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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의 심리학 -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딸의 불안, 스트레스, 관계에 대한 이야기
리사 다무르 지음, 최다인 옮김 / 시공사 / 2022년 9월
평점 :
엄마도 여자지만 딸을 키우는 게 가끔은 버겁다. 예민하고 까칠한 딸을 어떻게 훈육할지 암담할 때도 있다. 딸은 왜 예민할까? 불안에 사로잡힌 딸을 어떻게 다루고, 나아가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한 딸 둘 엄마의 눈에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아동 발달 전문가인 리사 다무르의 <여자(아이)의 심리학>.
차별적인 발언이 아닌가 싶지만 과학적으로 여성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연구결과 남자아이가 불안 증상을 겪을 확률이 13%인 반면, 여자아이는 그 두 배 이상인 31%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 사진에 받는 '좋아요'가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SNS 시대에 더욱더 외모에 집착하며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항상 해롭지만은 않다. 딸들은 역경을 극복하며 스트레스 면역이라는 대응력을 기르므로 무조건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는 것 또한 적절한 대응책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이들이 그것을 극복할 만한 개인/감정/사회/재정적 자원이 뒷받침될 때 건강한 자양분이 된다. 부모는 그런 자원의 일부로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극복할 방법을 조언할 수도 있다. 또한 불안은 내외부의 위협을 경고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가 있다. 이 경고에 귀 기울이면 해가 되는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다.
종종 아이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피'라는 수단을 쓴다. 하지만 회피는 1) 단기적 위안만을 줄 뿐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며, 2) 두려움을 겪어내고 나면 실제로 별거 아니라는 것을 배울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딸들은 종종 시험을 앞두고 패닉이 되어 도망치기를 읍소하지만, 우리 부모는 그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겪어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종종 겪는 '감정 폭풍'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는 그 감정에 전염되기 쉽다. 부모는 반사적으로 그 감정에 휘말리기보다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되, 물리적으로는 아이의 곁을 지켜야 한다. 아이를 패닉에 빠지게 만든 최악의 상황이 실은 최악이 아님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 가끔 딸들은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을 부모에게 전가시키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라는 폭탄선언을 엄마에게 톡으로 보낸 후, 내내 걱정하는 엄마와 달리 아이는 저녁이 되면 기억도 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부모 또한 딸이 보내는 감정적 쓰레기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저자는 일과 중 충동적인 연락 대신 '메모장 쓰기'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여자친구 사이의 갈등은 부모의 큰 걱정거리이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그 두려움을 드려낸다면 아이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첫 번째로 아이의 대인관계 갈등을 부모가 의연하게 받아들여야만 아이도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친구와의 갈등을 마주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필요하다면 싸움을 취사선택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또한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아이들은 밤새 친구들의 연락에 잠을 깨고, 밤사이 얕은 수면은 낮 동안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소셜미디어에서 때때로 마주하는 자괴감은 어떨까? 저자는 SNS가 '커다란 가구 전시장, 하이라이트 필름'이라고 지적한다. 온라인상의 포스팅은 '좋아요'를 받기 위한 다듬은 상황일 뿐 실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허상의 모습에서 스트레스와 열등감에 빠지지 않도록 아이를 도와야 한다.
책은 앞에 열거한 가정과 동성 관계를 거쳐, 이성, 학교생활, 문화적 압력까지 범위를 넓히며 여자아이가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다. '여자로서' 강요되는 역할을 고찰하고 센스 있게 대처하고, '여자라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부모가 옆에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내 아이의 분노와 불안을 단순히 '사춘기'라 치부하기 전에 아이의 상황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당신에게는 이 책 <여자(아이)의 심리학>이 필요하다.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