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초대
오명희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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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으로의 초대.

머릿속으로 나의 생전 이별식을 그려본다.

나는 누구를 초대할까?

어느 장소를 택할까?


고래들도 그랬을 거야. 빙글빙글 어지러운 방향감은

무엇도 자신 할 수 없게 만들거든. 스스로를 신뢰할

수 없는 깊은 절망과 불안은 무리가 뭍으로 오르도록

했을거야.


끝내 버릴 수 없는 한 자락 욕심이었을 거야.

문학을 향한 오롯한 순정이었지.


가족들이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다 말았어. 그 말이 나의 죽음을 슬퍼해달하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아서. 마음껏 울고도 싶었지만,

죽음을 향한 의지가 무너질 것만 같아 눈물을 꾹꾹

삼켰어. 가늘게 떨리는 음성이 내 귀에도 너무 처량하게

들리더라.


만약에 말이야. 외로움의 끝을 알았더라면 난 죽지

않았을 거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외로움은 날

비참하게 만들었고, 한번 바닥을 친 자존감은 뭘 해도

나아지지 않더라고.


반드시 혈연으로 이루어져야만 가족인가. 하루의

식사를 걱정하고 한솥밥을 나누어 먹으면 식구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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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했다. 기어이, 생전이별식을

준비하겠다는 엄마의 의지였다. 말이 좋아 생전이별식이지

본인상을 미리 치르겠다는 뜻이다. 황망하게 오빠를 보내고

난 후, 엄마는 달라졌다.


첫 번째 초대 손님은 오빠의 애인으로 결혼을 약속했던

은지 언니였다. 엄마는 먼저 죽은 오빠를 대신해 은지

언니를 살뜰히 챙겼지만, 언니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아직 나이도 어린 언니는 곧 새로운 인연을 찾았다.


마지막 초대 손님은 엄마의 손님이기보다 오빠의 손님

같았다. 오빠의 단짝 친구 영준 오빠였다. 오빠의 사고

현장에 함께 있기도 했던 그는 오빠의 죽음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도 장례식이 아닌 생전이별식을 통해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눈문과 통곡이

가득한 장례식보다는 우리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그네들의 가슴속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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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면을 지켜주는 것은 오직 재력뿐이라며

당당하게 우리에게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민영이는 툭하면 입버릇처럼 말했다. 사람이 

행세하는 거 아니더라. 돈이 행세하는 거지!


한때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얼마나 고마운 사람이에요. 제 자식도 버리고 도망가는

세상에 끝까지 내 삶을 책임져 주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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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여전히 남자의 가슴속에서 꿈틀꿈뜰 살아 

힘겹게 숨을 뱉어내고 있다. 불행한 사고로 죽은

사람의 물건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에게 산

물건을 몽땅 골라냈다.


나눌 것이 있다면, 조건 없이 내어주고 외로우면

사람도 만나고, 시원하게 속사정을 이야기하며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도 살아갈 시간은 결코,

길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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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물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찔하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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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식 때 계획에 없던 축가를 준비해 당황하게

만들었던 형, 입대 하는 날 손 편지 안에 수표를

넣어둬서 놀라게 했던 형, 술이 거나하게 취한 밤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수십 번 반복했던

순둥이 형의 얼국이 떠올랐고, 끝내 나는 눈물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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