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구름은 서쪽으로 흐르니
김형원 지음 / 마음연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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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진짜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어요.

목차 소제목부터 달랐습니다. 매화 향기는 봄바람에 날리고, 현 위에 떨어진 꽃의 숨결은 흔들리고, 꽃의 그림자는 물결에 사라지고. 이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떤 소설인지 감이 왔어요. 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 예감이 맞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오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독기를 품고 장악원으로 향하는 설의 이야기예요. 복수극으로 시작하는데 읽다 보면 그게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설의 손에 쥐어질 것이 칼이 될지, 가야금 줄이 될지 모른다는 그 한 문장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었어요. 복수와 음악, 원한과 구원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정조 시대 장악원이라는 배경도 탁월했어요. 권력과 음악이 공존하는 그 공간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읽는 내내 조선의 어느 봄날 장악원 안에 함께 있는 것 았습니다. 매화 향기가 나는 것 같고, 가야금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그 몰입감이요.

한 장도 건너뛰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강력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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