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기억해 - 곁에 있어줘서 고마운 당신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시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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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져도 아버지라는 이름은 변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2013년 2월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여든넷이었다.

이 책은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던 시기에 썼다.


아버지는 오래 혼자 살았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던

나는 아버지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는 걸 깜빡하고,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돈을 있는 대로 다 쓰는 일이

일어 나면서 비로소 아버지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치매 진단을 받는 것이 가족에게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돌봄의 시작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으리라.

어쨌거나 병이라고 깨닫는 타이밍은 항상 너무 늦다.

부모만이 아닌 자식의 병도 마찬기지다.


아버지는 입원 중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으나

병명이 뭔지를 알아도 그것이 퇴원 후 돌봄을 하는

가족에게는 어떤 도움도 구원도 되지 않았다.


돌봄은 결코 쉽지 않지만 힘들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부터 생활을 함께해온 부모와의 관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 가깝지만, 그런 탓인지

한 번 꼬이면 회복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버지가 예기치 못한 일을 저질렀을 때, 나는 짜증이

나서 왜 이런 일을 했냐고 종종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기억하지 못해서 따져봤자

의미가 없었다.


치매는 메타 기억에 문제가 생겨서 일어나는 병이다.

뭔가를 잊어버렸다는 것, 잊어버린 것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기억과 망각은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의미가 보여된 세계에서

산다. 모든 것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만을 인지하고 기억하며

잊어버리는 것이다.


치매의 핵심 증상인 기억장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하나의 장애가 방향감각장애다. 방향감각장애는

지금이 언제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이 사람은 누구인지에

관한 인지에 장애가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부모와의 관계는 가능하면 '지금'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뒤돌아보면 부정적인 기억이 발목을 잡아서

그 무엇도 결정할 수 없어서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무엇보다 인간은 혼자서는 '인간' 될 수없다. 인간은

관계를 벗어나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영원히

인격적 존재다.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황해서 주저앉아 정신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돌보고 지켜야 할 이유에는 당연 '왜'라는 질문이 필요 없다.

오직 '어떻게'만이 우리 앞에 놓인다.


시간은 아이를 자라게 하고 부모를 약하게 만든다.

점점 기억력이 희미해지고 인지 능력을 상실하는 부모를

보면 시간의 양면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병에 걸렸다고 해서 가장 저차원의 존재로 보지

않은 거죠. 환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 사람의 고차원적인

모습을 기억에서 지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좋게 말해보자.

그럼 누군가 도와줄지도 모를 일이다.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하며 그 사람과 관계만 나빠지고

정작 필요할 때 협력을 구하지 못하므로 나만 손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iwon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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