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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니쿠스
데이비드 매슨 외 지음, 김성균 옮김, 마스터칼리 삽화 / 우물이있는집 / 2025년 2월
평점 :
괴테의 메피스토펠레스, 밀턴의 사탄, 루터의 ‘악마’, 마귀
그리고 솔로몬의 72악마
루터, 밀턴, 괴테, 이 세 이름이 나란히 놓이면 무척 신기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들 세 위인의 이름들이 연계되면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왜냐면 세 위인은 저마다 악의 원리를 나름대로 표현했고,
그렇게 표현된 악의 세 가지 원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 위인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루터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저주받은 중대한 존재를 확신해
마지않은 굉장히 성실한 신심이다. 루터의 확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악을 산출하는 악한 존재는
실제로 현존한다. 둘째, 그런 존재는 인류의 공적이다.
셋째, 그런 존재의 특별한 목적은 루터의 생시에 루터의
운동을 저지하고, 이왕이면, "루터의 영혼에서 신의 은총을
박탈하는" 것이다.
세 위인은 두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첫째, 그들은 악을
산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저주받은 존재의 현존을 보도한
기독교 경전의 구절들을 근거로 삼았다. 둘째, 그들은 기독교
경전에 기록된 그런 존재를 묘사한 구절들을 다소라도
차용했다.
밀턴의 시심은 사탄을 서사시의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괴테의 시심은 메피스토펠레스를 극시의 등장인물로
만들었다.
밀턴은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는 서사시의 도처에서 사탄을 사물처럼 보이도록
표현하는 자신의 독창적 개념을 상기시키는 듯이 보인다.
밀턴은 자신의 서사시 전체에서 천사들은 단순한 사물들로나
현상들로 보이도록 묘사하는 개념뿐 아니라 그들을 육체적
행위자들로 보이도록 묘사하는 개념마저 똑같이 일관되게
고수한다.
밀턴이 상상한 사탄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그 역사의
시초이다. 사탄이 대천사였을 때에 그 역사는 시작된다.
밀턴이 상상하기로, 우리의 세계가 창조되기 전부터
우리 인간들과 완전히 다른 숭고한 존재들의 무리가 이미
존재했다. 그들은 영혼들이었다.
이제부터 다짐하건대.
우리는 앞으로 결단코 선행하지 않겠으며,
우리를 내치신
그분의 숭고한 의지를 거역하는 존재로서
우리는 오직 영원한 악행만 즐기겠노라.
괴테의 메피스토펠레스는 6,000년간 나름대로 고투하고
흥망성쇠를 겪으며 변천하다가 새로운 직업을 얻은 사탄이다.
이 사탄은 6,000년 전의 사탄보다 더 왜소하고 더 변변찮고
더 비열하지만 백만 배나 더 교활하고 더 영악하다.
메피스토펠레스, 그가 대천사로서 지녔던 모든 것은,
마치 뜨겁고 황량한 사막을 여행한 듯이, 오래전에 증발해
버렸다. 그는 이제 메마르고 쪼그라들어 뒤틀린 냉소하는
악마이다.
탈옥하지 않으려는 마르가레테 때문에 괴로워하는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가 던지는 다음과 같은
한마디보다 악마의 심성을 더 확실하게 예시할 수 있는 말이
과연 있을까?
"어서 오게! 어서! 자네가 그내와 함께 있겠다면 나만 가겠네."
이런 맥락에서 밀턴의 사탄과 괴테의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음과
같이 비교될 수 있다. 사탄은 거대한 인물화이고, 메피스토펠레스는
세밀한 초상화이다. 사탄은 자신의 미래생활을 구상하는 타락
천사이고, 메피스토펠레스는 근대의 악마이다.
밀턴의 사탄과 괴테의 메피스토펠레스는 문예의 성과들이다.
그런 반면에 루터의 악마는 실제로 현존한다고- 어떤 관점에서는,
확실히 엄존한다고도- 그에게 인식되었다. 이렇듯 악마의 현존을
확신하는 루터의 강력한 신심은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특징이다.
루터의 마귀는, 대체로 루터가 부단히 애써 저항해야 했던
간섭요소 -그의 내면에서 고조되는 정신적 공포심, 끓어오르는
격렬한 역심, 미약해지는 결심들, 그런 심정들에 휩싸인 그의
실수와 우유부단함과 질투, 그리고 그의 외부에서 그를 파멸
시키려고 울부짖는 세계 전체- 를 기독교 경전의 방식으로
의인화한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나는 악마가 모든 치명적 질환들과 중병들을 사람들에게
보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헌신적인 표정으로 경건하게 행동하면 악마조차
감미롭게 만들 수 있지.
고대세계의 역사에서 인간을 속박한 노예사슬을 끊으려던
시도는 두 번 결행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최초로 결행했고
예수가 두 번째로 결행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투옥되었고,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렸다. 그들의 시대에 존재한 자유를
향한 증오심은 그토록 지독했다.
개인성의 영혼은 개인의 만족을 추구하고, 보편성의 영혼은
모든 역사를 단일하고 지고한 이념이나 목적의 계시과정으로
전망하면서 만족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unest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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