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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도, 힘들어도, 슬퍼도 기도 먼저 - JUST ASK
J. D. 그리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관계에는 자연스러운 요소와 의지적인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될 때, 대개는 그 존재 자체에 이끌림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가장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는) 나의 자녀라 할지라도 그 사랑을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는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척도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더 많은 대화,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이 책은 하나님과의 대화, 기도에 대한 책이다. 기도는 인생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영성 훈련의 주제이자 하나님과의 관계 그 자체이다. 그러나 기도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밝혔듯이 그리스도인(더 정확히는 신학생이라 밝혔다.)의 하루 평균 기도 시간이 6분이라고 한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현대인의 집중력이 8분이라고 한다. 바쁘고 바쁜 하루의 일과 속에 하나님께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나마도 줄어든 현대인의 집중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원제목처럼 ‘Just Ask’, 그냥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독려하기 위해 이런 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주제는 ‘우리가 기도하지 않는 이유’이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하나님을 그만큼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기도를 해봤자 응답받지 않기 때문이고, 셋째는 기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이유는 모두 한 가지를 전제한다. 바로 내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닌 ‘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아닌 내 뜻만을 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인정하더라도 거기에 굳이 나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기도 생활에 대한 나의 태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러웠다. 여러 가지 영성훈련으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내가 얼마나 하나님을 신뢰하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는 기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 사람과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누지 않다가 뜬금없이 ‘사랑해’ 라고 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한테 왜 그래?’ 라고 말하지 않을까.
문제를 인식했으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결방안은 당연하게도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기도문은 우리에게 복음 속의 복음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의 모범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도를 하셨다. 이 책에서도 밝혀 두었듯이, 예수님의 삶은 기도로 가득차 있다. 주기도문의 구조적 특징과 원리는 수많은 기도와 관련된 책들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주기도문을 다룬 이유는 결국 그 기도를 따라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기도의 실천 방안을 한 가지 공유한다. 개인적으로는 말씀과 연결된 기도라는 점에서 적용 가능할 것 같다.
HEAR 기도법
1. 주목하기(Highlight) : 성경을 읽으면서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들에 주목하라.
2. 조사하기(Examine) :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조사하라. 스터디바이블이나 주석서를 사용해도 좋다.
3. 적용하기(Apply) : 그것들을 적용해서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라.
4. 반응하기(Respond) : 기도로 그것들에 반응하라. 약속을 주장하라. 도움을 요청하라.
말씀만큼이나 기도도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자녀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자녀의 관심과 성격을 고려해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상황도 살펴야 한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언제나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으시고 늘 기도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일단 기도하는 것이고, 기도하면서 말씀에 기반하여 내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사실 이 책은 누구에게 추천하기보다 내가 먼저 체득하고 훈련해야 할 책이다. 그래도 다른 기도에 관한 여러 책들에 비해(부끄럽게도 기도 관련 책들도 많이 읽기는 했다) 구성이 간단하고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게, 현실 적용이 가능한 제안들도 많이 제시하여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기도생활이 부족한 나의 현실을 잘 적시해주어 기도에 관한 동기부여에 탁월하다.
4살 난 첫째아이는 나의 식사기도, 큐티하기 전 하는 기도, 잠들기 전에 해주는 축복기도를 잘 따라한다. 나도 자녀에게 기도의 본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러려면 기도의 본을 보이신 나의 아버지, 나의 예수님을 잘 따라가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늘 새벽 4시 반에서 5시 반까지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그도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자녀라면 기도해야 하고, 하나님이 그런 자리로 분명히 이끄신다는 점이다. 오늘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런 이끄심임을 기대한다. 기도에 대한 거룩한 부담이 산더미인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찔릴 것은 찔리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의 자리로 함께 나아가자.
#기도먼저 #JD그리어 #두포터11기 #두란노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