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자의 달콤한 상상 - 뒤집어야 비로소 보이는 답답한 세상의 속살
홍석준 지음 / 바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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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야 비로소 보이는 답답한 세상의 속살

"내 상상은 글이 된다!"


밥 대신 약을 먹고, MBTI를 거부하고, 원하는 성별을 고르고,

대학에 가지 않고, 험담과 SNS가 사라진 세상. 고삐가 풀린 상상은

멈출 줄 몰랐다. 하나도 빠짐없이 통념에 의문을 던졌다.


그땐 그야말로 사람이 채점이 되는 시대였다. 나누고 구별할 수 있는

모든 차이를 조건으로 세웠다. 외모, 체형, 나이, 학력, 직업, 재산, 차량,

혈액형, MBTI, 사주팔자, 전공, 부모 직업, 가족 구성, 거지지, 자가여부,

고향, 유전병, 흡연, 음주, 워킹홀리데이, 종교, 취미, 자녀계획 등.

그 어떤 가상 세계 속의 게임 캐릭터 능력치보다 세분되어 있었고,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마련해두었다.


미쳐 돌아가던 세상은 다행이 정신을 차렸다. 점수와 등급이 사라졌다.

결국 조화로운 화합을 위해 사회는 강수를 두었다. 만남을 원하는

남녀에게 최소한의 데이트 횟수를 법으로 정해졌다. 공식적으로

어느 한쪽이 데이트 요청을 하면 무조건 3번은 만나야 했다.


편가르기 용어도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이쯤 됨녀 다른 건지

틀린 건지 헷갈려. 반대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가도,

결국 이겨 먹으려고 깍아 내린단 말이지. 서로 평등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상대쪽에 불리하면 안 되는 전쟁처럼. 이쪽을 

완전히 지배해야만 끝나는 양상을 보이지. 


"도대체 왜 대학을 다녔죠?"

취업하면서 대학 때문에 발목이 잡힐 줄이야. 그동안 주변에서

물으면 대강 뭉갤 수 있었다. 그냥 심각한 목표 없이 갔다고.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차마 남들이

거친 사회로 나갈 때 자신이 부족해서 일단 피했다며 없어 보이게

답할 순 없었다.


문제는 돈의 등장이었어. 그래, 요즘 우리가 모시고 사는 그 돈 말이야.

노동의 가치를 언젠가부터 간편하게 돈으로 매겨서 거래하기 시작했지.

돈이 그때 처음 생긴 거냐고? 맞아, 돈이 지금 우리를 지배하느라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 같지만, 나타난 건 얼마 안 되었거듣. 뭐, 이렇게나

빨리 세상을 정복했으니 타고난 재부는 인정해야겠지.


일을 하는데 따라오는 대가가 그대로 벌어져 있다면 누구든 많이 받는

일을 원할 테니까. 보수가 일괄적으로 통일되어 맞춰졌다. 안에서

일하든 밖에서 일하든 똑같다. 따지고 보면 화이트 칼라가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건 한푼이라도 더 벌어서였다.


친구야, 이번이 내 마지막 결혼식 초대가 되겠구나. 벌써 세 번째라니

거짓말 같아. 괜히 3번 결혼할 수 있게 정해놓은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

오랜 사람들 습성을 들여다보고 만들어놓은 제도라 그런지 어쩜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할 말이 없더라.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시간 이후 모든 댓글은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예전 기록과 앞으로의 활동 모두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그대로 남게

됩니다. 그야말로 실망의 도가니입니다.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정체가 

드러나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으로 밖에 나서지 못하고 학교와 직장에 무단으로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다가 우린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누군가 책임을 진다는 건, 원인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죠.

책임이 사라졌다는 건, 나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거기선 자책하는

상황을 쉽게 벗어나는 3종 세트 아이템이 기본 장착됩니다.

바로 '탓, 핑계, 원망'이죠. 저번에 저 사람 탓하고, 이번엔 이 사람

핑계 대고, 다음엔 그 사람 원망하고. 정말 쉽죠? 나만 빼고 모두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새로운 즐거움 이에요.


원당절 용어에 반기를 든 세력의 이유는 이러합니다. 도대체 원래,

당연, 절대란 걸 누가 정했으며, 그것과 다르면 왜 인정받을 수 없냐는

주장입니다. 애초부터 '일반','상식'이라는 게 잘못되었다는 거죠.

한쪽으로 정해놓고 그와 다르면 압박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내 인생의 기쁨이었던 그곳이 그렇게 나쁜 건지. 나를 알리고 돌려받는

하트나 좋아요가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비록

익명이나 별명일지라도, 따뜻한 댓글 하나 달리면 온종일 날아갈 듯

살 수 있었는데. 삭막한 오프라인에선 친절한 인사도 한 번 제대로

받기 힘들잖아. 새로운 설렘이 사라진 인생은 의미가 없어.

SNS가 없는 세상.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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