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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만나다 - 15년의 아카이빙, 하루키를 이해하는 40가지 키워드
신성현 지음 / 알비 / 2024년 3월
평점 :
15년의 아카이빙, 하루키를 이해하는 40가지 키워드
하루에 60개비를 피던 애연가에 음주도 즐겼지만,
세 번째 장편 [양을 쫓는 모험]을 집필하면서 담배를
완전히 끊고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작가로서 규칙적이고 건강한 '지속 집필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끝까지 펜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하루키에게 달리기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닐까. 결승점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처럼 하루키 작가 인생도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전쟁을 겪은 세대로 아니고, 큰 상처나 아픔을 겪지도
않고 순탄하게 자란 그가 가진 작가로서 첫 번째 고민
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쓸게 없다'라는 것에 대해
쓰자는 것에서부터 그의 첫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10대와 20대 초반 시절 한신칸의 풍경과 기억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불러들이며 자전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하루키의 작품에서 '양'은 목적에 따라 사람을 선택하여
옮겨 다니는 위험한 존재로 정치계를 장악하는 우익
거물의 몸에까지 들어간다.
'양사나이'는 전쟁 징집을 피하려고 숨어 사는 캐릭터로
'양'의 영향력을 두려워하지만, '양'의 탈을 쓰고 있는
이중성을 띤 존재이다. 삶의 혁명을 꿈꾸면서도 일상에
안주했던 당신의 하루키 자신이자 우리 모두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소설가라는 직업은 말이 아닌 글로 이야기하는 직업이다.
하루키가 작가 생활 전반에 걸쳐 지켜온 원칙으로, 외부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점을 의식한다.
하루키는 프린스턴 대학 도서관에서 일본과 전쟁에 대한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 새로 시작하는 소설에 노몬한 사건
이라는 일본의 무리한 군국주의 팽창 정책에 의해 엄청난
사상자와 함께 큰 피해를 안겨 준 역사적인 직접 대입한
[태엽 감는 새 연대기]가 세상에 태어난다.
하루키는 자기 작품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유독 어떤 이유 때문인지 [언더그라운드]는 다시 읽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이것은 진짜 이야기이고 살아있는 개개인의 아야기이기
때문이다.
도넛의 구멍을 통해 내면으로 무한히 들어갔던 하루키의
세계는 외부로 점점 확장되었고, 자기 내면이 아니라,
외부로 관계된 사람들로 관심을 돌려, 시대와 시대정신의
계승을 이야기한다.
논리적인 말보다는 이야기라는 것이 지니는 원초적인
힘이 시간이 조금은 걸릴지 몰라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어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항상 현실과 비현실의 구조를 통해, 주인공과
독자를 다른 세계로 보내 탐험하게 만든다. 그 세계는
어둡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런 어두운 세계를 경험해 봐야 어두움의 본질을 깨닫고
치유를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믿는다.
책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40세가 되기 전까지는 폭력과 섹스에 대한 묘사에 소극적
이었지만, 40세가 넘어서 쓰게 된 [태엽 감는 새]부터는
일종의 충격 요법을 저와 독자에게 주고 싶었어요.
도서관에 있을 때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던 아이여서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합니다.
[노르웨이의 숲] 리얼리즘 소설로 분류되는 이 소설에서는
많은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스스로 죽음을 마주한다.
데뷔작부터 비현실적인 환상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료
시켰던 그가 리얼리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죽음이라는 어둡지만 우리 주변에 매우 가까이 있는,
그래서 외면 할 수 없는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올바른 역사를 박탈하는 것은 인격 일부를 빼앗는 것과
똑같은 일이지. 그건 범죄야. 우리의 기억은 개인적인
기억과 집단의 기억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거야.
하루키의 마음 한편에는 '벽'이라는 존재가 묵직하게
들어 앉았다. 무거운 추가 들어 있는 듯 자리 잡고 있던
벽은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느꼇던 벽, 부자와
가난한 자의 벽, 오해가 쌓인 벽, 헤어짐에서 오는
차단된 감정, 세상을 떠난 이들로부터 오는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단절된 벽 등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이유가 바로 '나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라는 하루키의 고독한 우물로 내려가기는 계속
되고 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real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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