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는 해피엔딩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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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29 이 아이들은 애정에 반응해서 숨을 쉬기 시작해. 네가 어떤 존재에게 아낌없이 마음을 주면, 그리고 운 좋게 그녀석들에게 힘이 있다면, 숨을 쉬면서 존재하기 시작하지.


움직이는 걸로도 모자라 잔소리를 하는 곰인형, 그리고 그런 인형과 장난감들을 치료해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난감 가게. 너무 포근하고 설레는 이야기가 아닐까?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애착 장난감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인형들이 모두가 자는 사이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해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는 해피엔딩』이 굉장히 잘 쓰여졌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 이십 대라는 어린 나이에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잃어버린 주인공 소미가 그 삶을 외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후련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화재로 인해 소미를 힘들게 한 가족이 소미의 삶에서 덜어져 나가고, 소미는 특별한 장난감 가게로 여러 인연들을 만나며 삶을 이어가게 된다.


나는 으레 힐링소설에서 무조건 착한 주인공이 무조건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고루한 명언을 듣는 것으로 작품 밖의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행태를 '게으르다'고 본다. 그런 건 초등학교 도덕 수업만 들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조언이고 아무렇게나 입발린 소리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불행이 어떻게 인생에 영향을 주는지, 무슨 사건들이 개인에게 어떻게 다가가 울고 웃었고 우리가 삶을 내려놓는 대신 그 불행을 딛고 일어섬으로써 종래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번째는 해피엔딩』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는 점도 좋았다. 인물이 너무 과해서 부담스럽지도 너무 부족해서 공감이 힘들지도 않고 사연마다 소설 속의 인물들과 같이 울고 웃게 된다.




챕터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늘어짐 없이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독자들은 쉽게 장난감 가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소미를 위로하거나 함께 위로받는다. 게다가 단순한 힐링 에피소드 모음집으로 끝나지 않고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소미를 의심하면서 작품에 약간의 미스터리함과 긴장감도 불어넣어준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동시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소미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나쁜 기억들을 뒤로 하고 다정한 '두 번째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북로망스(@_book_romance)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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