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다른 이야기 다른 역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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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에 숨은 반전의 세계사를 만난다.


큰 나라의 경우 왕자들은 태어난 순서대로 왕, 공작, 

백작 등의 지위와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영토를 받는다.

그런데 작은 나라의 경우에는 왕자들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안 그래도 작은 영토를 분할해주면 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위를 계승하는 맏이를 제외한 다른 

왕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인생을 개척해야 했다.


부모들은 남은 아들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가톨릭 교회의

성직 자리를 사주기도 했다. 당시의 추기경이나 대주교

같은 고위 성직에는 영지가 딸려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따분한 성직이 체질에 안 맞는 둘째, 셋째 왕자들 중

일부는 무공을 떨쳐 큰 나라에 용병 대장으로 고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남으로 태어나지 않았어도 왕이 되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결혼이다. 이웃 나라의 외동 공주나, 딸만

있는 왕가에서 첫째 딸로 태어난 공주랑 결혼하는 것이다.


왕자들이 떠돌아다니는 또 다른 이유는 중세 기사 수련

방법인 '편력기사 생활'을 들 수 있다. 기사의 아들들은

10세 이전에 부모곁을 떠나 다른 상위 주군 기사의 시종

노릇을 해야 했다.


그들은 정의감이 넘쳐서 용과 마법사를 무찌르러 다니는

낭만적인 모험가들이 아니었다. 편력기사 생활을 하며

일거리와 부자 처갓집을 찾고 있는 떠돌이들이었다.


반면 공주들이 많은 가난한 나라의 경우는 어땠을까.

대개 첫째 공주만 국가안보를 위해 투자하는 셈으로

거액의 지참금을 들여 동맹을 맺은 나라의 왕자나 왕과

정략결혼을 시켰다. 다른 공주들은 결혼 지참금보다 싼

기부금과 함께 수녀원에 평생 맡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세상을 두 개의 우주로 나누어 보았다.

자신의 집 안이나 나무판자 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안전한 소우주였고 외부의

세계는 대우주였다.


태어날 때부터 늑대인간이고 마녀였기 때문에 그들이

숲에서 살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마을 밖 숲으로 쫓겨났고, 대우주에서 살았기에 더욱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다.


빨간 모자가 숲에서 만난 존재는 어쩌면 사람이 그리워서

말을 걸었을 뿐인 외로운 늑대인간일 수도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숲에서 길을 잃고 만난 할머니는 마녀가

아니라 잠자리를 제공하고 배불리 먹여준 은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피는 부는 사나이 전설에서 피린 부는 소년 십자군

선동가의 연설을, 사라진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가거나

지중해에서 익사한 소년 십자군 아이들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북부 유럽에서는 빨간 머리가 마녀로 여겨지지만 흑발에

갈색 눈이 다수인 남부 유럽에서는 오히려 푸른 눈을 가진

여자가 마녀로 몰렸다는 사실이 이런 소수자에 대한 박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중들은 봉건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대신에 만만한

유대인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에 영주들은 불만을 품은

민중이 유대인 촌락을 습격하고 불 지르는 사태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기도 했다.


천한 종지기 꼽추가 고귀한 신부를 던져버리는 이 순간,

기도하는 사람, 싸우는 사람, 일하는 사람이라는 중세적

신분 구분이 사라지고 자신의 순수한 욕망만을 추구하는

근대적 개인이 새롭게 탄생한다.


잔 다르크가 신의 음성을 들은 성녀인지, 아니면 악마의

음성을 들은 마녀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입장에 따라,

즉 각자의 현실적 이익에 따라 달랐다.


"드라큘라"와 실존 인물 드라큘라의 역사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흡혈귀가 아니라 각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 불안과 공포가

육체를 입어가는 과정이다.


@withbartle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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