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명품이 되는 순간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 다른 것들의 아름다운 조화"

좋아 보이는 것들은 어떻게 삶을 예술로 바꾸는가?


디자인이 단순한 물리적 기능성만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지극한 감동을 가져다주는

분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


베네치아의 두칼레궁 앞에서 만세 포즈를 취한 이 단말머리

여자인형 같은 물체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질 사람이 있을까?

함께 웃으며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그냥 인형이 아니라 와인오프너라니 당혹스럽다.

멘다니는 이 별것 아닌 도구에 <안나 G>라는 이름을 붙여

실존재하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불어넣었다. 그 결과

이 와인오프너는 단지 무생물의 도구가 아닌, 살아 있는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조명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부피감이 전혀 안 느껴지고,

살포시 날아든 학처럼 고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멘디니의 디자인은 어떠한 우월감이나 과시성도 엿보이지

않고, 항상 천진난만하고 즐겁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끌어안을 수 있었다.


상반되는 것들이 강렬하게 부딪치는 패러독스 바로 이것이

마르셀 받더스 디자인의 매력이며, 그가 지금 세계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유이다.


<밸라> 조명의 종 모양과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은 이 디자인의 화룡점정이다. 플라스틱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나 크리스털 같은 재료가 빚어내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빛의 굴절을 계산하여 아름다운 투명함을 만든 

디자이너의 솜씨가 돋보인다.


2007년 밀라노 박람회에서 하이메 아욘은 비사치라는 타일

브랜드의 전시장 디자인<픽셀 발레>를 선보였는데, 가운데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피노키오를 놓고, 그 주변에 자기 작품을

체스판의 말처럼 배치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타일회사를 홍보하는 전시장인데도 상품으로서의 타일을

보여주지 않고, 타일로 거대한 조각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초현실적인 예술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손목시계는 숫자 표시가 하나 없고 동심원 세 개와 직선만 보인다.

이 시계는 바늘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동심원의 각 판들이 따로

돌면서 시간과 분을 알려주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요시오카 도쿠진, 이세이 미야케를 위한 시계 <TO>]


수양버들 같기도 하고 바닷물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해초류 같기도

한 울창한 형태의 <알그>는 정확한 용도가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실내 공간을 구획하거나 가리는 가림막으로 많이 

쓴다고 한다. 멀리서 보기에는 식물의 넝쿨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식물과는 거리가 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처럼 생긴, 부홀렉 형제의 대표작 <알그>]


기둥을 사람 얼굴 같은 조형물로 만든 것이나, 강렬한 벽의 그래픽

처리, 바닥에 들어가 있는 패턴들과 시각적인 오브제에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초현실적으로 바꾸는 조형 요소로서 조직적으로 작동

하고 있다. 언뜻 보더라도 지하철역이라기보다 최고 수준의 화랑에

가깝다.


<비너스> 책장은 파비오 노벰브렉 자신의 고전주의 전통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책장 안에 그리스 시대의 조각을

실제 크기로 진짜 넣어버렸다. 어렵게 이루어지는 창조가 아니라

이처럼 발상을 살짝 바꾸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수직으로 곧게 세워져 있는 둥근 기둥들에는 운동장을 달리는 듯한

사람의 모양이 붙어 있어, 실내 공간을 매우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파비오 노벰브레, 카사 밀란>


<브로노이 선반>은 전체적인 구조가 입방체와 같은 견고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뚫려 있는 구멍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언가를 넣어둘 

수 있는 빈공간들이 이 선반의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루이즈>는 조명이 빛을 발하는 동안 청아한 종소리까지 울려나온다.

조명 윗부분의 둥근 구조물은 조명의 형태를 부드럽고 우아하게 

마무리해주는 조형적 포인트인 동시에, 이동시킬 때 손잡이 역하를

훌륭하게 해내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보면 요정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체어 원> 아래에는 시멘트, 위에는 철골 구조물 같은 모양이니

전체적으로 의자가 아니라 작은 건축물 같아 보인다. 의자로서의

견고함을 초과해 얻고 있으면서도 대단한 상징성을 동시에 얻고

있다.


프랭크 게리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도들을 통해 축적된

건축적 가치를 구현하는, 세계 최고의 거장 건축가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건축을 형태에만 치우친 감각적인 것으로도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전의 건축들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이런 유기적인 건축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선입견에 대한 과감한 도전,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실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루이뷔통 재단>


필립 스탁의 우아한 3차원 곡면이 초현실적으로 잘 표현된 것은

벽걸이 시계<웨일>이다. 희한하게도 시침과 분침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생략되었다. 넓은 곡면의 시침, 분침의 모양은 고래 꼬리 같은

느낌도 들고, 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의 유연한 동물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doublebook_pub

@chae_seongmo



#일상이명품이되는순간 #최경원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더블북 #일상 #명품 #예술 

#아이덴티티 #디자인 #패러독스 

#투명함 #조각 #초현실 #자연 

#창조 #발상전환 #건축 #순간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