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그렇게 바뀌었다
류쭝쿤 지음, 강초아 옮김 / 들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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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70 문제는 사회적으로 강력한 집단은 종종 상향 평등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며, 취약계층이 그들이 누리던 특권을 빼앗는다고 생각해 변화를 거부한다는 데 있다. (중략) 법원의 판결이란 법률과 기존 판례에 얽매여 있어서 평등권이 판결에 반영되는 방식은 종종 매우 굴곡진 형태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의 1항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것은 마치 당연한 말처럼 여겨지지만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의문을 품게 된다. 정말로 모두가 평등한가? 그렇다면 차금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빈정거리듯 서평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모 주가조작 사건이 무죄로 판결났다는 속보를 보고 와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법은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다. 세상이 진화와 발전을 거치는 동안 법도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틈새를 들여다보면 현대의 시선으로는 이런 차별을 법이 보호했다고?’ 싶을 정도로 황당하게 읽히는 구석들이 많다.

 

법은 그렇게 바뀌었다150년간 쌓여 온 미국의 판례를 통해, 변호사 류쭝쿤이 그러한 법의 변화를 상세히 파헤쳐 기록한 책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단순히 판례를 정리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은 수없이 분노하고 수없이 울었고, 책을 다 덮은 후에는 반쯤 우스갯소리로 출판사를 걱정했다(이 책을 어떻게 파시려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런 책을 내 주는 들녘이 있어서 오늘도 세상이 살만합니다...). 책의 1장은 <스콧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방대법원의 수석 판사는 노예는 노예 주인의 합법적 재산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노예제를 두고 미국의 남부와 북부가 부딪히면서 자유와 평등의 국가 미국은 반으로 나뉘게 된다. 150여년 전의 미국 법은 모든 인간이 아니라 백인만을 수호했던 것이다.

 

p.397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법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인종과 민족, 계층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률의 영향력이 미치는 경계선은 분명히 존재하며, 시대마다 그 한계가 있다.

 

열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쉼없이 달린다. 다른 인종 간의 결혼 금지법과 관련된 러빙 대 버지니아 사건, 미등록 이민자 아동의 교육권과 관련된 파일러 사건을 거쳐 말미에는 미국 명문대 입시가 성적이나 평등한 기회보다는 기부금과 인맥, 재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블럼의 소송들을 제시한다. 눈물과 피로 쓰인 수많은 판례를 보면서 우리는 법이 결코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언제나 투쟁이 있고 사람이 있다. 류쭝쿤이 책에서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일은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썼듯이, 우리는 법이 우리를 위협하는 대신 우리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도록 지켜보고 매질하고 가꾸고 고쳐나가야만 한다.

 

사실 책을 펴 보고 조금 놀랐다. 위아래 여백이 20mm도 안 되어 보이는데 끝없는 주석을 빼고도 4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글자로 꽉 찬 책이다. 빽빽한 텍스트 속 수많은 판례와 그 속에 살아 숨쉬었던 인물들이 책 바깥의 독자에게 묻는다. 정말로 법은 평등한가? 우리가 1857년의 노예제 판결을 보며 차별적이라고 혀를 차듯이 22세기, 23세기, 더 미래의 사람들이 2026년의 판결을 보며 비난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전혀 확신이 없다. 이 책에 고스란히 담긴 투쟁과 법의 역사를 보라. 법은 언제나 투쟁 위에 쓰여왔다. 언젠가 당신이 당신 자신을, 당신의 가족을,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을 차별하는 법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이 책이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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