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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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내 남편과 사랑에 빠져

있다. 아니 그보단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나는 내 남편과 언제나 사랑에 빠져 있다.


나는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내 남편에게는 이제 이름이 없다. 그는 내남편이다.

그는 나에게 속해 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베게 위에 메모를 남겨 놓고

떠나와사 내 남편이 될 남자를 다시 만났다.

그건 내가 망설이던 그 두 주일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내 남편이 그 일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무일도 하지 않고 그저 닫힌 문을

마주한 채 기다리기만 했다"라는 문장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미래의 프로그램이었다.


생각건대 사랑이란 옷이나 시트에 남긴 자국을

양분으로 삼는 것이고, 사랑에 빠진 여자들은

너나없이 그런 자국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내 남편은 몇 해 전부터 나를 "내 순둥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내가 꿈꾸는 것은 팜 파탈인데

말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번역가로 일하다 보면 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냐고,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나는 스스로 작가라 느끼지 않는다. 번역자로

일 할때, 나는 그저 해석자일 뿐이다.


내 마음에 들면, 나는 내 주위의 여자들에 대해서

언제나 과도한 경탄을 느꼈다. 내가 그렇게 경탄하면

그녀들도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을 그녀들보다 열등한 상태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나는 그러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릿속으로 이런 문장을 암송하여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내 콤플렉스는 얼굴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보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바와 다르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 나는 내 자리에 있다.


그들을 관찰해 보면 그들의 사랑과 우리의 사랑을

비교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모욕감과 분노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알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해결책을 준다.


눈물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나는 세월을 겪는 동안

그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욕구

불만이나 분노의 눈물이 있다. 격하고 절박한 눈물,

붉은색의 눈물이다. 두 번째로는 슬픔의 눈물이다.

이 눈물 역시 흐른다기보다 넘쳐난다. 슬픔이 사흘쯤

지속되면 아렴풋해지고 나면, 문득  이 눈물이 얼굴을

따라서 하나둘 조용히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한다.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어느

경우에나 두 사람이 함께 있거나 함께 움직이는

행복이다. 어찌할 도리 없이 내 낙원은 부부이고

듀오이고 쌍이다.


결혼 생활이란 타협하며 사는 삶이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지만, 왜 맞춰 사는 것을 받아들인

쪽이 나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아닌 내가

양보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불안의 문제도 아니었고 기다림의 문제도

아니었다고, 규칙성과 상호성은 사랑의 강도를

전혀 변화시키지 않는다.


나는 사랑해. 그렇다고 사랑하는 나를 잘못

생각하지는 마. 스스로 천진하다 여기며 자신을

인정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내 문제는 바로 내가 내 남편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인데,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때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누구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녀의 그 말들은 어떤 울림을

던지고 있었다.


이건 당연한 애기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젖먹이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여자가 있으니, 첫째는 애인이요,

둘째는 정부요, 셋째는 어머니다. 내가 보기엔

아주 맞는 말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나는 휼륭한 어머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애인으로 살아가기에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내가 규칙적으로 애인을 구하려고 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만남의 목적은 단 하나,

사랑의 압박을 덜어 줄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 남편을 상대로 느끼는 엄청난 압박감을

여러 사람 사이로 분산 시키는 길을 찾는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openbooks21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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