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것들의 기록 -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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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사가 써 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


방 안에는 떠난 이의 자리가 선명히 남아 있다.

나뒹구는 술병과, 쌓여 있는 고지서, 시간이 멈춘 방에

남아 있는 떠난 이의 인생과 고뇌, 저물어버린 꿈과 사랑.


다 펼치지 못한 그들의 삶이 더욱 아깝게 사무친다.

몸은 다 자랐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 티를 못 벗은

청년들. 마음이 단단하게 다 자라기도 전에 아이들은

상처받고 세상을 등지는 선택을 해버린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혹여 같은 마음일지라도 행동은 정반대일 수 있고,

상대를 위한 배려가 상처나 깊은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너무 외롭다. 더 살 가치를 못 느낀다."

고인의 유서에 남긴 말이다. 고인으로서는 두 아이를

성인으로 키워내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가치였다.

이제 더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고 외로웠고, 갈 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 앞길에 걸림돌이 될까 봐 두려웠다.


죽은 사람은 그걸로 끝이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는 그때부터

새로운 고통이 시작된다. 사느냐, 죽느냐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만 여겨지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겨진 사람에

대한 책임과 도리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취가 가득한 물건은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의

모든 물건은 폐기 처리한다. 산 사람의 물건이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고독사는 사회적인 문제고, 예방하기 어려운 사고다.

가족과 함께 산다고 해도 24시간 함께할 수는 없기에

돌연사는 더더욱 예방하기 어렵다. 후회는 남을지언정

냉정히 말해 자책할 이유는 없거늘 남겨진 사람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엄마는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는

선택을 했다. 여자는 살인자지만, 아이들에게는 영웅 같은

엄마일지도 모른다.


돈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목숨보다 더 귀할까.

내가 손해를 보는 게 나와 함께 나고 자란 형제의 죽음보다

애통할까.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상실감과 박탈감에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내가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기를 거부하고 삶의 의지를

쉽게 놓아버린다.


우리는 왜 그 순간의 벅찬 기쁨을 잊어버리는 걸까.

그저 아무 탈 없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겨웠던

때를 왜 잊는 걸까. 이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기

위한 시간은 남아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린 그들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외로움을 자처했고 결국

외로움에 잡아먹혔다. 그렇게 희망을 외로움으로 바꾸고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외로운 마지막을 지켜보며 이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을 채워주는 건

돈이 아닌 사람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chungrim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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