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오네긴 SNUP 동서양의 고전 4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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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동서양 고전시리즈중 하나인가 본데, 푸슈킨 저. 최선 역주로 되어 있다. 단순한 번역자는 아니라는 의미겠다. 역자 최선은 한국러시아문학학회회장이자 대학교수인데, 이 책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다보면 최교수의 푸슈킨에 대한 애정과 러시아 문화,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여실히 느낄수 있는 것이다.(난 솔직히 얼마전까지도 푸슈킨에 대해서는 이발소 그림에 덧씌여 있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쓴 러시아 시인으로만 알았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로도 유명하다는 '예브게니 오네긴'은 귀족청년 오네긴과 타티아나와의 사랑얘기를 그린 운문소설이다. 근데 도대체 운문소설이 뭐지? 하는 궁금증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9세기 독일문학사에 대한 것만 언급된다. 아마 일정한 음보나 율격을 갖춘 시적 이야기 정도가 될 터이다. 그러고 보니 서사시와의 차이는 뭔지 모르겠는데, "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하는 우리 조선시대 가사문학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왼편에 러시아어 본문, 오른 편에 우리말 번역문이 실려 있고, 각 장마다 각주가 빼곡히 씌여 있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러시아어 전공자나 러시아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있고, 보다 충실한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읽어 볼만 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다 읽기에 벅차다. 이 책을 만드는데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해서 러시아어는 아예 몰라 건너뛰더라도 각주는 중요부분을 참고하긴 했으나 다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푸슈킨도 이 소설을 1830년에 완성했는데 7년에 걸쳐 쓴 작품이다.)이런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역자인 최교수는 앞부분에 이렇게 일러둔다

 

" 이 책의 가상적 독자는 세 부류이다. 첫번째 부류는 '오네긴'을 소리내어 읽고 해석하면서 번역을 참고하고 비교도 해보는 독자들이고, 두번째 부류는 역자주석까지 꼼꼼하게 이리저리 맞네 틀리네 따져보는 독자들이고, 세번째 부류는 러시아어를 몰라 러시아어는 그냥 그림삼아  보고 우리말로만 생각대로(소리 내거나 또는 눈으로만)읽으면 되는 독자들이다. 모두 역자에게 고마운 이들이지만  첫 번째 독자들이 가장 소중하고, 두번째 독자들이 든든하고 미덥다면,아무래도 이책 저책 읽어보기 좋아하는 세 번째 독자들이 가장 사랑스럽다." (욕심도 많으셔~..)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러시아 청년귀족의 방탕한 삶과 사교계 문화, 푸슈킨의 외증조할아버지가 그 유명한 한니발장군의 후손으로 아프리카인이어서 푸슈킨이 흑인 혼혈이었다는 사실, 자존심과 명예 때문에 목숨을 건 결투(입회인 참가)가 흔했다는 점등을 알수 있었는데,이렇게 죽음을 불사한 결투는 "끝까지 가보자!" 고 하는 러시아(인) 특유의 막시말리즘이 반영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 소설처럼 저자 푸슈킨도 아내를 희롱하며 집적대는 프랑스 망명 귀족 단테스와의 결투끝에 38살에 죽었으니 말이다. 가장 극적인 장면이랄수 있는 제6장. 무도회에서의 사소한 오해, 주위의 부추김으로 촉발된 친구 렌스키와의 결투는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에 대해 역자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제6장의 중심테마는 렌스키와 오네긴의 불행한 결투이야기이다. 귀족문화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은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고,행동의 기본원칙으로서 명예를 확실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었고 귀족은 자신이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죽음에 직면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귀족이 자신의 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는 수단이었다."(253쪽)

 

 삶에 대해 권태와 오만과 냉소를 보내던 오네긴이 그에게 구애하던 타티아나를 냉정히 차버리다가, 그녀가 공작부인이 되어 나타난 후, 갑자기 그녀에 대한사랑에 불타 올랐으나 구애를 거절 당하는 장면.(정말 추하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미완성으로 끝나는 이 소설을 번역하고, 각주를 달면서 역자인 최선 교수는 진짜 고생했던 모양이다. 끝부분 운문체 역자 후기(아래 "2005년 2월 시작한 역자후기를 2006년 1월에 마치며") 를 보라!  이 분 정말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인 것 같다. 이 책을 내기까지 그녀는 그 이름 처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네긴을 번역하면 웬일인지

노다지 각운이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자나깨나 전전긍긍 아으 으아 신음하다

구구절절 우왕좌왕 어머머 어~쩌지 하다

다 그만둘까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약강 4보격 14행으로 교대운, 병열운, 고리운

~

 으쌰 가자 으쌰 가자 으쌰 으쌰 가자 가자

하며 쓰고 쓰고 하며 가자 가자,가고 보자

달리다가 너무 이상해 지면 고쳐보려다

에라 모르겠다, 오기까지 생겨버렸다

어불성설 지지배배 다 하니, 다 그냥

그럭저럭 읽을 만큼 된 셈이다.

~

 

어쨌든 버텨 왔네, 누가 뭐래던.

하고 하고 하다 다하면 면발 바르르

다 풀어져 국수맛이 젬병이듯

애만 쓰고 뭣도 아닌 번역이 될 듯

하여 국수 먹는 애꿋은 남편에게 파르르

짜증낸 것 미안해라, 이제 입 다물게,

남편이여, 고맙네 이제 정말 끝. 끝낼게.

~

그나저나 우리 인생도 벌써 저무는가,

석양빛이 어쩌자고 저토록 눈부신가!

어쨌거나 정말이지 꽤나 오래 함께 한

이번 번역물이니 그대도 한번 읽어 보게

심심할 때  쉬엄쉬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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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21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 번역본을 볼 때 번역가가 누군지 확인해요. 믿고 읽을 수 있는 문장을 쓰는 번역가는 석영중, 박형규, 최선 등이 있어요. 또 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

sprenown 2017-11-2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