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 고대 그리스에서 인상파까지 세계의 명화를 읽다
기무라 다이지 지음, 박현정 옮김 / 휴먼아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 [처음읽는 서양미술사]고대 그리스에서 인상파까지 세계의 명화를 읽다라는 부제가 의미하듯이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명화 감상란 감성에 의한 보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제작 당시의 정치,역사,철학 등 사회적 배경을 알고 이성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시대의 정수(essence)를 파악하라!’라는 저자의 말마따나 서양문화(문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나 기독교,그리고 서양고대철학<특히 플라톤, 화이트헤드가 말했던가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없다. 일반인을 위한 서양미술사 입문서운운은 출판사의 책 팔아먹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당연히 그리스·로마신화, 기독교, 플라톤이 언급되고,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나 서양미술사 입문서에 대부분 나오는 플라톤 이데아론이나 미메시스 또는 회화, 조각, 건축이 어떻게 예술(fine art)로 편입되게 되었는지, 과학적 원리로서의 원근법, 소실점 등 어려운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냥 일반상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술술 읽을 수 있는 명화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에세이 수준이다. 읽으면서 지식과 교양을 쌓거나 점검해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교양서적으로 보면 되겠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원정을 시작해서 기원전 30년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멸망하기까지 약 300년간을 헬레니즘 시대라고 부른다(25)거나, 12세기 고딕양식은 프랑스 왕의 권위를 상징하고 왕권을 강화하면서 후에 이탈리아, 독일 통일 등 유럽을 국경선 있는 국가로 재편하는데 영향을 주었다(43)는 식으로 주로 시대적 배경이나 역사에 초점을 맞춘 그림읽기를 보여준다.

 

르네상스, 초상화, 네덜란드 회화, 풍경화의 탄생과 변천, 모던아트의 시작으로서의 인상파에 이르기 까지 이른바 오늘날 명화로 불리는 그림을 실어놓고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주장이 덧붙여진다. 기본적으로 서양회화의 흐름은 근엄하고 권위적인 종교화, 역사화에서 초상화를 거쳐 산업혁명이후 풍경화, 풍속화로 변천해 온다. 그 시대의 주류가 누구이고, 시대정신이 무엇이냐에 따라, 주제와 화법, 화풍이 달라진 것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작품과 화가가 언급되어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모던아트의 시작 인상파화가에 대한 소개는 자세하고도 꽤나 인상적이다.

 

튜브물감이 개발되면서 바로 야외에서 채색이 가능해 졌던 19세기 프랑스. 외젠부댕(1824-1898)은 바다풍경화라는 장르를 확립했는데 클로드 모네(1840-1926)가 열일곱살이었을 때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화가의 길을 권했다. 더불어 인상파로 가는 길목에 천사를 본적이 없어서 그릴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박람회에 출품이 거절당하자 최초로 개인전을 연 반아카데미즘의 기수>와 오늘날 올랭피아’, ‘피리부는 소년으로 잘알려진 에두아르 마네(1823-1883)는 빠질수 없는 화가들이다. 인상파는 1874년 파리에서 모네,드가,르누아르 등이 주축이 되어 미술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살롱이라는 고루한 심사제도에 대항해서 개최한 그룹전이 발단이 되어 탄생했다. 모네의 출품작 <인상, 해돋이>에 대한 한 평론가의 야유에서 유래된 이름 인상파’. 이 화가들은 색채와 빛을 주역으로 내세웠다.(265)

 

저자는 인상파의 사려깊은 친구 바지유’,인생의 기쁨을 그린 르누아르’,온후한 무정부주의자이며 여덟번 개최된 인상파 전시회에 한번도 빠짐없이 출품한 유일한 화가인피사로’,파리의 빛과 그림자를 그린 <압생트><에투알>드가’,인상파의 홍일점 모리조’, 인상파를 미국에 소개한 커샛등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1860년대부터 1880년대에 걸쳐 진행된 인상파 운동은 고전미술과 현대미술 사이에서 분기점을 이루며 세잔, 고흐 그리고 고갱으로 이어지는 후기 인상파를 탄생하게 하였고, 이후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이르러 현대미술의 활로가 개척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물론 서양미술사에서 인상파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읽다보면 저자가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듯 하면서도 이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이는 저자 본인이 일본인이어서 1867년 제2회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소개된 우키요에가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유럽에 자포니즘이 크게 유행하였다는 사실과도 크게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하긴 지금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동메달이라도 따면 들썩들썩하듯이 민족적, 국민적 자부심이란 것은 어쩔수 없는가 보다.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읽기로서의 명화 감상'에 공감하는 바 크긴 하지만 여전히 나같이 게으르고, 촌티나는 초보에게는 그림이란 '일단 눈에 보이는 대로 느끼는 그 무엇'이 아닐까 싶다. 다시말해 명화에 대해 역사적, 정치적,사회적,사상적 배경을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감상한다는 것이 주는 지적 쾌감의 매력 보다는 보는 순간, 느끼는 정서적 울림이 더 본질적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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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19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상주의 미술이 워낙 유명해서 인상주의자들과 쿠르베와의 관계가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쿠르베는 인상주의 미술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인상주의자들이 있었어요.

sprenown 2018-02-1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오르낭의 매장‘이나‘화가의 아틀리에‘등 쿠르베의 그림이 보수적 가치와 체제에 반대하는 혁신성을 띠었기 때문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