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먼드의 앤 네버랜드 클래식 47
루시 M. 몽고메리 글, 마크 그래함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Dere 앤 셜리...

    

내가 너를 첨 만났을 때가 내가 지금의 내 아이 만할 때 였지.. 

7살 무렵 엄마가 사주셨던 문고판 전집에서 네 존재를 처음 알았어. 

거칠은 시험지 종이에 정갈하게 인쇄됐던 활자와 컬러도 없이 펜으로만 쓱쓱 그려진

그림이었지만 너와 친구들의 감정과 그 만큼 다양했던 에이번리의 풍경을 그려놓은 그림체가 인상깊게 담겨있던..

 

그리고 얼마 후 TV에서 수수한 색감인데 너무 예뻤던 너와 네 친구들..  

그리고 벛꽂이 휘날리는 초록지붕집으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었어... 

그리고..십대 때에도 실사로 살아난 네 이야기를 볼 수있었지. 그 재미도 쏠쏠했는데...

 

그렇게.. 넌 나의 외롭던 유년시절에 좋은 친 구중 하나였어 

어쩌면..“가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듯한... 

(나의 외롭던 유년시절의 이유는 여기서는 접어두자..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흥얼거려지던 노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잊고 있었네.

    

그런데... 서른아홉번째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각지도 못 하게 네가 찾아왔어. 

레드먼드의 앤내가 가장 사랑하던 유년시절을 이미 지나 지나 청년시절의 너였지만...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지. 널 다시 만났다는 것이, 정말 예상하지 못 한 만남이었기 때문에

마냥 기쁘기만 했거든.

 

그런데 이상하지? 

당장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해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널 손에서 놓지 못 해야하는 게 맞는데... 

첫날은 그냥 겉표지만 보고, 앞뒤 표지 페이지의 속지에 그려진 에이번리 지도만 보고

더 이상 넘 길수가 없었어. 

뭔가 그 벅찬 설레임을, 반가움을 조금 더 누리고 싶었거든.

    

게다가...

40세를 목전에 두고, 덧없이 져물어가는 나의 삼십대가 뭔가 마냥 서러운 시간이기도 했고

 쉽게 너를 덥석 만나지지가 않더라구...

 

그래도.. 또 읽어야 하는 게 의무라면 의무였으니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펼치고 네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새롭고, 흥미롭고, 궁금하고 그러더구나..

  

너를 만들어낸 몽고메리 부인은 너 만큼이나 상상력과 표현력이 풍부하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나봐.

 

물론 우리 글로 잘 옮겨주신 번역가님의 글 해석이 너무 감사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러워서 마치 애초에 우리 글로 쓰여진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전혀 어색함이 없는 글덕분에 너와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도 넘 좋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너와 네가 살아내던 시간들, 살아가던 공간들, 관계를 맺고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사건들이....

때로는 실제로 본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대화하는 목소리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네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기도 하는... 

마치 내가 네 곁에 실제로 함께 했었다고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풍경묘사, 인물묘사, 감정묘사가

부러울 정도로 따뜻한 시선과 표현으로 이뤄진 것을 보면....

너를 비롯해 네 주변 사람들이 악한 사람이 없는 것도.... 

(가끔 너와 대적하는 인물도 보이긴 하지만 그런 인물들도 악한이 아닌 그저

너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 뿐이지 그들 자체는 선한 사람들이니까..)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갈등과 고민이 부족함없이 담겨었던 건...   

너를 태어나게 해주신 몽고메리 부인의 천성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뜻이겠지...

 

내가 이번에 만난 너는....

유년기를 끝내고 더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잊지 않는 청년시절의 너 였지...   

그 무렵에 할 수 있는 고민과, 결심과, 노력과... 사랑을...... 하는....

 

아까도 말 했지만...

30의 마지막에 서서 40의 문턱을 넘을 생각에 이유없이 서글펐던 나는 네가 한없이 부러웠단다.

   

내게도 한 때는 반짝이던 청춘이 분명 있었을텐데....

나도 한 때는 나름 치열하게 내 꿈을 위해 발버둥 친 적도 있었는데...  

내게도 한 때는 함께 하면 기분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금도.....분명 나쁘지도 않은 지금인데....  

그렇지 않아도 별스럽지 않던 내 존재가 초라하게 남아버린 지금이라고 느껴지는 건... 

그래서 서글픈 건... 그냥.. 내가 30에서 40의 문턱으로 덜컥 들어서서 일까?

  

그래도 말이야... 

이렇게 한없이 쳐져있고, 서글픈 내게 정말 예상할 수도 없이 문득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의 청춘과 그 속의 희망과 설레임을 부러워할 수 있는 시간을 준것도 고맙고

  

조만간... 내가 너를 처음 만났던 그 때...에이번리의 앤...을 시작해서   

니가 나처럼 한사람의 아내가 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가고...  

그리고 내 나이보다 더 들었을 너를 쭉 다시 만나보고 싶다.

 

  올해 열 살이 된 큰 딸 아이에게도 널 소개할 생각이야.

-엄마가 너 만할 때 만난, 정말 사랑하는 친구란다...-하고 이야기해주면서 말이지. 

내 아이들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 거지?!

      

그 아이도 나처럼 너에게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가장 빛나는 시간 속에서 친구들과 웃음도 나누고 

처음 시작하는 설레임에 두근거림도 느낄 수 있었음 좋겠다.

 

아마 내 아이도 널 사랑하게 되겠지.. 나처럼.... 

 사랑해.. 초록지붕의 빨강머리 소녀야~

 

     

2017. 1 ... 

아무 준비없이 40의 문턱에 들어서버려 당황스러운 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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