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면에 나열된 체크리스트를 읽다가 멈췄어요. 사람이 죽으면 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임종 순간 곁에 있어본 적 없다. 죽음을 준비해본 적 없다. 전부 해당됐거든요.삶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배우고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왜 이토록 무지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 불편한 질문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롤란트 슐츠는 죽음을 감정적으로 포장하지 않아요. 임종실에서 일어나는 일, 사망 후 신체에 진행되는 과정, 장례 이후 유족에게 남겨지는 것들까지 철저하게 기록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을수록 무섭거나 으스스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 살아있다는 감각이 점점 선명해졌습니다.내 이름이 국가 기록에서 언제 지워지는지 모른다는 문장이 특히 오래 남았어요. 살아있는 동안 수많은 흔적을 남기며 살지만, 그 흔적도 결국 사라진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죽음에 관한 가장 정직한 책이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남겼습니다.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지금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