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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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p.207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람의 죽음을 사건으로 접할 때면 나는 늘 먼저 이 생각을 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데,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의 과거에 갇혀 지낸다.


안녕安寧하냐는 인사말은 사실 무탈하고 편안하냐는 뜻의 말이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이라는 제목도 얼핏 보면 노동자들을 향한 단순한 인사말로 보이지만 이 책이 노동자들의 눈물과 인권변호사의 땀으로 쓰인 법정 투쟁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국의 노동자들이 무탈하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기원문에 가깝다. 실제로 저자도 그들이 정말로 '안녕하길' 바라며 책 제목에 인사말을 넣었다고 프롤로그에서 언급한다.


흔히 사람들은 노동자의 투쟁을 떠올리라고 하면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데모하던’ 시절을 떠올리기 쉽다. 전태일이 분신하고 박노해가 잡혀가던 사오십년 전 20세기의 이야기. 그러나 노동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고 편법과 악습으로 점철된 노동현장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이 숨진 것은 2016년 5월이었고 영화 <다음 소희>의 모티브였던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은 2017년 1월이었다. 특성화고 학생이었던 故 홍정운 군이 숨진 것이 2021년, 특정 기업의 제빵공장에서 기계 끼임으로 직원이 숨진 것이 2022년이다. 모두 10년도 되지 않은 일들로 21세기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도 일을 하다 사람이 죽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수는 812명이다. 유족급여를 인정받은 경우만 따졌을 때의 숫자고, 산재처리가 되지 않은 노동자까지 합하면 그 수를 훌쩍 넘을 것이다. 


게다가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탄압은 안전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폭언이나 갑질, 부당해고나 임금체불도 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사례들 중 직장 내 성차별, 현장실습생 착취, 노조 탄압 등 총 11개의 투쟁사례를 다룬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사건도 있었고 아닌 사건도 있었는데, 회사와, 또는 법과, 또는 사회와 싸우는 이야기를 보면서 울화가 치밀기도 했고 갑갑하거나 화가 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20대 캐디의 이야기와, 그런 동생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투쟁하는 언니의 이야기에서는 절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슬프다 못해 괴로워지다가도 결국 이 투쟁들로 인해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한국은 아직 노조 인식이 나쁘다. 임원이나 고용주뿐만 아니라 같은 근로자들마저도 막연하게 ‘노조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사람들은 투쟁의 사례를 안타까워하거나 비난하기만 할 뿐 그동안 투쟁해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근로현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까지 잘 하지 않는다. 2025년 현재에도 거통고 투쟁이 진행 중이다. 부당해임에 대해 복직을 요구하던 지혜복 교사는 불과 2주 전 시위 중에 연행당했다. 노란봉투법은 아직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런 ‘투쟁의 역사’를 알려주는 글과 사람이 늘 필요하다. 일하다 죽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며, 정당한 권리 주장이 탄압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윤지영 변호사님의 이야기가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으니 ‘노동자’라면 누구나 일독하기를 권한다. 한 명이라도 더 이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죽지 말고 상처받지 말자. 주저앉고 좌절하는 대신 소리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투쟁.



*출판사 클(@book_kl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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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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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0 내 안에서 슌이 태어나고, 슌 안에서 내가 태어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도롱뇽이 자랐다. 내가 검은 도롱뇽이고 슌이 흰 도롱뇽이다. 빙글빙글 돌면 하나가 되는, 둘이서 하나인 음양어.


우리는 ‘나’를 무엇이라고 인식할까? ‘나’는 어디서부터 나이고 어디까지가 나일까?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육체일까, 의식일까? 아사히나 아키의 『도롱뇽의 49재』는 간결하고 쉽게 읽히면서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충격이었다. 단순히 20대의 정체성 혼란과 자아 고민을 이야기했다면 그저그런 수십 편의 성장 소설 중 하나로 남았겠지만, 『도롱뇽의 49재』에서 작가는 ‘결합쌍둥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통해 책 속의 안과 슌 뿐만 아니라 책 밖의 독자까지도 그들의 자아와 정체성을 오랫동안 고심하게 만든다.


한국 매체에서는 ‘결합쌍둥이’라는 말보다 ‘샴쌍둥이’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해왔다. 그러나 안과 슌이 우리가 흔히 아는 샴쌍둥이와 다른 점은, 보통의 그런 쌍둥이들이 몸의 일부만을 공유하는 대신 안과 슌은 ‘하나의 몸’을 가진다는 점이다. 얼핏 보아서는 단순히 비대칭이 심한 신체장애로 보일 정도로 그들은 어느 부분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쌍둥이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의사도 부모도 모르는 채로 자라난다.



p.90 그러면 세상에서 오직 하나, 안은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소외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며 안을 애틋해하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안과 슌은 아마도 문학계를 넘어서서 웬만한 창작물을 모두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상당히 특이한 캐릭터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이 두 인물이 정말로 ‘두 명’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피부색과 움직임이 미묘하게 다르고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진다고 해서 하나의 신체를 가진 사람을 두 명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보아야 한다면, 이 자매는 해리성 장애 환자와는 무엇이 다른 걸까?


그러나 소설은 안과 슌을 당연한 개별의 존재처럼 묘사하며 둘 각각의 시점과 행동을 서술한다. 숨가쁘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몸이 하나라는 것보다 큰아버지의 죽음이나 49재가 더 큰일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의 그런 서술들 자체가 그들이 ‘둘’이라는 증명이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안과 슌은 내가 이해하거나 파헤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그들로서 존재하고, 나는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잠시 엿볼 뿐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파격적인 소재는 단순히 이목을 끌고 충격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의 소수자와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매는 자매임을 증명하기 위해 부모가 병원과 법원을 오가며 서류 싸움을 해야 했고, 일터에서는 장애인으로 오해한 이들의 민원으로 인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나 장애인, 이민자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는 자매의 삶에서 ‘온전한 나’는 무엇인지, 왜 그들은 스스로를 이토록 힘들게 ‘증명’해야만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 여담으로, 내지의 쪽 번호 모양이 상당히 특이하다. 보통 내지 편집을 할 때는 짝수 쪽에 도서명을, 홀수 쪽에 챕터 소제목을 표기하고 각 페이지에 쪽 번호를 매긴다. 그런데 『도롱뇽의 49재』는 홀수 쪽 중앙에 양쪽 쪽 번호 두 개가 나란히 표기되어 있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특이한 레이아웃이나 잘 만들어진 표지를 보면 출판사에서 상당히 사랑받은 책이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좋아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롱뇽의49재 #아사히나아키 #시공사 #아쿠타가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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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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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사랑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은 분명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액자 속 캔버스에 갇혀 있는데도 마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고, 색채나 붓터치 하나로 그 순간의 분위기나 환경이 생생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감상에 빠져들며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고 설명을 읽거나 큐레이션을 듣다 보면 그 시대에 유행한 기법이나 주제, 또는 그림 속 오브제나 인물이 상징하는 바를 알게 된다. 그런 추가적인 정보들이 있으면 그림을 더 잘 이해하고 그림 속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떨까? 우리는 지금까지 명화 속에서 사랑을 얼마나 읽어내고 있었을까?

 

p.315 인간의 삶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중략) 인류의 시작부터 있었고 수없이 많은 예술 작품에서 언급된 사랑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오늘날 문학과 영상, 공연 등 각종 문화콘텐츠에도 촘촘히 박혀있는 현재진행형의 소재이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는 미술관의 전시관처럼 여러 개의 챕터가 빛과 자연의 교향곡, 비극에서 피어난 찬란등의 소제목으로 나뉘어져 있다. 근현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이기도 하고 미술 초심자도 읽을 수 있도록 상냥하게 쓰여 있기 때문에 소제목이 끌리는 챕터부터 골라 읽어도 이해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 사조에 따라 사랑은 개인의 욕망이나 정열, 낭만이기도 하고 신을 향한 구애나 영원한 이상, 혁명이나 죽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랑은 인간이 예술을 만들고 향유하는 내내 동반자처럼 함께했고 아마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클림프의 <키스>, 고흐의 <밤의 카페>, 요하네스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도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는 단순히 눈에 익은 것을 가지고 이 작품들을 안다고 얘기하지만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예술을 잘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사랑이라는 모호함을 가장 쉽게 나타내고 기록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는 그 예술 속의 사랑을 파헤칠 기회가 이 책을 통해 주어졌다.

 

독자만을 위해 마련된 아주 상냥한 큐레이션처럼 쓰인 글들을 따라가며 황홀한 명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고, 미술관에서 하루를 잘 보내고 나온 기분이 든다. 사랑과 고통, 욕망, 비극평소 예술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좀 더 흥미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서양미술사를 아주 좋아하고 흥미로워하는 편이어서 책을 뜯어먹겠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읽었다. 반쯤 농담이지만, 이런 책이 나올 줄 알았다면 대학에서 서양미술사 교양을 조금 덜 들었어도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고 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도서제공 서평에 이런 사담은 잘 덧붙이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미술교양서 특성상 풀컬러 인쇄를 하다 보면 자연히 가격대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근래의 종이값 인상 이슈들을 생각해보면 한 학기 교양 강의라고 봐도 무방할 퀄리티의 책을 어떻게 겉표지까지 챙겨 이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랑과시간의알레고리 #원형준 #비욘드날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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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해피엔딩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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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29 이 아이들은 애정에 반응해서 숨을 쉬기 시작해. 네가 어떤 존재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면, 그리고 운 좋게 그녀석들에게 힘이 있다면, 숨을 쉬면서 존재하기 시작하지.


움직이는 걸로도 모자라 잔소리를 하는 곰인형, 그리고 그런 인형과 장난감들을 치료해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난감 가게. 너무 포근하고 설레는 이야기가 아닐까?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애착 장난감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인형들이 모두가 자는 사이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해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는 해피엔딩』이 굉장히 잘 쓰여졌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 이십 대라는 어린 나이에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잃어버린 주인공 소미가 그 삶을 외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후련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화재로 인해 소미를 힘들게 한 가족이 소미의 삶에서 덜어져 나가고, 소미는 특별한 장난감 가게로 여러 인연들을 만나며 삶을 이어가게 된다.


나는 으레 힐링소설에서 무조건 착한 주인공이 무조건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고루한 명언을 듣는 것으로 작품 밖의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행태를 '게으르다'고 본다. 그런 건 초등학교 도덕 수업만 들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조언이고 아무렇게나 입발린 소리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불행이 어떻게 인생에 영향을 주는지, 무슨 사건들이 개인에게 어떻게 다가가 울고 웃었고 우리가 삶을 내려놓는 대신 그 불행을 딛고 일어섬으로써 종래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번째는 해피엔딩』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는 점도 좋았다. 인물이 너무 과해서 부담스럽지도 너무 부족해서 공감이 힘들지도 않고 사연마다 소설 속의 인물들과 같이 울고 웃게 된다.




챕터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늘어짐 없이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독자들은 쉽게 장난감 가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소미를 위로하거나 함께 위로받는다. 게다가 단순한 힐링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끝나지 않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소미를 의심하면서 작품에 약간의 미스터리함과 긴장감도 불어넣어준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동시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소미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나쁜 기억들을 뒤로 하고 다정한 '두 번째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북로망스(@_book_romance)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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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안셀름 그륀 지음, 최용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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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7 여러분의 영혼이 지닌 슬기를 신뢰하십시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무절제한 모습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자신이 지닌 척도와 슬기를 신뢰하십시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에는 언제나 마음 깊은 곳을 달래주는 따스함이 있다. 그간 많은 책에서 그런 온기를 보여주셨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가득 갖고 펼쳤다.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의 부제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삶의 균형 잡기였다. 삶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정말로 간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신앙생활도 인간관계도 물질적인 것도 어느 순간에는 너무 부족하다가 때로는 너무 넘친다.

 

책에서는 그런 부족함과 넘침을 조절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삶의 태도를 제시하는데, 모든 부분이 다 좋았지만 특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가 내 삶을 좌우하게 하지 말 것, 욕망이 우리를 지배하게 하지 말고 욕망을 길들일 것, 평범한 자기 모습을 받아들일 것.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기대에 떠밀려서, 또는 욕망에 지배당해,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기 위해 이기심과 경쟁으로 자꾸만 균형을 잃어버리고 만다. 무조건 앞서가라고 외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의 기대에 전부 부응하지 못해도, 평범하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 너무 반가웠다.

 

p.43 그러나 화내는 것도 극단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화내는 것은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얕보는 행위니까요. 우리는 다른 이들을 얕볼 권한이 없습니다.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떤 판단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마음의 중심 찾기챕터에서 가장 깊게 와닿은 부분은 화내는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분노와 혐오로 가득 찬 요즘 세상에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 쉽게 화내고 있지 않은가? 가족, 친구, 또는 불특정 다수나 사회를 내가 가르칠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심하게 화를 내고 상대에게 무안을 주거나 무시하고 깎아내린 후에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던 일인 경우가 많다. 화를 내기보다는 설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데 바쁘고 손해보기 싫은 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게 단순한 화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우리에게는 심판의 권한이 없는데도 말이다.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은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서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천할 수 있는 중용을 제시한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주변과 스스로를 보전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 삶에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며 세상과 공존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이구나, 싶어져 책의 제목을 괜히 한번 곱씹으며 웃게 된다.

 

보통 인생 조언이 담긴 책을 읽고 나면 괜히 혼난 기분에 마음이 거북해지거나, 어려운 철학이 가득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 알맞게 살아가는 법은 종교나 철학을 잘 몰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쓰여 있어서, 비종교인에게 원하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된 건 정말 감사한 기회였다. 올해는 이 책으로 인해 균형이 맞는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캐스리더스 #가톨릭출판사 #딱알맞게살아가는법 #안셀름그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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