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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그 연애는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귀족주의 채식주의니 하는 모든 '주의'에 연연하지 않는다.

조선 국적을 지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알고 보니 조선 국적을 지닌 재일 조선인이었고,철이 들 무렵부터 히와이를 타락한 자본주의 상징이라고 배웠고, 표지에 마르크스니 레닌이니 트로츠키니 체 게바라 라는 이름들이 적혀 있는 책에 에워싸여 자랐고, 또 알고 보니 학교는 조총련에서 운영하는 민족학교, 즉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거기에서 미국이란 나라는 절대적인 적국이란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뭐 공산주의 사상에 푹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북조선도 마르크스주의도 조총련도 조선학교도 미국도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에 순응하며 그저 살아왔을 뿐이었다.(15쪽)

 

윗글이 이 소설의 주제다!  한마디로 이주한 나라에서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문제이다.

주인공은 재일교포 3세..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일제 징용에 끌려 왔다가 남의 나라인 일본에 정착 했다. 조총련의 활동요원이며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파칭코 경품교환소 운영,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독학으로 마르크스와 니체를 읽어냈음)는 하와이로 여행가기 위해 민단간부와 접촉해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다.(사실은 하와이로 가기위해서가 아니라 주인공인 아들을 위해서 족쇄를 하나라도 풀어주려 한 것이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재기발랄하고 경쾌한 문체를 구사해서 재미있으면서, 한편으론 무지 슬프다. 작가인 가네시로 가즈키의 자전적 성장소설로서 밑바탕에 흐르는 핵심단어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났지만 여전히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다니면서..사쿠라이와의 믿었던 사랑을.. 먼저 놔버릴수 밖에 없다. 재일조선인(한국인)의 삶은 이토록 많은 차별과 이지메로 피해의식을 갖고 살수 밖에 없는 것인가?  못난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 자의에 의하지 않고, 남의 나라에 끌려와 먹고, 살기위해 발버둥을 치며 사는 삶...  

강해지기위해, 주인공 스기하라는 젊었을때 날리던 권투선수였던 아버지에게 권투를 배운다.

 

"권투란 자기의 원을 자기의 주먹으로 뚫고 나가 원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오고자 하는 행위다. 원 밖에는 강력한 놈들도 잔뜩 있어. 빼앗아오기는커녕 상대방이 네 놈의 원 속으로 쳐들어와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65쪽)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주인공은 항상 약한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고,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식을 주입받는다. 농구부 코치는 아주 냉정한 말투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놈이 어디있냐. 너희들은 항상 적에 둘려싸여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적에게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연민을 구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너희들이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은 조선인  전체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니까 사람들 앞에서 우는 습관을 붙여서는 절대로 안된다. 울고 싶거든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울어라"(183쪽)

 

그리고 그도 역시 한국국적을 취득한다.그렇다고 주인공이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삶의 방편을 택했을 뿐이다.(한국에 첫방문한 날..바가지를 씌우는 택시기사.."한국같은 나라 망해버려라"..라고 생각한다.)일본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김일성 원수의 혁명 역사' 시간에 전날  밤 너무 열심히 공부한 탓에 졸고 만다. 선생이 허벅지를  세번 걷어찼다.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아팠다.

 

"넌  민족의 반역자!"라면서 명치를 걷어찼다.

"너 같은 놈은 뭘 해도 안돼"

"넌 매국노야" 라면서 또 따귀를 때렸다.

 

나는 '매국노'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물론 글자의 뜻은 안다.

하지만 내가 매국노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감각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어째서 매국노가 아닌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때 나 대신 내 기분을 표현해 준 녀석이 있었다.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 악을 썼다.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 정일의 죽음..그는 소설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혼자서 묵묵히 소설을 읽는 인간은 집회에 모인 백 명의 인간에 필적하는 힘을 갖고 있어."

재미와 감동...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래도 역시 씁쓸하면서도 슬픈 소설이다. 울컥..하면서 나는 중얼거린다. "아~아, 나의 사랑 한반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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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01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시위‘라는 것도 있어요. 군중이 한자리에 모여서 저항의 의미로 책을 읽어요. 한 마디로 말하면 평화적인 무언의 시위입니다. ^^

sprenown 2017-11-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그런게 있군요..굉장히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시위네요..^^ 저는 묵묵히 소설을 읽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