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오염된 신앙의 언어
권연경 외 지음 / 야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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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_정치에 오염된 신앙의 언어
(권연경 등 6명 지음, 야다북스 펴냄)

"어, 선생님. 오늘 00색 옷 입었네요. 00당 지지하시나요?"

지난 대선 즈음에 학생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물론 진지한 대화는 아니었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질문하는 학생이나 듣는 다른 학생, 그리고 나 모두가 그 함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소 희화화되어 소비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애석하게도 실제 정치의 현장은 희화화로 끝나지 않는다. 이곳은 실제적인 전쟁터다. 이념을 앞세우지만 이념은 진영의 기반이라기보다 소비되고 표류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애석하게도 한국교회는 문제의 핵심에 위치한다. 정치와 종교는 상호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이 국가와 교회의 관계로 이어질 때, 복음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정치와 신앙의 잘못된 유착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윤리적 실천 없는 신앙의 허구성, 예언이라는 표상 뒤편에 담긴 선동의 언어, 정교분리에 대한 오해,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자유'와 '평등',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사용되고 있는 저항권의 참 역사적 의미, 카이퍼주의를 차용한 극우(라 칭함받는)기독교의 문제점 등 주제 하나하나가 논쟁적이다. 매우 직설적인 표현들도 있고, 12.3 계엄과 같은 최근의 이슈들도 포함하고 있어 읽는 입장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정치적 이슈만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성경과 교회사, 정치철학을 폭넓게 다루면서 각 이슈들과 관련된 사상, 개념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당시, 혹은 그 이전부터 형성된 이념과 개념들이 성경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들이 변질되었는지를 밝힌다. 대한민국 사회와 교회는 닮은 점이 있다. 성장 위주의 담론은 거룩의 수직적인 적용과 연합하여 권위를 세우고 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주효했다. 그러나 이는 수평적인 확장, 곧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과 낮은 곳으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것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믿음의 행위'가 '사랑의 수고'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은 새길 만하다.

물론 이 책의 주제는 극우기독교의 사상적 기반과 그 결과를 진보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리버럴 기독교의 문제점 또한 다루는 균형을 시도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책을 그저 '그들의 시각'으로 치부할 가능성도 있다. 강영안 교수님이 오스 기니스의 <정치와 종교, 그 위험한 관계에 대하여>(아바서원 역간)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진짜 문제는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붕괴했다는 데 있다. 오늘의 공적 논쟁은 더 이상 숙의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말하면서 '대화'할 생각이 없는 주장이나 책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분명 중립적인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음이라는 렌즈를 놓지 않고 세상과 교회를 보려는 노력을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개혁주의 신앙의 전통에는 이런 표어가 있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은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과 같다. 그러나 동력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존재의 의미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신앙인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이 제1원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이념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보다 앞설 수 없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점검하고, 비판하며 하나님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춰보아야 한다.

정치는 결국 이해 당사자의 이해 관계를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신앙은 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에 기인하여 이루어지는 삶의 양식이다. 책에서 인용된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말이 인상적이다. "예언의 본질은 초월이다. 그것은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자아 혹은 개인의 요구들을 훨씬 뛰어넘어 솟구쳐 오르는 능력의 표현이다." 이해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민교양의 덕목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정치를 대하는 좋은 질문들을 얻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에오염된신앙의언어 #야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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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 그 위험한 관계에 대하여 - 다원주의 사회와 시민교양
오스 기니스 지음, 홍병룡 옮김 / 아바서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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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보통의 사람들은 선택지가 3개를 넘어가면 선택을 하기 어려워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서 "원하는 것을 골라 보렴!"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좋아하지만 선뜻 무엇 하나를 고르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그러나 만약에 편의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고른 다음, 나머지 물건들을 다 버려야 한다면? 그리고 그 선택을 다른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명>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오스 기니스의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논쟁적인 책이다. 다원주의 사회에 필요한 '시민교양'(civility)을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을 회복하고 재정립하기 위한 '윌리엄스버그 헌장'의 정신을 기초로 설명한다. 아바서원에서 책을 역간하며 선거 시즌에 맞게 표지를 디자인해서인지 선거에 대한 이야기로 추측을 했는데, 일단 원저는 2008년 출간이어서 놀랐고, 그 내용이 지금 우리나라에 너무 적절해서 두 번 놀랐다.

서두에서 편의점 비유를 들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오늘의(책의 의도에서는 21세기 초반 미국의) 위기는 다양성 자체가 아니라 다양성을 다루는 능력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강영안 교수의 한국어판 서문에서와 같이 '진짜 문제는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붕괴'한 것이다. 테제와 안티테제의 갈등 상황을 통해 새로운 테제가 창출되는 변증법의 기본 법칙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토론다운 토론을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다. 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귀를 닫고 입만 열려 있는 꼴이다. 21세기 초반에도 이미 이러한 흐름이 미국에서는 진행되어왔던 모양이다. 1984년부터 미국에서 생활한 '이방인' 기니스의 시선에서 제시한 해결책은 바로 '시민교양'(civility)이다.

그의 주장에서 몇 가지 충격적이고 신선했던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민주주의보다 공화주의를 앞세웠다는 것이다. 공화정이 민주정보다 상위 개념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의 내용과 같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언급에서도 '민주'가 '공화'에 우선하기에 사실 이런 류의 생각은 너무도 신선하다못해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한편,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한 국가의 형태가 공화국(왕이 없는 정부를 채택하는 국가)임을 생각해 볼 때, 공화국이라는 틀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다소 간과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도 피로도 높은 선거를 몇 번 치른 뒤에 1987년 6월 이후 수정되지 않은 헌법에 대한 논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 것은 이러한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언약적 다원주의'(Covenant Pluralism)이다.
일단 용어도 생소할 뿐더러, 언약이라는 종교적 개념을 일반 정치에 접목시킨 것이 신선했다. 여기서 핵심은 정치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광장의 성격인데, 종교가 국가를 지배하는 '신성한 공적 광장'과 종교를 완전히 사적 영역으로 밀어낸 세속주의의 '벌거벗은 공적 광장' 모두를 양극단의 처사로 비판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앙와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하되, 동일한 자유를 타인에게도 보장하는 공적 광장으로서의 '언약적 다원주의'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공식적인 기관으로서의 행위 주체인 '국가와 교회(또는 타 종교단체)'의 유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국가와 교회'의 관계로 해석하는 문제는 오늘 우리 사회에도 깊이 반성해 보아야할 문제라 생각한다.

물론 공동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언약적'인 언급이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미국 건국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긴 했지만, 미국이라는 '세속' 국가의 과오에 대한 시각은 배제하고, 미국의 상징성을 지나치게 다루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어쩌면 여전히 미국이 기독교를 역사적, 문화적 중심으로 삼고 있는 나라이기에 가능한 접근이며,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자신이 가진 생각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평화롭게'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제시한다. 하나는 나사렛 예수의 길, 다른 하나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회색지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베드로처럼 물어야 한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오스기니스 #다원주의사회와시민교양 #정치와종교그위험한관계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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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한국지리 - 사진으로 세상을 읽는다 ㅣ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10
김인철 외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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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역사와 지리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차원에서 인간의 삶을 조명한다. 그래서 역사를 전공하는 입장에서도 공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 전공자나 지리 전공자나 '그 곳'을 직접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푸 투안과 에드워드 렐프의 인본주의 지리학에 따르면 공간(SPACE)이 물리적이고 보편적인 곳이라면 장소(PLACE)는 한 개인의 체험과 실존이 구체적으로 깃든 곳이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같은 장소도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서 저마다의 의미를 지닐 수 있고, 그러한 서사가 쌓이다 보면 또 하나의 내러티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3면이 바다이며, 아름다운 산과 강이 많은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비해서 여행할 만한 곳이 많다. 민족의 오랜 역사가 더해져 각 장소마다 고유의 이야기들이 있다. 그러나 때로 수많은 정보 속에서 과연 각 장소가 지니는 나름의 의미를 지역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해냄에듀의 '한 컷' 시리즈가 의미있다.

<한 컷 한국사>와 <한 컷 세계사>는 역사를 다루는 것이었다면, 이번 <한 컷 한국지리>는 한국의 여러 지역을 한 장의 이미지로 먼저 만나고, 그 장면 속에 담긴 지리적 의미를 풀어나간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두만강까지, 제주/울릉, 호남, 영남, 충청, 강원, 수도, 접경지역의 일곱 파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와 역사적/현대적 중심지를 아우른다.

아름다운 경관을 한 면에 오롯이 사진으로 담아내어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특색이 잘 드러난다. 사진을 찍는데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각 지역의 특징을 잘 표현한 사진 자료가 반갑다. 옆쪽에는 장소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그 지역을 소개하는데,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징에 따라 중심 질문의 주제는 달라진다. 자연지리, 인문지리, 역사지리의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짧지만 깊이가 있다.

책을 읽다보면 143곳의 장소를 선정하기까지 공저자들의 고심이 얼마나 깊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서울/경기에 대한 비중이 제일 많긴 하지만, 대체로 지역을 균등하게 소개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각 지역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제를 배분하여 각 지역만의 특색을 고르게 배치하여 구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현직 교사들의 치열한 고민과 그 결과물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종종 지역을 특정한 이미지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이 책은 각 지역을 총천연색의 모습으로 보여주며, 한국의 다양한 지역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각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지를 이 책을 기준으로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계적인 소식은 빨리 접해도 지역적인 소식에는 어두운 학생들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도, 미리 그 지역의 특징을 알아보고 여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의미 면에서 차이가 크다. 책에서 아무리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느끼고 경험해 보아야 의미가 있는 법. 여행을 마치고 자기 스스로 이런 틀을 활용해 나만의 <한 컷 한국지리>를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펴내는 <유물멍> 시리즈가 인기다. 오랜 세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낸 유물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역사의 대중화의 아주 좋은 예 같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 그렇게 접근한다면 또한 의미있지 않을까? 맛집이 어디인지, 뷰가 좋은 곳이 어디인지도 중요하겠지만, 공간에서 장소로의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나만의 '장소'가 생긴다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책, <한 컷 한국지리> 집에 하나쯤 소장하고 여행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한컷한국지리 #해냄에듀 #사진으로세상을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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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체인 수업 - 맥락 중심 성경 통독 52주 프로젝트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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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누구나 제목은 알지만 아무도 선뜻 읽으려 하지 않는 책', 고전을 향한 씁쓸한 농담이다. 그렇다면 고전 중의 고전, 세계 역사상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1위인 성경은 어떨까? 레위기에서 '위기'가 온다, 창세기와 마태복음만 수십 독을 했다는 간증이 쏟아지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요, 내 길의 빛이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조차 1독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책이 되고 말았을까?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이 책은 저자의 표현대로 모든 성도가 성경을 '끝까지' 읽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도 이제껏 성경에 대한 책, 통독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론을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보았다. 시대순으로 읽는 배열이 가장 일반적이고, 성경의 맥락(배경, 문화, 역사)을 고려한 책들도 많다. 이 책에서 빌려온 '맥체인' 선교사님이 개발한 성경읽기도 따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펴낸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에게 성경이라는 존재가 커다란 산과 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레드오션에 가까운 성경읽기 '시장'에 또다른 무언가를 내놓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이 신선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이 책은 탁월하다. 일단 첫 주에 읽을 부분이 마가복음과 베드로전후서다. 왜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러면 일단 이 책은 성공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필요에 의한 책읽기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책을 읽는 이유도 현재 내 삶에 어떤 영역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 또한 그리스도인이 왜 읽어야 하는지, 내가 왜 이 시점에서 이 성경을 읽을 필요가 있는지를 가르칠(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성경이니까' 읽어야 한다는 것은 맹목적인 신앙인의 의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맥체인 수업>은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저자와 독자의 상황과 성경을 읽는 현대 그리스도인 독자의 시각을 적절하게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맥체인 수업>에서 제시하는 성경 읽기의 뼈대는 '구속사'다. 사실 구속사라는 표현 자체는 상당히 포괄적인 표현이다. 성경이 제시하는 주제 자체가 구속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성경의 전체적인 주제가 신구약을 넘나들며 어떻게 얼키고설켜 있는지를 조목조목 보여준다. 이 책은 전체 8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첫째는 현대 독자들의 시선에서, 둘째는 인간이 삶을 살면서 묻는 주된 질문에 대한 성경의 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나머지 다섯 개의 파트는 하나님의 구속의 섭리가 어떻게 성경 전체를 통해 전개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 키워드는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통치'다. 이는 이스라엘이라는 실제 왕국을 통해서도 드러나지만, 왕국의 멸망과 흩어짐(디아스포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드러난다.

이 책이 가지는 강점 또 한 가지는 저자의 탁월한 인문학적 소양과 그것을 활용한 성경 맥락의 연결이다. 역사적인 명화들, 대영박물관 아카이브, 인문 서적 인용구 등은 성경이 역사와 동떨어지지 않은, 역사 속에서 늘 살아 숨쉬는 텍스트이자 컨텍스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저자의 꿰는 기술은 자못 대단하다. 저자의 이전 시리즈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바이블-공동체 성경읽기'와 'Reading Jesus'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5년간 계속해서 성경을 1년 1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경읽기의 공동체성의 중요성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관점을 얻었다.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성경의 메시지가 구약과 신약 가운데서 어떻게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어 하나의 멋진 교향곡을 연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의 악보와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악보를 얻었으니, 함께 그 연주를 들으며 악보를 따라가 본다면 어떨까. 레위기의 위기를 넘어서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절정을 체감하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맥체인수업 #맥락중심성경통독52주프로젝트 #박양규 #샘솟는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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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죄를 말하다 - 세상 모든 문제 이면의 핵심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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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구속의 역사를 말하는 책이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어디로부터'에 대한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죄다. 곧, 성경은 죄에 대해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팀 켈러의 영적 유산을 남기는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적은 책의 부제와 같이 '세상 모든 문제 이면의 핵심'이 되는 죄의 속성을 낱낱이 밝히고 그 해법을 알리는 데 있다.

죄는 세상에 만연해 있지만, 죄라는 단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옛날 아파트에 '4'를 뛰어넘어 표기하였으나 우리 시대에 죽음이 없어지지는 않은 것처럼. 세상에 많은 법과 규칙이 있으나 그것이 범법 행위를 막지는 못하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과 삶의 모든 양상에서 죄는 전방위적으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그러한 죄의 민낯을 밝히는 작업이다. 부제와 같이 죄란 평범한 인간의 마음 한복판에 숨어 사는 '낯선 괴물'과 같은 존재다. 죄에 대한 신학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한도끝도 없다. 수직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것, 수평적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평화가 깨어지는 것, 그 모든 관계의 기울어짐은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로서 자기 자신도 파멸에 이르는 것, 이것이 죄다. 맹수, 자기기만, 누룩, 불신, 자기 의, 나병, 예속... 죄를 향한 다양한 부제목들은 죄가 얼마나 우리 삶에서 다양하고도 복잡 치밀하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실상 죄에 대해 인간이 'case by case'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뿌리를 잡아 캐내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일단 죄라는 것이 그만큼 복잡하며 힘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가 그런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코올 중독자에 관한 저자의 비유와 같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첫걸음은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죄인인 줄 알고, 그 죄가 엄청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어찌할꼬?'라는 탄식이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죄의 자기기만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나는 종종 내가 '회심한 죄인'임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물론 죄가 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지는 못한다는 확신과 감사가 있지만, 다윗의 범죄에 대한 성경의 기록과 같이 죄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틈을 타고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인상깊은 부분은 죄와 은혜의 차이에 대한 통찰이다. 내 삶을 위해 네 삶이 있는지, 네 삶을 위해 내 삶이 있는지... 단어 두 개의 순서를 바꾸었을 뿐인데, 의미는 180도 달라진다. 죄인의 삶은 끝없이 '나'를 향한 갈구가 이어진다. 그러나 은혜의 삶은 '너'를 향한 축복이 끊이지 않는다. 물이 썩지 않으려면 고이지 않고 흘러가야 하듯, 내 삶에 죄가 씻겨 내려가려면 그리스도의 보혈이 계속해서 흘러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다윗을 일깨운 '나단'이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죄인임을 외치는 참 나단 되시는 성령님을 만나야 한다. 이 책은 죄에 대해 말하지만, 결국 은혜에 관한 책이다. 사랑에 관한 책이다.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인, 예수께 향유를 부은 여인에 대해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 같이.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눅7:47)

이 얼마나 죄인을 향한 사랑 많으신 하나님의 표현인가! 하나님은 나의 많은 죄를 보시지 않고, 죄로부터 자신을 구원한 하나님에 대한 죄인의 사랑 표현을 보신다. 그래서 죄에 대한 통렬한 고백인 이 책은, 하나님의 깊은 사랑에 대한 절절한 표현이기도 하다.

#팀켈러 #죄를말하다 #두란노 #세상모든문제이면의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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