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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제공
p.78 주거침입 범죄가 늘어가고 낯선 타인에 대한 불안이 큰데 나의 공간에 들어와 평균 30분, 한 시간 이상을 함께 있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 타인을 의심하게 되는 죄책감 역시 여성의 몫이겠지.
“집수리 기사입니다.” 이 말을 보고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많은 사람들이 남성을 떠올릴 것이다. 몸을 쓰고 기계, 설비를 다루는 직종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힘이 센 남성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많은 1인 가구 여성들이 집수리 기사를 부르기를 꺼려한다. 단순히 모르는 남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여자 방이라 깨끗하네.” “여자 방이 이게 뭐예요.” 같은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되는 탓이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는 이런 차별 속에서 여성 집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 안형선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참 많이도 웃었다. 에세이 속에는 안형선 대표가 현장에서 마주친 차별도 담겨 있지만 따뜻하게 친절을 베푼 고객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여러 번 재방문을 거쳐서야 수리가 완료되고 식사를 권한 고객도 있고, 워크숍에서 꽃을 선물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작은 친절과 연대가 모여 저자가 남초 직업군에서 여성 기사로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덜 힘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워크숍에 와서까지 맨스플레인을 해대는 사람이나 여자가 무슨 집수리 일을 하냐고 한마디씩 얹는 말들을 볼 때는 황당하고 짜증스러웠지만 그런 목소리를 이겨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p.175 워크숍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맘껏 경험하고 충분히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든 성공이든 ‘해봤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삶은 분명 바뀔 거라 믿는다.
소제목 <왜 하면 안 돼요?>에서는 공구를 가지고 노는 저자에게 어른들이 왜 여자애가 공구를 가지고 노냐고 말하는 장면이나, 남아들에게는 흔히 권해지던 조립 완구를 가지고 놀 기회가 없어 오빠 몰래 조립해 보다가 싸우게 된 친구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많은 여성 독자들이 이 장면들에 깊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많이 옅어진 추세이지만 여전히 특정 직업군은 여초, 남초의 모양을 하고서 그 속의 소수자들을 차별한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가 그런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많은 학생들, 취준생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 부분을 귀여운 그림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센스가 탁월하다. 여성 수리기사 창업을 꿈꾸게 된 이야기부터 따스한 고객들의 사연, 도로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나 졸음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 현직 종사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꿈처럼 ‘여성 기술자만 모여 건물 하나 뚝딱하는 날이 오기를, 그게 누구의 눈에도 이상할 게 없는 사회가 오기를’ 함께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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