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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노이즈
전여울 지음 / 키다리 / 2024년 7월
평점 :
아이의 이번 여름 방학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인데요..
아이의 여름 방학 계획표를 보니..
영어랑 수학 공부하기, 그리고 책 읽기.
요렇게 3가지를 적어 놓았더라고요.
평소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닌 아이라..
그저 지켜보았는데...
정말 10권도 넘는 책을 읽어서 기특하다 생각했답니다 ^^
이번 여름 방학에 아이가 읽은 책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요~
<너와 나의 노이즈>
평화로운 공원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소년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표지를 보니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주인공 정원이는 동생 영원이 때문에 일상이 망가져버렸어요.
이어폰을 빼는 순간,
자신과 동생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오기에..
누군가의 형이 아닌 오롯이 나, 한정원으로 있고 싶어
이어폰을 귓구멍에 더 깊숙이 박아 넣지요.
매사 모범적으로 사는 건 아니지만..
눈에 띄는 일탈을 해 본 적 없었던 형제.. 정원이와 영원이.
그런데 어느 날 등교길에 동생 영원이가 학교를 가기 싫다고 하지요.
대책 없는 소리라고.. 사춘기 아이의 그냥 하는 소리라 여긴 정원.
그런데 그길로 영원이는 가출을 하고 말아요.
착하고 순한 아이라.. 금방 지나가는 감기처럼.. 아주 잠깐의 일탈일 뿐이라 여긴 가족들..
하지만 영원이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저지르고..
알고 보니 영원이는 학교 폭력 피해자였지요.
가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던 영원이를 그냥 지나쳐 버렸기 때문인가.. 하고 자책하게 되던 정원이.
그런데 영원이가 속했던 가출팸 이야기가 지역 인터넷 신문에 나면서
영원이 때문에 정원이의 일상은 빠르게 변했어요.
그리고 영원이가 '아픈 손가락'이 된 후로는
오로지 '한영원의 부모'인 것처럼 구는 부모님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동생 영원이가 피해자인 건 알지만.. 결국엔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
그리고 봉사활동만 하면 되는 '소년보호 처분 3호'가 나왔다고 좋아하는 부모님..
이런 가족들의 모습이 주인공 정원이를 숨 막히게 했어요.
그래서 결국 정원이는 학교 근처 원룸에서 혼자 살게 돼요.
하지만 중3 소년에게 조용한 넓은 집은.. 지나친 적막감으로 다가와
지독한 외로움을 만들어 냈지요.
그때부터 정원이는 ASMR을 듣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을 뿐인데도 마음이 진정되는 게 신기했지요.
그러다 직접 ASMR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정원이.
그렇게 새벽 공원의 소리를 담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새벽에 소리를 녹음하고, 편집까지 하다 보니..
점점 잠이 부족해져 다크서클이 내려오게 되고..
그런 정원이의 모습을 본 담임 김 선생은 희망 전공을 사회복지로 적은 정원에게
'고요한 양로원'을 소개해 주지요.
그곳에는
양 갈래로 곱게 땋은 금발 머리에 화장을 한 할머니, 마리
최고의 정원사 할아버지, 이파리
술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베이커
잠을 자지 않는 할아버지, 미스터 킴
이렇게 4명의 입소자가 있었지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네 사람.
그러다 정원은미스터 킴을 보며 자신이 잠 못 드는 노인을 잠들게 한다면..
진정한 ASMR을 만든 것이 되지 않을까.. 하며
자신의 취미가 특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잠을 안 자는 건 과거에 대한 속죄이기도 하다며..
자신을 이대로 내버려두라는 미스터 킴.
정원이의 '잠 못 드는 노인을 잠들게 하는 ASMR' 만들기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네요.
과연.. 정원이는 잠 못 드는 노인.. 미스터 킴을 잠재우는 ASMR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가..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청소년,
그리고 그 청소년의 가족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이렇게 한순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쉽게 마음을 쓰지 않는 정원이를 보면서
내 모습도 정원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님의 시처럼
자신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이들과 친구가 되고,
자신의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 정원이를 통해
저도 선입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상대를 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남들의 평화로운 시간이 담긴 소리를 듣다 보면
나의 시간 역시 평화롭다는 착각이 들기 마련이니까.
ASMR을 만드는 정원이가
사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상이 평화롭길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원이의 일상도
다른 사람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평화로운 소리가 될 수 있기를..
-키다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