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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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시대에 태어난 흉흉한 소문과 기이한

이야기를 쫓는 두 탐정 이야기


시신은 참혹했다. 배는 갈라져 있었고, 위장, 창자,

자궁같이 배 속에 있어야 할 장기들이 시체 주변에

널려 있었다.


고려 말은 소문의 시대였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자는

원귀에 대한 소문을 낳았고, 영문도 모르고 죽임을 당한

자는 괴물에 대한 소문을 낳았다. 나는 이런 소문과

이야기에 매혹되었는데, 헛것으로 태어나 허물을 입고

뼈와 살을 갖추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나는 이야기를

쫓느라 등과하여 조정 일을 할 생각조차 없었다.


여기는 이상한 곳이오. 한쪽에서는 꼬리가 아홉 달렸다는

여우가 무고한 처자를 해치지를 않나, 다른 한쪽에서는

그 여우를 잡자고 드는 감무가 귀신에게 죽어 나가지 않나.

고려 천지 이런 곳이 또 어디 있겠소?


이거야 원. 불가살이도, 가왜도, 그 금행이라는 이의 행동도

모두 조정에 대한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는 말이오?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핑계라도 대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시절입니다."


"살아 있었네 그려."

"성격 뽀족한 건 그대로일세. 그 성질머리로 어떻게 감무

자리를 꿰찼나?"

"궤찬 게 아니고 내몰린 걸세."


"같이 잡아보세. 그놈의 여우."

"내가 그만 두라고 하면 그만둔다고 약속해주게."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정에는 고려를 세운 이래로 수백 년을 이어온

세족이 있고, 향리의 호족들은 친인적으로 그들과 연결되어

있네. 이들의 세도가 쟁쟁한데, 어찌 일개 감무가 장계 하나로

이 일을 바로 잡겠나?


본래 안에 있는 높은신 분보다 문지기가 더 무서운 법이네.


순간 섬뜩했다. 뒤이어 숨이 점점 막혀왔다. 발버둥이라도

치려 했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쇳소리를 내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틀림없이 시신의 상태가 참혹할 터인데도 금행은 담담한

어저로 말했다. 오랫동안 전장을 누빈 사내다웠다.

"수련이보다 더 참혹하게 죽었어요. 나쁜 짓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


그렇다면 자네는 서로 다른 솜씨의 두 칼질이 하나의 시신에

있다고 보는 건가?


우리가 호장가를 들쑤신 적도 없고, 여우 일과 그 집안이

엮여 있다고 말한 적도 없었네. 그런데 호장의 아들이 저리

나서니 도둑이 제 발 저린 꼴 아니겠나.


이 쌀쌀한 날씨에 상의가 벗겨진 채 맨몸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온몸에 멍은 물론이고, 살이 터져 곳곳에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얼핏 보면 어제의 금행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참혹한 몰골이었다.


자네는 개경에 닿기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나.

죽기 싫어서, 겁에 질려서, 살 방도가 있는 데 찾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vook_da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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