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약 사비약 사비약눈 문학동네 동시집 17
정완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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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하늘에서 나풀나풀 날리는 눈을 보고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드문드문 하얀 구름 덩어리, 마치 그 구름이 씨를 날리듯 하나둘 내리는 광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전생이 있었으면 넌 아마 강아지 또는 개였을 거라고 사람들이 말할 만큼 눈을 좋아하는 나에게, 거의 늘 기분좋은 아침이 더욱 큰 설렘으로 다가왔다. 첫눈이 떠오르는 이 책은, 정말 좋아하는 김세현 화가의 표지 그림도, 곱씹을수록 더욱 예쁘게 느껴지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사무실에서 본 뒤 바로 주문했더랬다. 알고 보니 사비약눈은 '아이들 이가 빠지듯이 한 잎 두 잎 내리는 첫눈'을 뜻한단다. 먼저 본 작품 가운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 것은 바로 <감꽃>.

 

 

감꽃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보는 이도 없는 날에

푸른 산 뻐꾸기 울고 감꽃 하나 떨어진다

감꽃만 떨어져 누워도 온 세상은 환하다.

 

울고 있는 뻐꾸기에게, 누워 있는 감꽃에게

이 세상 한복판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기가 그 자리라며 감꽃 둘레 환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시조다. 둘레를 환하게 만드는 감꽃, 바로 그 자리가 세상 한복판이 되는 감꽃처럼, 약하고 서툰 우리들 하나하나도 그런 존재이리라. 사비약 사비약 첫눈이 내린 오늘, 다시금 세상의 평화를 바라며 읽어간다. 사비약 사비약 소리내어 읽어 본다. 오랜만에 본 첫눈이 모두에게 따스함으로 기억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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