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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을 살다 -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에서 길어 낸 참신앙의 기초
장 칼뱅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은 장 칼뱅의 역작, 『기독교 강요』의 1539년 증보판의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하여’라는 장의 내용을 발췌하여 발행한 것으로, 기존의 번역본이 가지고 있는 번역상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원전의 의미에 가장 가깝도록 펴낸 책이다. 아직 기독교 강요 전체를 읽지는 못했고, 번역상의 의미 차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지만, 하나의 책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이 책이, 아니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전체 주제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책에서 밝혔듯이, ‘경건한 사람들에게 경건한 삶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경은 예수님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고, 우리는 그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양자이자 제자이므로 성경에서 제시하는 삶의 방향과 그 실제 모델되신 예수님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좋은 도우미이자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인이 성경 이외의 신앙서적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구성 자체가 로마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로마서도 1장~11장까지는 의와 복음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죄된 본성, 그것을 깨어버리는 복음의 능력 등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12장부터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성도가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도 5개의 챕터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고, 나머지 4개의 챕터에서 자기부인, 십자가, 영생, 성도의 삶 등을 다루고 있다.
사실 칼뱅의 사상은 서구 근대 자본주의의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적인 관점에서 인식되고 전달된 점이 없지 않아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인식이 많다. 구원에 관한 논의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칼뱅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그의 접근 방식이 아주 공동체적이라는 것이다. 칼뱅이 말하는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결코 개인적이지 않다. 오히려 공동체 구성원 가운데서 하나님의 형상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교회 공동체 전체의 덕을 위해 행동하기를 힘쓰라고 권면한다. 이 땅에서 영생을 누리는 삶에 대해서도 그는 결코 개인이 누리는 하나님 나라를 말하지 않는다. 개인의 정욕을 위해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공동체에게 나누기를 장려한다.
저명한 사람들의 생각과 사상에 대해서는 그것에 대해 정리된 몇 문장들을 접하고 그것이 그 사람의 생각의 전부인 양 받아들이는 일반화의 오류를 자주 범하는데, 칼뱅의 글도 그런 것 같다. 사실 예수님도 그렇지 않은가. 성경을 비롯한 여러 고전들을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복음의 본질이나 제자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그 책에서 말하는 여러 이야기의 근간이 이런 개혁주의 신앙의 기초를 마련한 사람들에게서 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확신할 수 있었다. 어디서 들어본 말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성경에 충실하였고,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는 것에 충실하였다. 그것이 참된 제자의 삶이다.
예수님을 닮기를 소망하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기를 힘쓰는 것.
고전이기에 글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 조금만 신경써서 읽으면 글의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다. 글의 내용을 모두 다 이해하리라 애쓰기보다는 칼뱅이라는 한 인물이 어떻게 성경을 통해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고 닮아가기를 힘썼는지, 그 작업 환경을 둘러본다 생각하면 책을 읽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기독교 고전에 관심은 있으나 실제로 읽어보지는 못하였던 독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책이다. 하루저녁에 읽을 만한 고전이 어디 몇이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