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
박륜민 지음 / 담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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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왔지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문장에서 한참 멈췄어요.

성과와 숫자로 세상을 이해해온 저자가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했을 때, 가족과의 저녁을 위해 야근을 거절하고, 인터넷 설치 하나에도 천천히를 고수하고, 자기 성공보다 마을 수도 시설을 먼저 걱정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그 낯선 대답들 앞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균열을 발견합니다.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 모른다고.

뽈레뽈레.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천천히. 빨리 판단하고 빨리 성과를 내야 안심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이 단어가 얼마나 낯설고 동시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나이로비의 골목골목이 조용히 가르쳐줘요. 문제는 그들의 속도가 아니라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속도였다는 말이 읽고 나서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스발바르. 딱 죽기 좋은 날씨, 사라져도 될 장소라는 표현에서 등골이 서늘해졌는데, 읽다 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돼요. 그 앞에 서는 순간 지금까지의 계산이 전부 멈춰버리는 곳. 스발바르가 버킷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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