡한 과학을 무작정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오랫동안 우주를 연구한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각종 종교에서 운석을 어떻게 그려내고 어떤 상징으로 표현하는지, 운석을 어떻게 분석하고 무얼 알아낼 수 있는지 천천히 글을 따라가며 읽으면 어느새 운석에 대해 큰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p.224 우리에게는 화성의 물리적 표본이 있다! 정말로 화성에서 온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 150kg 이상이나 지금 이곳 지구에 있다. 이것은 그냥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들은 운석을 통해 도착한 공짜 화성 표본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운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공짜 화성 표본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인간은 우주를 탐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비용을 들여 사람이나 로봇을 우주로 날려 보냈다. 그런데 아무런 비용도 인력도 사용하지 않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우주 표본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면 운석이 정말 매력적이고 귀중한 자원이라고 느껴졌다.

 

그 외에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는 운석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운석이 왜 우리의 기원이 되는지, 세상에 운석을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운석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부록의 운석 연구 방법까지 하나하나 읽은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우주과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운석 연구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두근거림만 남게 된다.

 

평소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던 사람도, 어려운 과학책 대신 쉽고 친절한 입문서를 찾던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모르던 세계에 눈뜨게 해 준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저별은어떻게내가되었을까 #그레그브레네카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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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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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캐치프라이즈다. 이 문장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마도 나는 인간이 대낮이 아닌 한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생물이었어도 나방과 생태학에 대해서는 몰랐으리라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서평에 앞서 고백하자면 학창 시절의 나는 문과였다. 생물 교과서 표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대학마저 졸업한 지 오래인 마당에 생물학과 생태학에 대한 내 상식은 파브르 곤충기를 많이 읽은 초등학생 수준도 못 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내가 책을 펴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과연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였다.

 

성격 급한 한국인답게 결론부터 미리 말한다. 놀랍게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는 나방이 뭐냐고 물으면 나비 비슷한데 좀 뚱뚱한 거라고 대답했는데, 이제는 나방의 생태학이 어떻고 나방의 서식지가 어떻다고 말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생태학을 떠먹어보라고 밥상 차려 주는 놀라운 책이었다. 도입부를 빠져나와 본론에 도달할 때쯤이면 종종 등장하는 나방 사진이 귀엽다는 착각까지 들게 된다. 그대로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종간경쟁, 생태 지위 분할, 메타군집 같은 생태학 용어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p.209 모든 종은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모두에게 부과된 제약은 생장과 번식, 생존의 필요성에 따라 서로 얽히고 계획의 방향을 결정한다. 나방 또는 다른 어떤 유기체도 삶의 방식에 정답은 없다. 상황마다 해결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나방의 생태학을 말하면서 단지 과학적 사실을 늘어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생태학이 어떻게 흘러가고 유지되는지, 나방 하나에 얼마나 오래된 역사가 있고 이 탐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다. 많은 생명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지구에서 나방의 생존은 단지 나방 한 개체의 생존으로 볼 수 없다. 그 삶에도 많은 피식자와 포식자, 식물, 곤충, 조류들이 얽히고설켜 살아간다. 각자 다른 모양의 삶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태계에 우리 역시 인간이라는 하나의 동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유한한 자원을 차지하고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취하는 동물들 속에서, 인간만 과연 그 굴레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의 원제는 The Jewel Box이다.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나방 덫을 소개할 때 저자는 상자를 열자 보석이 흩뿌려져 있었다고 말한다. 나방 덫을 의미하는 원제에서 어째서 이런 제목으로 번역되었을까? 인간이 갖고 있는 나방에 대한 편견이 있다. 나비보다 좀 못생기고, 잘못 만지면 큰일나고, 빛을 쫓아다닌다. 그런 편견을 타파하면서 흥미를 끄는 최고의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불빛 아래의 나방을 보고 나방이 빛을 쫓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사실 그 나방은 도시의 빛 공해에 이끌려 적절하지 못한 서식지, 도시라는 거대한 덫에 갇히게된 개체일지도 모른다. 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서식지를 두고서 말이다.

 

p. 361 외래종은 인간이 지구 생명의 양상에 변화를 미치는 주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생태학적 맥락에서 외래종이란 인간의 활동 때문에 그들의 일반적인 분포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환경, 즉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환경에 유입된 종을 말한다.

 

8종을 잃다에 등장하는 외래종의 정의이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외래종이라고 하면 황소개구리나 베스를 쉽게 떠올리고 그 외래종이 한국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분노한다. 그러나 그 외래종이 결국 인간 때문에발생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외래종은 결국 수입이나 수출, 여행이나 이민 같은 인간 행동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다. 인간은 단순히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문명이라는 형태로 생태계에 끝없이 간섭한다. 우리는 결코 생태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홀로 떨어져 나올 수 없다.

 

게다가 이 대목에서 설명하는 외래종은 회양목명나방으로, 사진을 보면 상당히 익숙한 나방이 등장한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중국의 자생종이었으나 회양목 수출을 통해 서유럽으로 유입되면서 회양목 병충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인 저자의 책에서 한국 나방을 외래종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읽게 되는 것은 꽤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지식을 얻을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꺼져 있던, 어쩌면 한 번도 켜진 적 없었던 과학이라는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생태학은 이토록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지식을 끝도 없이 보여준다.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 참고서가 아니다. 생태계의 원리, 철학,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통찰과 교훈이 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모두에게 읽을 의무가 있는 책이다. 더 이상 나방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결국 나방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 어떤 종도 하나의 외딴섬이 아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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