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사 걷기 - 한민족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따라
임경근 지음 / 두란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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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차매!

“한국 역사도 교회사적 의미가 있을까?”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소제목으로 담은 질문이다. 이는 나의 질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나는 늘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우리 민족에게 복음이 전해지기 전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복음이 들어온 구한 말 이후의 암울한 역사 가운데 하나님의 섭리는 어떻게 우리 가운데 드러났는지.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복음이 우리 민족에게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교’에 대한 기록이었다.

‘특히 당 시대에는 서양에서 전파된 기독교의 한 분파가 경교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경교는 빛의 신의 가르침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략) 네스토리우스가 세운 이 기독교 종파는 페르시아에 정착했다가 중국에까지 전파되었다. (중략) 이때 경교는 당과 활발한 교류를 했던 한반도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31-32쪽 중에서)

그리고 함께 제시된 유물은 더 신선한 충격이었다. 불국사 경내에서 발견된 돌십자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상(공식적으로는 아기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상이라 부른다)이 발견된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우리 민족에게 복음이 전해졌다’는 일반 명제를 성립시키기는 무리겠지만, 기독교가 오래 전부터 동양권에 전해졌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복음을 가진 자로서는 어쨌든 복음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전파하는 것이 의무이지 않을까.

복음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구한 말의 과정은 더욱 스펙타클했다. 내가 대학교에서 배웠던 내용과 겉으로는 같았지만 속 사정이 너무나 달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기독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의 그 어느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없었던 순간이 없었다. 권서인과 매서인으로 대표되는 성경 번역 및 유입의 과정은 다큐멘터리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만큼의 감동이 있었다. 한국판 부림절 사건은 완벽한 에스더서의 한국어 버전이었다. 한글성경의 번역 과정에서 드러난 한글의 우수성, 네비우스 선교 정책으로 대표되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선교 연합 작전, 교과서에는 한 줄로만 설명되는 개신교 선교사님들의 눈물겨운 의료선교와 교육선교의 스토리들. 이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복음’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신사 참배 허용, 해방 이후 정치와 종교의 밀접한 연관 속에 이루어진 교단 내부의 갈등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큰 아픔으로 자리잡았다. 예수의 십자가 보혈의 흔적이 아니라 교회의 생존과 번영을 둘러싼 힘의 논리가 우선순위가 되어버린 역사의 상흔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쉽고 정확하게 설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교단 분열의 역사는 복잡했고, 그 복잡한 만큼 하나님의 마음 아파하심도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미국의 영향을 받은 ‘복음주의’적 선교의 영향으로 종교개혁의 원리 원칙이 적용되지 못한 것이 오늘날 교회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오늘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을 접한 순간부터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교사로서 늘 마음속에 ‘우리의 역사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한국 교회가 걸어온 역사가 곧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 그 자체’라는 점이다. 이는 책에서 밝힌 ‘종교개혁적 관점’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날이 좋지는 않았다. 시대는 암울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빛줄기가 비친 날도 있었다. 반대로 교회는 성장하는 듯하나 영적으로는 내리막길을 걸어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은 교회를 사랑하시고, 한민족을 사랑하심이 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때가 차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한국 교회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4차 산업 혁명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교회의 전반적인 환경이나 선교전략이 변화의 급물살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도 쉽지 않다.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라고 하였고, 결국 중요한 것은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아니라 그 위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출애굽을 잊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펼쳐진 것은 사사기의 혼란스러움과 이스라엘의 분열과 포로 생활이었다. 그렇다면 교회의 역사를 모르는 기독교인, 교회 공동체는 어떨까. 우리에게 역사는 단순한 교양 이상의 것이다. 하나님께서 보편 교회, 그리고 개교회에 역사하심을 살펴보고 그 은혜를 기억하는 것은 앞으로 걸어갈 믿음의 걸음 걸음을 더욱 의미있게, 담대하게 만들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사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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