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속의 섬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동훈 옮김 / 고유명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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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허드슨은 자신의 집을 배라고 여겼다. 폭풍들을 견디기

위해 마치 섬의 일부인 것처럼 지어졌으나 집에 나 있는 모든

창문에서 바다가 보였고, 통풍이 잘 되어 아무리 무더운 밤이라도

시원하게 잘 수 있었다.


계획은 계획이었고 결정은 어김없는 결정이었다.


그는 자기의 그림을 위해서만 이기적이 되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만 잔인하기로 결심했다.


정말 엄청나게 큰 용오름. 칠흑같이 시커먼 두 개의 커다란 물기둥이

우렁한 소리를 내며 바다 위를 덮치면 지나가는 소리. 이럴 땐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 바닷물을 몽땅 빨아들이는 광경을 보면

정말로 무시무시하잖아.


역시나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착했다.

아이들이 이 집에 온지도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어릴때는 참으로 이상해. 물은 너무 차가웠고 그는 그냥 그렇게 갔지.

하지만 결국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나는 살았고 그는 죽었다는 거야.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었기 때문이지.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야.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순 없어. 어딘가로 가서 제대로 된 소설을

최선을 다해 써 봐야지.


푸른 물 건너편에서 갈색 딩기의 돛처럼 보이는 무겁고, 꼬리에 

꼬리를 문 것 같은, 폐를 찌를 듯 솟아오른 삼각형 모양의 지느러미가

얼굴을 가린 소년이 물고기를 물 밖으로 들어 올린 암초 가장자리의

구멍을 향해 물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허드슨은 숨을 죽이고 침착하게 상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최후의 일발을 명중시킬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이 다시 떠나고 나면, 모든 생활을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꽤 힘들 것 같았다. 자신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 스스로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이리라.


녀석은 엄청나게 큰 물고기야, 데이브. 로저가 그에게 말했다.

넌 그를 괴롭힐 수 없단다. 그러니까 녀석을 이끌고 어디로 데려갈지

설득해야만 해.


소년들이 떠난 이후 토머스 허드슨은 우울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소년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느끼던 평소의 외로움이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지나간 과거일세.


죽음이 아닌 다른 것에 의해 아물어질 수 있는 슬픔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슬픔이 아닐는지 모른다.


사랑이 무조건 좋은 결과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에요. 

서로 좋은 사랑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우리가 진정으로 해방되었다면 껍질을 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남자는 자부심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가끔은 너무 많아 죄가

되기도 하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걸 자부심으로 해낸적도 많아.


마치 바다가 우리는 서로 친구이고 다시는 어떠한 고통도, 어떠한

난폭도 부리지 않겠다고 말해 주는 것 같다고 토머스 허드슨은

생각했다. 왜 바다는 그렇게도 변덕스러운가? 강은 믿을 수 없고

잔인하다가도 어떨 땐 친절한 친구가 될수 있다. 시냇물은

그야말로 친구같이 다정하다. 우리가 배반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나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바다는 항상 우리를 속인다.


이제부터라도 진정으로 하고픈 일에 굳게 매달리자. 그러려면 

받드시 살아야 해. 한 인간이 이루어 낼 수 있는 업적에 비하면

생명조차도 하찮은 것이 아니던가. 쓸데 없는 희망 따위는 품지

말고 일단 살아남자.


@hansmy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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