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에 오염된 신앙의 언어
권연경 외 지음 / 야다북스 / 2026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서평_정치에 오염된 신앙의 언어
(권연경 등 6명 지음, 야다북스 펴냄)
"어, 선생님. 오늘 00색 옷 입었네요. 00당 지지하시나요?"
지난 대선 즈음에 학생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물론 진지한 대화는 아니었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질문하는 학생이나 듣는 다른 학생, 그리고 나 모두가 그 함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소 희화화되어 소비된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애석하게도 실제 정치의 현장은 희화화로 끝나지 않는다. 이곳은 실제적인 전쟁터다. 이념을 앞세우지만 이념은 진영의 기반이라기보다 소비되고 표류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애석하게도 한국교회는 문제의 핵심에 위치한다. 정치와 종교는 상호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것이 국가와 교회의 관계로 이어질 때, 복음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정치와 신앙의 잘못된 유착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윤리적 실천 없는 신앙의 허구성, 예언이라는 표상 뒤편에 담긴 선동의 언어, 정교분리에 대한 오해,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 '자유'와 '평등',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사용되고 있는 저항권의 참 역사적 의미, 카이퍼주의를 차용한 극우(라 칭함받는)기독교의 문제점 등 주제 하나하나가 논쟁적이다. 매우 직설적인 표현들도 있고, 12.3 계엄과 같은 최근의 이슈들도 포함하고 있어 읽는 입장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정치적 이슈만을 다루는 책은 아니다. 성경과 교회사, 정치철학을 폭넓게 다루면서 각 이슈들과 관련된 사상, 개념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당시, 혹은 그 이전부터 형성된 이념과 개념들이 성경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들이 변질되었는지를 밝힌다. 대한민국 사회와 교회는 닮은 점이 있다. 성장 위주의 담론은 거룩의 수직적인 적용과 연합하여 권위를 세우고 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주효했다. 그러나 이는 수평적인 확장, 곧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과 낮은 곳으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것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믿음의 행위'가 '사랑의 수고'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은 새길 만하다.
물론 이 책의 주제는 극우기독교의 사상적 기반과 그 결과를 진보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리버럴 기독교의 문제점 또한 다루는 균형을 시도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책을 그저 '그들의 시각'으로 치부할 가능성도 있다. 강영안 교수님이 오스 기니스의 <정치와 종교, 그 위험한 관계에 대하여>(아바서원 역간)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진짜 문제는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 붕괴했다는 데 있다. 오늘의 공적 논쟁은 더 이상 숙의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말하면서 '대화'할 생각이 없는 주장이나 책들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분명 중립적인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음이라는 렌즈를 놓지 않고 세상과 교회를 보려는 노력을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개혁주의 신앙의 전통에는 이런 표어가 있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은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과 같다. 그러나 동력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존재의 의미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신앙인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이 제1원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이념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보다 앞설 수 없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점검하고, 비판하며 하나님 말씀 앞에 자신을 비춰보아야 한다.
정치는 결국 이해 당사자의 이해 관계를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신앙은 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에 기인하여 이루어지는 삶의 양식이다. 책에서 인용된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말이 인상적이다. "예언의 본질은 초월이다. 그것은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자아 혹은 개인의 요구들을 훨씬 뛰어넘어 솟구쳐 오르는 능력의 표현이다." 이해를 초월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민교양의 덕목이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정치를 대하는 좋은 질문들을 얻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에오염된신앙의언어 #야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