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가 요즘 상당히 인기 있는 모양이다. 역사학을 전공해서 소설도 쓰고, 철학적 에세이도 쓰면서 다른 일을 안해도 잘 먹고 잘 사는가 보다. 

 

위와 같이 시니컬하게 쓰는 이유는 질투심 때문이다. 그의 책은 한권을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나름 작가적 상상력과 감수성이 엿보이는 문장과 철학적이고도 지적인 문장이다.

 

이 책을 집어든 까닭은 달마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이, 밥벌이가 지겨워서이다.(소설가 김훈과 김원일도 항상 투덜대는 말이다.)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래서 올 여름에 알라딘 서재에 가입해서 책도 읽고, 그나마 허접한 글이라도 쓰고있는데, 여전히 지겹다.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지... 그렇다고, 욱하는 심정으로 때려 치울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20년 가까이 밥벌이를 하는 공로로 조금 여유도 생겼다.그래서 틈나는 대로 책도 읽고 알라딘 활동도 하지만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요즘은 '좋아요'도 갈수록 줄어든다.)  

 

이 책은 작가가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화물선에서 시작해서 항공기로 끝난다. 움직이는 것... 그렇구나!  그동안 너무 정체된 삶이었어.그래 여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든다. 이 친구처럼, 또는 여행 작가처럼 여행과 글이 밥벌이의 수단이 된다면 일석이조이겠지만 그럴 재주나 능력이 안되는 나는 청약저축이라도 깨서 여행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차라리 그이들 보다 여행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그네들은 결국 원고청탁에 따른 목적의식을 갖고,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꼭 내 집이 있어야 하나? 그냥 평생 전세살지 뭐~..." 이런 생각까지 드니, 전셋돈 빼서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까지 하고 싶다.(이렇게 쓰는 손가락에 전기신호를 보내기 전부터 뇌에서는 직관적으로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ㅎㅎ)  

 

기본적으로 이 책은 에세이고 포토 르포르타주. 유명 사진작가와 함께 몰디브의 참치잡이 현장, 물류현장, 비스킷 공장, 로켓발사 현장,송전탑, 회계사무실, 항공기제조 공장 등을 찍은 사진과 글..  대부분의 챕터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책 펴내기 참 쉽구나..." 이렇게 비아냥 거릴수 없는게 그의 감각적이면서 지적인 글솜씨 때문이다.

 

"참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에서 이렇게 멀리 나와본 적이 없다. 이렇게 밝은 빛을 본 적이 없다.

어부들은 참치가 겁에 동맥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려보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안 그러면 저녁 식탁접시에 시커먼 살이 올라와 식욕을 망치게 될 테니까..이제 어부는 복수심이 불타오르 듯 격분하여 짐승을 두들겨 패며, 디베히 언어로 죽어가는 집승에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니구발라,니구발라, 헤이 아루발라난'('이년아, 이년아, 넌 죽었다.')그가 여드레 만에 처음 잡은 참치였다. 집에서는 아이 여섯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치잡이 어부에게는 생존이 달린 삶이고, 슬픈 노동이지만 작가는 이렇게 관찰자의 시점에서  일상에 대해, 일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와같이 이 책의 전편에 흐르는 작가의 문장을 유심히 읽다보면 이 작가는 자본주의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나름대로의  넓은 지식과 감성을 적당히 섞으면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척도 한다.(그나마 꽤 솔직한 편이다.)

 

빌딩의 회계사무실에 대한 인상과 경험을 드러낸 그의 글을 보자." 델피 신전의 여사제 만큼이나 엄숙한 태도로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안내원은 짧은 입문 의식을 거행한 뒤, 표찰을 건네주며 언젠가는 끌어내주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하면서 소파 쪽을 가리킨다.~ 이 회계사들의 건물에서는 모든 것이 우아하고 매끈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계사는 나에게  책을 어떻게 또는 왜 쓰냐고 묻지 않고, 어떤 책의 세금을 몇 년에 걸쳐 낼 수도 있느냐, 아니면 출판할 때 전부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사람을 보면 먼저 신장부터 생각하는 신장 전문의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일이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니 누가 얼마나 일이 좋아서 하겠는가? 경영학이나 행정학에서 말하는 x이론,y이론 중에서 대다수는 x이론에 적합할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도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자아실현 욕구'을 충족한다는 것은 거의 이상에 가깝다. 그나마 생존과 안전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사랑받고 싶어하는 애정욕구에 징징대는 게 대부분의 삶인것 같다. 주말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야 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11-25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공한 덕후’, 즉 ‘덕업일치’를 이룬 사람이 욕구단계설 최상층에 위치한 사람들입니다. ^^

2017-11-25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