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평점 :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역사는 새로 쓰인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한사코 피하려 해도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존재다. "당신이 전쟁에 관심이
없어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라는 옛 소련 공산당
지도자 레온트로츠키의 경고처럼 말이다.
'몰도토프 칵테일'은 현대 전차에는 더 이상 효율적인
무기가 아니겠지만 불과 열에 약한 가솔린 엔진을
썼던 겨울 전쟁 당시 소련군 탱크에는 상당한 타격을
안겼다.
'적(소련)'에게 역부족일 경우 고개를 숙였지만 복수를
위해 '적의 적(독일)'에게 접근해 카을 갈 숫돌을 빌릴 줄
알았고, 적이 다시 득세할 기미를 보이자 냉큼 돌아서서
동맹군을 저버린 핀란드. 지탄받을 수도 있으나 수십 배,
수백 배 큰 나라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붉은 깃발 휘날리던 공산 진영의 역사에 '붉은 나폴레옹'
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베트남의 보응우옌잡 장군이다.
나폴레옹은 세계적 강대국 프랑스의 군대를 지휘했지만
보응우옌잡은 빈약한 나라의 무장으로 비교조차 안 되는
국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니 말이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한 싸움은 없다"
즉 불가능한 싸움, 이길 수 없는 전투를 용감하게 하느니
비겁하다 욕먹을망정 피하는 편이 백번 맞다고 믿었다는
뜻이다. 구정 대공세는 군사 전략인 동시에 정치 전략
이었다. 우리도 미군을 섬멸할 수 없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군의 싸울 의지는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응우옌잡은 '3불 전략'으로 승리했다.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적들이 싸우고 싶어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적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다."
대제국 수나라를 상대로 선제공격을 서슴치 않은
영양왕이 '똥 덩어리 땅의 신하'라는 민망한 표현까지
불사하며 바짝 엎드리는 모습에 수 문제도 당황했을
것이다. 더구나 고구려 수나라의 대군을 격퇴시킨
직후였다. 명분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강자의 비위를
건드리고 이기지 못할 싸움에 자신과 동족의 존망을
밀어 넣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을지문덕이 수나라 진영에 뛰어들어 지체한 며칠은
수나라 군대에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전쟁에서 시간은
그야말로 금이다. 고구려는 최고 지휘부의 목슴까지
거는 모험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런 투쟁을 '게릴라(소규모 전투)'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작은 전쟁'의 전사들은 희대의
거인이자 유럽의 지배자 나폴레옹에게 뼈아픈 타격을
입힌다.
전투에서 패하고 거란에 사로잡혔다가 항목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한 고려군 총사려관 강조, 스스로 볼모가 되는
필사적인 협상으로 거란군을 철수시킨 후 거란에 끌려가
벼슬살이를 하다가도 끝내 고려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다
적발되어 처형되는 하공진 모두 죽음 앞에서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나는 고려인이다!"
양규 장군, 그는 변방 수비대의 지휘관으로서 40만 대군과
끝까지 맞섰던 불가사의한 사나이였다. 양규 부대가 구한
고려인이 자그만치 3만 명이었다. 당시 고려 인구를 300만
명 정도로 잡으면 인구의 1%를 구해낸 것이다.
열세 척 함대가 거덜나면 조선도 망하는 판이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이순신은 지켜야 할 체계가
살아 있다는 걸 부하들에게 일깨웠던 것이다.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이었다.
비톨트 필레츠키의 수용소 잠입 목적은 나치 대학살의
진실을 캐기보다 수용소 안이 폴란드인을 규합해
저항군을 결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들어가자마자 지옥을 경험한다.
"머리털과 온몸의 털을 자르더니 찬물을 뿌렸다.
무거운 막대로 턱을 내리쳤다. 이빨 두개가 그 자리에서
바로 빠졌다. 나는 그때부터 4859라는 숫자로만 불렸다."
트리키아 출신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는 검투사들에 대한
잔혹한 처우에 반발래 기원전 73년 여름, 동료 일흔네 명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다. 점차 스파르타쿠스의 능숙한
지휘하에 로마의 진입군을 연파하면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다. 몇 번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급조된 노예군으로선
로마 군단 전체를 상대할 수도 무찌를 수도 없다는 걸
스파르타쿠스는 잘 알고 있었다.
팔코네 검사는 1980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부임한
후 마피아를 상대로 야심만만한, 그러나 위험천만한
전투에 나선다. 역시나 마피아의 힘은 강했다.
마약 담당 검사로 일하던 팔코네는 마피아에 맞서던
선배 및 동료 법관과 경찰관들의 잇단 희생을 참담하게
지켜봐야 했다. 자신의 결혼식 때는 보복을 피하기
위해 가족도 참석하지 못하고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채
비밀 결혼을 해야 했을 정도였다.
외롭고 약했던 아이 테무친을 칭기스칸으로 탈바꿈시킨
건 무쇠 같은 팔이 아니라 열린 귀였고, 천재적인 군사
재능이 아니라 겸허함이었으며, 검은 뼈니 흰 뼈니 하며
귀한 핏줄 따지던 몽골의 전통을 뒤엎고 귀족이든 말단
병사든 전리품에 공동의 권리를 주고 전사자의 아내와
아이까지 챙긴 리더십이었다.
유럽 최강, 아니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나라의
왕이 "너 때문이야! 네가 문제야!"하며 이를 부득부득 가는
상황에서도 빌럼의 표정은 '침묵공' 그대로다. 입을 굳게
닫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펠리페 2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낸다. 하지만 가톡릭 귀족들까지
죽여버리기에 이르자 빌럼은 저항에 나섰고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구심점으로 부상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mixcoffee_onobooks
@chae_seongmo
#세계사에균열을낸결정적사건들
#김형민 #믹스커피출판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약자 #강자 #역사 #전쟁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 #명분
#자존심 #모험 #침착함 #겸허함
#리더십 #침묵 #전쟁 #양심 #저항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