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새롭게 읽기 - 예수님의 마지막 일곱 말씀에서 배우는 기독교 핵심
권해생 지음 / 두란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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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을 위해 죽는가?

이 두 가지 명제는 사뭇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육신의 삶이 끝이 아님을 아는 그리스도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보내심에 따라 이 땅에 왔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따라 살다가, 부르심을 받고 다시 주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가장 완전한 ‘참 인간’의 삶을 사신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인하여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무엇을 위해 사셨고, 무엇을 위해 죽으셨는지를 살펴보면 그리스도인의 삶과 죽음의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주제는 바로 ‘십자가’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예수님이 실제로 십자가에 달려 계실 때 말씀하신 ‘가상칠언’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상칠언

이 책은 가상칠언이라는 주제에 맞게 예수님의 7가지 말씀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각 장에서 풀어간다. 구성상의 특징은 단순히 십자가상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예수님이 언급하신 말씀의 구약적 배경과 함께 그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복음서 및 이후에 기록된 서신서와도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구약과 신약의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핵심이 십자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지은이가 인용한 존 스토트의 표현이 이를 잘 드러낸다.

“만약 십자가가 우리 종교의 중심이 아니라면 우리의 종교는 예수님의 종교가 아니다.” (25쪽)

각 장의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구절들을 충분히 묵상하고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개요를 밝힌다.

1장 : 임마누엘을 위한 십자가 (마 27:46)
2장 : 희년을 위한 십자가 (눅 23:34)
3장 : 구원을 위한 십자가 (눅 23:43)
4장 : 믿음을 위한 십자가 (눅 23:46)
5장 : 새로운 가족을 위한 십자가 (요 19:26-27)
6장 : 목마름 해소를 위한 십자가 (요 19:28)
7장 : 새 창조를 위한 십자가 (요 19:30)

임마누엘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하자면, ‘임마누엘’이라는 의미가 더욱 확장된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라는 의미인 임마누엘은 주로 예수님의 오심에 대해서 주로 소개되어왔는데, 사실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라는 것이다.

“사실 임마누엘이라는 주제는 마태복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며, 예수님의 십자가도 임마누엘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즉 십자가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예수님이 버림받으신 사건이다.” (32쪽)

이 글을 읽으며 왜 예수님께서 복음서에서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요16:7)고 말씀하셨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마태복음의 마지막 구절이 왜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하) 하셨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정말이지 예수님의 삶은 소름돋을만큼 정교함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한 장의 글로 정리하기에는 나의 지식이나 글솜씨가 너무나 모자란다. 그저 성경의 모든 구절 하나하나가 다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하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 그 자체가 성경에서 약속한 언약의 성취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 분의 십자가가 있다는 것 밖에는.

패러독스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아주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당대에 가장 끔찍하고 저주받은 형벌이었던 십자가가 사랑의 상징이 된 것, 예수님의 처절한 고통과 탄식의 메시지가 우리에게는 가장 큰 복음의 메시지가 된 것 말이다. 그분의 버림받으심으로 우리가 버림받지 않게 되었고, 그분의 고통당하심으로 우리가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큰 은혜일까? 윤동주 시인의 싯구처럼 예수님은 참으로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라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십자가의 역설을 따라 살아갈 자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다. 제자도는 곧 십자가의 도다. 예수님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마16:24)이라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러면 그런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예수님이 ‘다 이루었다’ 말씀하신 그 일. 바로 생명을 위한 사역,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이다.


“어떤 사람의 유언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에 초점을 맞추며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199쪽)

예수님의 초점은 사람에 있었다. 죄인에게 새 생명을 주고자 하셨다. 그래서 타락한 창조세계를 다시 회복시키고자 하셨다. 그것을 위해 십자가를 기꺼이 지셨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분이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사랑이며,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십자가만이 믿는 자의 바람이요 자랑임을 고백하며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념하며,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강절의 시작에 이 글을 쓰니 의미가 있다.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가고자 하는 모든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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