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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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먼저 받아 읽었는데, 정식 출간 전에 이 책을 만난 게 진짜 행운이었어요.

1659년 로마, 페스트가 지나간 도시에 이번엔 다른 공포가 퍼집니다. 죽어서도 부패하지 않는 기이한 시체들, 그리고 소리 없이 떠도는 소문 하나. 무색무취하고 치명적인 독, 아쿠아. 이 설정만으로도 이미 손을 놓기가 어려웠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게 읽는 내내 더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학대받는 아내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유통된 독약 사건, 6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으며 귀족층까지 연루됐던 그 실제 사건이 소설 속에서 되살아나는데, 단순한 범죄물이 아니라는 걸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법도 제도도 그 어떤 것도 그녀들을 보호하지 않았던 시대에, 그 독이 정말 악인가 아니면 그 선택으로 몰아간 세상이 악인가라는 질문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따라왔거든요.

고딕 스릴러의 긴장감, 역사소설의 밀도,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까지 한 권 안에 다 담겨있어요. 2025년 영국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가을밤에 읽기 딱 좋은 책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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